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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은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을 보냈다. 깜짝 선물로 레터링 케이크를 준비 중이었는데 배우자 역시 몰래 동일한 케이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함께 살면 서로의 수상쩍은 행동은 금방 간파하기 마련이다. 각자의 서프라이즈를 들킨 우리는 결국 같이 케이크의 문구와 종류를 정하고 주문했다. 서프라이즈를 못 한건 아쉽지만 과정이 매우 유쾌하고 재미있었으니 이것으로 충분하다. 점심에는 미쉐린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 식사를 했다. 해가 뜨거웠는데 큰 나무들이 곳곳에 울창하게 자리 잡고 있어 가는 길이 시원해서인지 가게를 향해 가는 걸음이 기대가 되고 설렜다. 그렇게 도착한 식당에서 우리는 각자 먹고 싶었던 샐러드와 파스타 두 개를 주문했고 게 눈 감추듯 금방 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갈 듯싶..

20220910

8월을 지내며 유부 5년 차가 되었고 최근의 나는 시댁에 다녀올 일이 많았다. "시"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 때문인지 아이가 없는 내가 시댁에 자주 놀러 가는 걸 보고 많은 사람들의 눈이 훠둥그레지는 경우가 많다. 혹은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반응들을 보면 시댁 방문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을 받은 것임은 분명하다. 5년이 지났지만 시부모님은 여전히 나를 손님이자 가족처럼 대해주시는 분들이다. 그런 두 분의 성품과 배려가 좋은 건 나뿐만 아니라 내 윗동서인 형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집처럼 편하게 와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안도감에 한숨 돌리는 표정을 보면 동질감이 느껴진단 말이지. 아기가 태어난 후론 외식 대신 집 밥을 먹는다. 모두가 참여하여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밥..

2022년 7월은

하반기가 시작되면서 상반기부터 벌였던 여러 일들이 마무리 되었다. 덕분에 쉼표를 찍고 감사하게 잘 지냈다. 개발했던 서비스가 베타 버전으로 외부에 오픈이 되었고, 팀 내 새로운 개발자도 충원이 되었다. 오픈 메일을 보내고 배우자에게 어때? 하면서 서비스를 시연해봤는데 진짜 내가 만든거냐며 신기해해서 뿌듯했다. 상반기에 들어야하는 강의들도 잘 들었고 이런 것들은 업무에 적용해도 좋겠다 싶은 것들을 정리해서 제안했는데 팀장님이 좋은 의견으로 받아들여주시고 같이 일하는 팀원들도 동참해줘서 좋았던 달이기도 하다. 다른 장소와 환경에서 다른 일을 하는 나의 배우자 역시 팀에 새로운 인원이 충원이 되면서 좋게 하반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한다. 주말에도 여러 일들로 나와 그는 양가 부모님이 계신 곳을 매주 다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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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빠가 돌아가셨다. 부고 문자를 받고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아 종일 집중을 할 수 없었다. 퇴근하자마자 새벽에 문상을 갔는데 큰아빠가 왜 집이 아닌 장례식장에 계시지? 하는 생각에 좀 멘붕이 왔다. 향이 놓인 사진을 보니 현실감이 없으면서도 눈물이 났다. 큰엄마는 내게 마지막이니 큰아빠 얼굴을 잘 봐두라고 하셨다. 큰아빠가 너 참 이뻐하셨는디..맞지? 하시며. 맞다. 어른들 사정이야 어쨌든 큰아빠는 나를 꽤 예뻐하셨다. 알지만 나는 잘 해드리지는 못 했다. 큰아빠의 애정어린 오지랍이 불편하기도 했고 여러 얽힌 사건과 사정들로 좀 데면데면했다..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도 의술이 좋아졌고 암을 극복하는 경우도 많으니 괜찮아 지실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무심했다. 마음이 너무 ..

카테고리 없음 2022.07.27

2022년 6월은

부지런히 지냈다. 그리고 배우자와 많이 놀았다. 그와 노는건 늘 재밌다. 6월은 그와 주말에는 카페와 빵집 투어를 했고 시댁에도 다녀왔고 저녁엔 이젠 루틴이 된 운동을 하고 밤산책을 했다. 여름 냄새가 나니 간간히 페루 생각이 난다. 후덥지근하지만 가로등으로 밝게 비춰진 공원에서 산책하던 사람들 모습이라든지 노상에서 장사하던 사람들과 그 사이에서 씩씩하게 돌아다니던 내 모습까지 떤올라 여름 밤엔 특히 기분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는다. 월 초에는 그와 골프장에 다녀왔다. 처음이라 많이 긴장하긴 했지만 아주 즐거웠다. 잔디에서 공만 띄워보자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공은 잘 떴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는 했으나 공도 좀 잃어버렸다. ㅋㅋ 그래도 꽤 편안하게 쳤는데 경험자인 그가 매 홀마다 리드를 잘 해줘서였던 것 ..

2022년 5월의 기록

장미가 활짝 피었고 날이 부쩍 더워졌다. 맥주가 가장 시원하고 맛있는 계절. 아이스크림을 물고 밤 산책하기도 가장 좋은 때가 왔다.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 섞여 여름 냄새가 나는 것도 좋고 냉면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이른 시간에 떴다 늦은 시간이 뉘엿뉘엿 지는 해도 좋고 요즘 같이 저녁 8시에도 환한 바깥을 보면 밝고 뜨거웠던 스페인이 떠오르는 것도 좋아.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지는 가벼운 화이트와인도 여름에 아주 잘 어울린다. 그래서 또 좋고. 푸릇함 속에 피어있는 꽃들을 볼 수 있는 것은 5월과 6월이 주는 특권이다. 그리고 나는 이 달의 특권을 아주 잘 누리고 있다. 깊이 뿌리 내리고 자기 자리에서 쑥쑥 자라는 생명들을 보면 뭔가 나도 의욕이 생긴단말이지. 이번 달은 외부 일정이 많았다..

20220427 4월 기록

골프입문기. 제작년부터 회사에는 골프 붐이 일었다. 평일 저녁엔 팀장님들은 실 임원들과 스크린을 치러 갔고 주말에는 1박 2일로 아예 필드로 나가곤 했다. 팀장님은 다음 날이면 오전부터 우리 팀원을 모아놓고 전날의 썰을 풀며 다가 니들도 미리 미리들 준비해놓으라는 당부로 끝맺곤 했다. 그 영향으로 나와 같은 직급의 팀원들까지도 하나 둘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아직 시작하지 않은 이들은 슬슬 마음이 급해졌다. 우리들끼리 술 한잔 하는 날에는 "ㅇㅇ이도 레슨 시작했다던데,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골프 시작해야 돼!" 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로 골프는 40살이 되기 전 꼭 미리 준비해야하는 숙제이자 필수 교양 같은 존재가 되었다. 비슷한 또래 직장인인 배우자 역시 마찬가지. 그는 작년부터 상사분들과 함께 필드에 ..

20220401 3월은

딸기를 많이 먹었다. 바야흐로 딸기의 계절이다. 가격이 많이 싸져서 포도와 딸기를 실컷 사먹었다. 주말에는 언제나처럼 조금 일찍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사과와 망고를 깎아서 먹거나 콘푸라이트를 먹었다. 이것도 루틴이 되니 점점 과일이 예쁘게 깎아져 스스로 좀 대견했다. KIMES에 다녀왔다. 지인 한 분이 내가 키메스에 간다는 말을 듣고 초대권을 구해주셨다. 여러 기구들을 체험해보기도 하고 요즘 트랜드나 디자인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부담없이 마사지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다만 모처럼의 서울 데이트라 계획이 많았으나 실상은 열정적인 전시 구경으로 녹다운이 되었다. 더 잘 돌아다니지 못해 무척 아쉬웠다. 너무 아쉬워하니 그가 화이트데이 선물로 키메스에서 체험했던 손마사지기를 선물해줬다. 손..

20220304 2월

그와 함께하는 새로운 루틴이 하나 추가됐다. 퇴근 후 운동. 새해를 기점으로 그의 설득으로 레슨을 등록하고 우리는 함께 운동을 다니고 있다.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속상한 날이 많았는데 나의 자존감 지킴이인 그가 정말 많이 위로해줬다. 그리고 꾸준한 도움 덕분에 근육도 잘 붙고 있고 운동에도 조금씩 흥미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운동이 끝나고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그의 주머니 속에서 손을 잡고 앙상한 나무 사이를 걸으며 우리가 공유하지 못했던 하루를 나눈다. 가끔 너무 배가 고픈 날은 햄버거를 포장하거나 단골 가게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와 각자 씻고 같이 티타임을 가진 후 전기장판 위에서 뒹굴거리다 노곤 노곤해져 잠이 들곤 한다. 종종 자기 전에 티비를 보면서..

20220206 1월

행사가 많았던 달. 친정 부모님 생신이 몰려있어 주말 격주로 엄마아빠를 찾아뵈었다. 첫 번째 행사 때는 배우자 까치군이 직접 양식을 요리해서 대접해드렸고 두 번째 행사때는 맛있는걸 사드리고 용돈을 드렸다. 사위가 해준 음식이라니 엄청 감동하시며 드시더니 상세하게 레시피를 물어보고 가셨다. 생신 당일은 평일이라 출근을 했는데 두 분이서 집에서 홈파티하는 모습을 찍어서 보내주셨다. 행복함이 느껴지는 즐거운 사진이었다. 그와 올해로 친구 10년차 그리고 연인 9년차가 되었다. 근교로 나가서 콧바람도 쐬고 외식을 하고 역시나 몇 년만에 영화관에서 씽투게더를 봤다. 너무 감동적이라 울컥했는데 그 역시 같은 장면에서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여운을 안고 집에 오는길에 작은 케이크를 샀고 씻고 자기 전에 초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