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일상기록

20220910

생즙 2022. 9. 11. 22:47


8월을 지내며 유부 5년 차가 되었고 최근의 나는 시댁에 다녀올 일이 많았다.

"시"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 때문인지 아이가 없는 내가 시댁에 자주 놀러 가는 걸 보고 많은 사람들의 눈이 훠둥그레지는 경우가 많다. 혹은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반응들을 보면 시댁 방문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을 받은 것임은 분명하다.

5년이 지났지만 시부모님은 여전히 나를 손님이자 가족처럼 대해주시는 분들이다. 그런 두 분의 성품과 배려가 좋은 건 나뿐만 아니라 내 윗동서인 형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집처럼 편하게 와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안도감에 한숨 돌리는 표정을 보면 동질감이 느껴진단 말이지.



아기가 태어난 후론 외식 대신 집 밥을 먹는다. 모두가 참여하여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밥과 후식을 먹고 놀고 집에 돌아가는 루틴.

대화를 하다 잠시 고개를 돌렸는데 주방 너머로 새파란 하늘이 보였고 반대편은 햇빛이 부셔져 벽지가 넘실넘실 거렸다.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좀 멍해졌다.

칙칙 소리를 내며 쿠쿠가 밥 하는 소리를 시작으로 따뜻하게 퍼지던 밥냄새. 아기의 웃음 소리. 넘실넘실 들어오던 선선한 가을 바람. 잡채 간을 봐달라는 어머님의 손. 분주하게 쌀을 씻으시는 아버님. 그리고 내 바로 옆에서 갈비를 굽던 사랑하는 남편. 모든 공간과 순간이 너무 찬란하고 따뜻해서 잊기 전에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