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 102

싼도르가 준 편지

친애하는 누나에게, 안녕 누나, 기분이 어때? 괜찮아? 그렇기를 바랄께. 지금 니가 한국에 있을지 아니면 비행기에 있을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너에게 해야만 하는 이야기들이 참 많다. (이 편지를 위해 굉장한 노력중이야. 만약 내가 평소처럼 글씨를 쓰면 니가 못 알아볼테니, 물론 나도 내 글씨 못 읽고 하하. 그래서 정말 어렵구나.) 이번 2년은 참 아름답게 지나갔어, 너를 알게 되어서 참 좋았고, 넌 참 믿을 수 없는 사람이고 참 좋은 사람이야. 너는 참 중요한 친구고, 나의 첫 번째 스페인어 학생이고 (만약 내 수업이 지루했다면, 날 용서해줘. 그땐 내가 경험이 없어서, 지금은 좀 나은 선생님이니깐 ^^) . 내 첫번째 한국 학생,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중에 조금 더 밝은 사람. 나는 정말 절대로 이..

D-9 감성잡담

* 한국으로 짐을 부쳤다. 어젠 하루 종일 짐을 싸고, 청소를 하고 물건을 보냈더니만 방이 텅 비었다. 기분이 이상하다. 이제 이 집, 페루에 있는 글 쓰는 이 곳 그니깐 이 내 방에서 잠을 자는 건 딱 8번밖에 안 남았다. 그래도 2년을 살았는데, 보낼 짐이 많겠지 했는데 막상 정리를 해보니 짐이 없다. 옷가지들도 2년을 내내 입어서 다 헤지고 너덜너덜해져서 버리고 갈 옷들뿐이고, 처음에 올 때 가져왔던 밥솥과 내 손때가 잔뜩 묻은 스페인어를 공부했던 책들을 제외하곤 한국으로 보내는 순수 내 짐이 없다. 2년간 대체 어떻게 지낸거지?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 아 페루. 오늘은 우체국 직원 아줌마와 대판 싸웠다. 나는 평화와 사랑을 전하러 온 봉사단원이지. 하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

집에 갈 준비

1. 계약종료12일전. 정 말로 간다. 한국에. 집에. 2. 기관을 마무리했다. 다음주에 나가서 수료증만 주기로 하고 수업마무리. 선생님들과 마지막 식사를 했다. 유디와 기관장이 대표로 내게 말했다. 처음엔 난생 처음으로 외국인과 생활하고 일 한다는게 무섭긴 마찬가지였는데, 2년동안 잘 지내줘서 너무 고맙다고. "너의 우정에 정말 고마웠다." 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나올꺼같았다. 물론 울진 않았다. 3. 학원도 마무리했다. 결국은 Avanzado3에서 끝. 안타깝다. 한 달만 더 다니면 스페인어 전 과정을 끝마칠수있는건데.ㅠ가기전에 했던 작별파티엔 각자 자기나라 음식을 요리해서 나눠먹었다. 종종 그리고 이 날도 내게 당근케이크를 만들어주신, 가끔 초대해 요리도 해줬던, 날보면 너희엄마가 걱정 많이할테니 자..

근황 및 잡담

* 이번 6일은 내 생일이었다. 이제 내 나이 만 26살. 이건 음모다. 이번 생일은 페루의 마지막 생일이니만큼 스스로 잘 챙겨야지, 했는데 진짜로 고맙게도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줬다. * 생일 하루 전인 5일 밤을 시작으로. 한국, 미국, 필란드, 스페인, 독일, 페루, 덴마크 등 각국의 사람들이 Anne네 집에 모여서 와인을 마시면서 이야기하다 비틀즈 50주념 축하공연에 갔고 신나게 노래하고 이야기하다가 12시 정각에 모두들 날 한 번씩 안아주고 양 볼에다가 Beso해줬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은 건 또 처음이다. 생일 당일날엔 한국과 스리랑카, 필리핀 등 반가운 사람들한테 전화로 축하받고, 일어나서는 홈스테이 가족들이 한 명씩 부둥켜안고 Beso를 해주고 내게 얼마나 많은..

잡담

1. 화분을 샀다. 이름은 "초록"이라고 붙여줬다. 식물도 관심 갖고 말 걸어주면 좋아한다고 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안녕 초록아 올라 께딸?!" 꼬박꼬박 인사도하고 온실안의 화초가 되게하지말자! 라는 맘으로 자외선 좀 쐬라고 늘 창가에다가 바람도 쐬주고 물도 주는데 자꾸 잎사귀가 시들시들해서 속상해하고 있는데 알고보니 진드기들이 있었다. 진드기들을 보고 화가 나서 면봉으로 진드기들을 다 걷어내고 모조리 사형시켰다. 2. 수요일엔 애들때문에 그리고 학교 동료들땜에 마음이 좀 별로였었다. 답답해서 학교 위층에 올라갔더니 동네 전경이 확 보인다. 해도 안 뜨고, 개는 많고, 자꾸 피곤하고 등등 "아 이게 뭐야!!" 혼자 이러면서 올라갔는데 지금 보고 있는 사방에 보이는 이 갈색전경이 회색전경이 평생 그리울꺼라..

9월 셋째주에 했던 생각.

1. 완전웃긴광고 페루 사람은 정말 친절하다. 특히 길을 물어보면 얼~마나 친절하게 알려주는지. 광고에 나오는 저 Seguridad 페루 청년이 융가이 설명해주는 모습은 절대로 오바가 아니라는거. 마지막에,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인생에서 많은 것을 잃습니다. 라는 문구.광고보고 웃겨 죽는줄 알았다. 역시 이 곳은 알레그레해. 2. 웬 러시아 여자가 2012년 9월 21일 리마의 대지진을 예언했다. 뉴스 좀 볼까? 하고 TV를 틀면 쓰나미가 몰려오는 영상, 대지진으로 리마의 온 땅이 다 들리는 시뮬레이션이 나온다. 게다가 그저께와 엊그저께는 연속으로 지진이 두 번이나 났다. 어느 정도로 뒤숭숭하냐면, 물론 웃자고 하는 얘기겠지만 내일 지진으로 우리는 모두 죽을테니 살아있을동안 즐겨야한다며 오늘 몇..

9월 2주차 근황

1. 출근하는 길은 늘 착찹하다. 기관 가는 길이 좀 너덜너덜하게 느껴지는만큼 해도 안 뜨니깐. 오전엔 좋은 곳에서 각 나라의 높은 위치에 있는 외국인들과 있고, 오후에 조금 가난한 동네에서 일하는 내가 좀 이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한 지역에서 30분 거리에서 보이는 이런 빈부격차니 어쩔 수 없는 거라는 혼자만의 자기 합리화를 가지기도 하고. 이제 60일정도밖에 안 남았다. 2. 이번주는 저번주에 배웠던 것을 이용해서 새로운 예제로 복습을 시켰는데..... 정말 기억하는 애기들이 10%정도밖에 안되고, 여기저기서 Miss Miss Miss Yunaaa만 외쳐댄다. 그래도 이번주는 구두시험도 무작정 쳤고, 전교생중에 양손을 이용해서 이제 자유자제로 타자를 치는 애기가 생겼다. 아직은 초등학생이니깐 지금..

2012 Mistura

1. 페루의 나름 큰 행사 1년에 한 번 있는 Mistura에 다녀왔다. 왜였을까. Mistura내내 이 노래가 생각이 많이 났다. Mistura란 페루의 각 지역에 퍼져있는 각 음식들을 소개하는 축제로 1년에 한 번 있는 큰 행사다. 여기저기서 홍보를 하고, TV를 틀어도 온통 Mistura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다. 작년에는 프로젝트다, 델레다 이런저런 일들로 가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같은 반 친구 브라질여자의 Ariete의 제안으로 시간맞춰 평일 날 출동하기로 약속!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한국친구 한 명 더 데리고 가도 괜찮냐는 말에 쿨하게 괜찮다고 해서, 요즘 부쩍 친해진 깡언니도 같이 갔다. 2. 하지만, 당일날 Ariete의 친구 분 남편이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Ariete는 같이 못 갔..

주말근황

1. 남미사람들이 무척 밝고 역동적이라고 느낄 때 중 하나는 바로 음악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리듬에, 그 흐름에 온 몸을 맡긴다는거다. 정말 영화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간혹 버스에서 이런 음악이 나오면 사람들은 정말 일제히 발을 쿵쿵 거리거나 손가락이나 고개를 까닥인다. 주말에는 공원에 모여 나이드신 노년층의 분들이 노래에 맞추어 자유롭게 춤을 추신다. 흰 머리가 지긋하셔도 너나할꺼없이 손을 맞잡으시고 즐겁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춤에 몸을 맡기는 모습을 보면,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신선하고 아름다워보인다는거. 하지만, 음악이 나오면 나도 어느새 몸이 촐싹촐싹 거리는걸보면 잘 적응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 일주일동안 열심히 살았던만큼 휴식기간이 얼마나 달고 달았는지. 짧은 휴식의 달콤함은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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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관에서 수업을 하는데 하도 질문이 많길래 "나처럼 하라고, 나처럼 나처럼 나처럼!!" 이랬더니.단체로 "나처럼 나처럼 나처럼" 이러고 날 따라하며 키득키득 거린다....마음속으로 "인내"를 수십번을 되내이는데 갑자기 Tatiana가 뜬금없이 외친다. "미~쓰 한국가지 마세요~" 열심히 수업 따라오는 줄 알았더니만 낙서중이었구만? MIS NO SE VAYA (미쓰 가지마요.) 으이그~ㅋ 2. 선생님들 수업은 평소보다 어렵다. 선생님들을 대체 내가 뭐라고 가르치고있나........ㅜㅜ준비도 많이 해야하고, 괜히 수업하면서 떨리고. 말 틀리면 바로 지적받고, 말 똑바로 하려고 신경쓰다보면 정보전달에 지장이있고, 목요일 오후 1시는 늘 멘붕상태다. 그런데....참~ 시간 맞춰서 오지 않는 선생님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