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Peru 현지생활

9월 2주차 근황

생즙 2012. 9. 16. 22:18



1.



   




출근하는 길은 늘 착찹하다. 기관 가는 길이 좀 너덜너덜하게 느껴지는만큼 해도 안 뜨니깐. 오전엔 좋은 곳에서 각 나라의 높은 위치에 있는 외국인들과 있고, 오후에 조금 가난한 동네에서 일하는 내가 좀 이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한 지역에서 30분 거리에서 보이는 이런 빈부격차니 어쩔 수 없는 거라는 혼자만의 자기 합리화를 가지기도 하고. 



이제 60일정도밖에 안 남았다. 





2.




   




이번주는 저번주에 배웠던 것을 이용해서 새로운 예제로 복습을 시켰는데..... 정말 기억하는 애기들이 10%정도밖에 안되고, 여기저기서 Miss Miss Miss Yunaaa만 외쳐댄다. 그래도 이번주는 구두시험도 무작정 쳤고, 전교생중에 양손을 이용해서 이제 자유자제로 타자를 치는 애기가 생겼다. 아직은 초등학생이니깐 지금 배워둔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서 조금 더 자라선 정말 당신들이 잘 사는데 사용했으면 좋겠다. 내가 배운 지식이 아주 꼬맹이일때부터 바탕이 된 것들인것처럼. 





엄마들 수업을 하는데, 어머니들이 요즘엔 속에 있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하신다. 한 분은 본인도 일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고 싶은데 애기들이 어리고, 이렇게라도 컴퓨터라도 배우면서 좀 나아졌다고 하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3.





      

      




Edu와 Zandor가 내게 늘 하는 말 중 하나는 "남은 두 달의 시간이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이다."다. 그래서 그런지 이젠 정말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서, 요즘 이 곳에서의 하루가 아쉬워서 자꾸 기관 끝나고도 근처에서 어슬렁거렸었다. 

성경에 보면 "어린아이처럼 될 것" 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게 뭔지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조금 까지고, 반항해도 어린아이는 역시 꼬맹이다. 






4. 




   

   



이번주 금요일은 내 동갑내기 친구 자동차 단원 김군의 기증식이 있었다. 깔끔하게 교실도 바꾸고 속에 실습에 사용할 차도 넣어놓아놨다. 열심히 박수쳐주고 돌아왔다. 기증식을 여러군대 다니면서 느끼는건, 프로젝트 결과물과 기증식엔 그 사람의 성격과 성향이 참 많이 묻어나는 것 같다는 거다. 김군처럼 꽤나 깔끔하고 단정한 기증식이었다. 




5.



아, 그리고 주중에는 또 다른 동갑내기 미술단원 C군이 우리 동네에 놀러왔다. 사실 해외에 나와있으면서 현지인들을 만나는 것도 참 중요하지만 해외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은 정말 더 큰 존재다. 같은 문화권에서 살아왔고 같은 언어로 대화한다는게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쭉 쌓여왔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C군 사는 동네와 우리 집은 버스 타고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데,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놀러왔다가 재밌게 수다를 즐기다 돌아갔다. 미술 단원이라 그런지 C군 생각은 참 기발한게 많다. 



고마운 일이다. 가기전에 밥이라도 크게 쏘고 가야지. 히히. 





6. 





      




저번주부터 Lurgia한테 계속 연락이 왔다. "Yuna, 우리 밥 언제 먹니? 시간 언제 되니?".  결국 이번주 주말에 만나서 함께 식사하자고 약속하고 함께 채식하는 사람들을 위한 레스토랑에 갔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 가본 채식식당. Entrada로 난 Causa Rellena를 시켰는데, 보통 저 속에는 참치가 들어있는데, 이 곳에선 참치 대신에 버섯과 두부를 넣어놨다. 신기하고 맛있었다. 


알고보니 평일에 오면 Entrada, Segunda, Postre, Bebida 이걸 다 합쳐서 13솔밖에 안한다고 한다. 다음에 또 와봐야지.





7.




      

      




이후엔 루가 바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같이 바다길을 따라서 쭉 걸었다. 다만, 자꾸 루가 같이 2박 3일로 여행가자고 해서 거절하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다. 왜 내 주변 페루 사람들은 나와 함께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걸까.ㅜ 자꾸 거절하는 나도 곤란한데..-_-

어쨌든 그래도 루랑 같이 바닷길을 쭉 걷는데 바람도 꽤나 쎄고 파도도 예쁘고, 기분이 좋았다. 



하루종일 걸어다니기도 했고 일대일로 스페인어로만 이야기를 했더니만 진짜 피곤했다, 집에 오자마자 푹 잤다. 

이번주도, 그리고 이번 주말도 이렇게 가는구나. 

그리고 또 새로운 한 주가 온다. 열심히 즐겁게 잘 지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