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 82

20240430

텐션이 낮아지거나 마음이 급해질 때 생각을 멈추고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모여진 4월의 조각. 예쁨으로 시작한 하루. 봄이 되니 세상이 아기자기하다. 이른 아침 바쁘게 돌아다니는 새들도 귀엽고, 담장 따라 핀 꽃들을 보려 창문을 열었을 때 바람에 집안이 살랑거리는 것도 너무 좋다. 정말 귀한 순간. 호접란 덕분에 원래 예쁜 우리 집이 더 예뻐졌다. 향도 엄청 좋다. 과거의 나는 보통 식물을 말려 죽이거나 반대로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죽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런 내가 2년 연속으로 꽃을 피운 것이다. 진짜 발전했다. 이제는 안다. 식물도 잘 키우려면 적당한 무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서투른 내 손에서 나름 잘 자라주는 우리 집 식물들에게 배우고 위로도 받고 용기도 얻는다..

20240324 2,3월은

올해의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준 호접란. 작년에 이어 꽃이 피는 중이다. 1년간 잠잠하더니 계절이 바뀐걸 어떻게 아는 건지 꽃봉오리들이 차오르고 있다. 호접란의 꽃말은 행복이 날아오다 라는데 정말 행복으로 꽉 찬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머님께 그릇들과 냄비 세트를 선물 받았다. 형님네 이사 선물을 보내시다가 우리 것까지 챙겨주셨다. 평소에 눈에 담아두기만 했던 거였는데 진짜 좋고 감사하다. 음식이 담기니깐 더 예쁘다. 와인스토퍼를 산 기념으로 드디어 1년 전에 구매했던 와인을 마셨다. 와인은 샤또 데스클랑 위스퍼링 엔젤. 강민경이 좋아하는 와인으로 유명하던데 맛이 가볍고 향긋했다. 집에서 반주 한 잔을 할 때마다 긴장이 느슨해지는 기분이 좋다. 2월의 눈이 엄청 왔던 어떤 날 오랜만에 목욕탕에 다..

2024년 1월은

갓생을 살겠다며 오버하다 그만 병이 났다. 지금은 좋아졌지만 며칠 동안 출근을 못했고 먹고 자는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아팠다. 임계치를 무시하다 앓아누운 게 스스로 자존심이 상한다는 내 말에 A는 건강은 내가 지킨 게 아니고 하나님이 지켜주신 거라고 했다. 듣고 아차 싶었다. 침대에서 꼼짝도 못 했던 날. 햇빛이 커튼을 넘어 방까지 은은하게 들어왔는데 엄청 포근한 기분이 들어 아픈 와중에 굉장히 힘이 나서 찍은 사진. 이번 11주년 기념 외식은 빕스에서 했다. 둘이라고 창가 쪽 커플석으로 안내받았는데 나란히 앉아 창밖을 보면서 먹을 수 있었다. 빕스는 맥주와 와인이 무제한이라 원하는 데로 페어링을 할 수 있다. 음식을 가득 담아와 화이트 와인 한 잔씩 곁들여 먹으니 진짜 맛있었..

2023년 결산

휴가를 잘 쓰지 못했더니 연차가 19개나 남았다. 그 역시 하반기를 기점으로 바쁘다 🥲 매일 녹초가 된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하며 지내다 보니 한 해가 갔네. 올해도 이렇게 회고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올해의 나들이 돌아보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부지런히 다녔다. 1월엔 서산 바다 근처에서 조개구이를 먹으며 새해를 맞았다. 겨울이 가기 전에는 춘천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꽁꽁 언 호수 위를 떠다녔고 봄에는 화담숲에서 꽃놀이를 했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는 방콕으로 짧고 굵은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추석 연휴에는 태안에 그리고 가을이 절정이었던 주말엔 호수공원에서 단풍놀이를 했다. 낙엽이 떨어지던 날엔 등산을 다녔다. 자전거도 많이 탔다. 마침 올해 자전거 도로가 새로 개통이 돼서 먼 곳까지 모험을 떠났다...

20231119 밀린일상

저번에 글을 쓸 때는 너무 더웠는데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고 너무 춥다. 🫠 그동안 나는 이러다 내가 닳아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냈다. 근황 기록. 예정보다 조금 늦었지만 신제품을 출시하였다. 같이 고생했던 동료들과 자축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 만든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는 게 영광스럽고 감사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보람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감내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와 걱정으로 괴로웠다. 생각이 끊이지 않아 잠 못 이루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일이 몇 달간 지속되었는데 언제나 그 끝은 자책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터널을 많이 빠져나온 것 같다. 감사하게도 요즘의 나는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 이번 우리 부부의 생일은 모두 평일이었다. 그래..

202308

인생은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어바웃타임- 자전거를 샀다. 장장 5년이나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엄청 고민하다 산 건데 오래 고민한 보람이 있다. 일단 실물이 훨씬 예뻐서 자꾸만 타고 싶어서 음식점 포장 백업은 내가 자원하고 있다. 😆 비가 오지 않는 날은 매일 그와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다닌다. 동네를 조금만 벗어나면 현실감 없는 뷰가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림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살수록 힐링이 된단 말이지. 그리고 자전거로 새로운 곳들을 탐험하면서 숨은 맛집들을 꽤 많이 발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냉면이 아주 시원했던 고깃집인데 선선해지면 다시 가고 싶다. 오랜만에 다녀온 골프장. 꾸준히 ..

202307

7월은 해가 뜨거웠고 비가 많이 왔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부부 동반 모임을 제외하곤 둘 다 방송과 영화들이 푹 빠져 지내느라 주로 거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악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 그리고 엘리멘탈까지. 미디어에 이토록 깊이 몰입한 건 정말 오랜만이다. 그중 베스트는 드라마 악귀였다. 매주 본방을 사수했는데 드라마가 시작되면 우리 부부는 같이 꺅꺅 거리며 손 잡고 산영이와 해상을 따라 이야기에 푹 빠져 봤다. 한 회가 끝난 다음에는 온갖 추리를 하며 다음 주말을 기다렸고 기다리기 힘이 들 때는 배우들의 인터뷰들을 찾아보며 아쉬움을 달래곤 했다. 악귀를 바라는 사람과 그 사람의 가장 약하고 간절한 욕망을 먹고 자라는 악귀들은 허구 같으면서도 현실적이어서 더 몰입하며 감명..

20230630 상반기

올해의 절반이 끝나간다는 게 믿기지 않아 자꾸만 달력을 뒤적거리고 있다. 벌써 6월의 끝자락이다. 1. 상반기의 우리 부부는 너무 열심이거나 게으르거나 했다. 나는 강의를 듣고 책들을 사고 공부하며 기록하는 일에 열심을 냈다.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건 청구하고 아닌 건 사비도 쓴다. 그런데도 늘 허덕이며 매일 나의 에고와 맞서는 기분이다. 경험만큼 큰 자산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글쎄? 싶다. 경험에 의존한 판단은 포장된 견고한 편견이 되어 종종 방해가 될 때가 많다. 그래서 한때는 난 참 똑똑한 사람인데 하고 생각했는데 살수록 숲이 아닌 나무를 보는 시야가 좁은 사람이었다 라는 생각을 한다. 어렸을 때 알았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무지함에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다. 이제라도 다양한 지식들을 소화해 ..

230428 나의 시선에서. 봄.

마트에서 장 보고 집으로 오던 길에 산 노란색 프리지아. 꽃을 샀던 이 날은 지긋지긋했던 추위가 가신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다. 담장엔 노란색 개나리가 활짝 폈고 겨울을 지내는 동안 얼어 죽은 줄 알았던 나무들과 풀들도 사실 죽음은 개뻥이었다는 듯 송골송골 싹을 틔우고 있었다. 나도 집에 봄을 초대하고 싶었다. 이렇게 우리 집에 온 프리지아는 고맙게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봄은 기꺼이 내 초대를 받아줬다. 나이를 먹을수록 노란색이 너무 좋다. 호야가 많이 자라서 분갈이를 한 번 더 해줘야할까 고민하다 기존 대를 빼고 더 큰 대를 덧대줬다. 핑크색 잎이 계속 생기며 잘 크는 중인데 너무 귀엽다.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최근 선물 받은 스투키. 원랜 다른 식물을 주려고 하셨는데 팬더를 보고..

20230314 춘천

눈이 시원한 나머지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준 춘천 의암호. 보통 연초나 이맘때 즈음에 1박 2일로 놀러 다니곤 했는데 이번에는 당일치기 일정으로 춘천에 다녀왔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좋은 이유는 신경 쓰이는 온갖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주말마다 잘 먹고 쉼에도 불구하고 춘천에 가서 뭘 먹고 어디를 갈까에 대한 이야기로 벌써 들뜨고 훌훌 떠나는 느낌이었으니깐. 춘천에서의 첫 번째 일정은 들기름막국수와 닭갈비를 먹는 것이었다. 식당까지 북한강을 따라 이동했는데 길가에 아기자기하고 예쁜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차들과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풍경을 보니 여행 느낌이 물씬 났다. "이런 곳까지도 방문한 사람들이 많네" 하고 중얼거리니 그는 "다음엔 여기도 와보자"라고 했다. 지나치는 풍경들이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