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일상기록

20240324 2,3월은

생즙 2024. 3. 24. 19:26

올해의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준 호접란. 작년에 이어 꽃이 피는 중이다. 1년간 잠잠하더니 계절이 바뀐걸 어떻게 아는 건지 꽃봉오리들이 차오르고 있다. 호접란의 꽃말은 행복이 날아오다 라는데 정말 행복으로 꽉 찬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머님께 그릇들과 냄비 세트를 선물 받았다. 형님네 이사 선물을 보내시다가 우리 것까지 챙겨주셨다. 평소에 눈에 담아두기만 했던 거였는데 진짜 좋고 감사하다. 음식이 담기니깐 더 예쁘다.


와인스토퍼를 산 기념으로 드디어 1년 전에 구매했던 와인을 마셨다. 와인은 샤또 데스클랑 위스퍼링 엔젤. 강민경이 좋아하는 와인으로 유명하던데 맛이 가볍고 향긋했다. 집에서 반주 한 잔을 할 때마다 긴장이 느슨해지는 기분이 좋다.


2월의 눈이 엄청 왔던 어떤 날 오랜만에 목욕탕에 다녀왔다. 주말 낮이라 사람이 많았다.

꼬마 시절엔 할머니와 이모를 따라 아침 일찍 목욕탕에 다녔다. 온탕과 냉탕을 첨벙거리고 놀다 잡혀와 빡빡 때를 밀려 아프다고 악을 쓰며 울곤 했다. 이모는 “때를 밀지 않고 꾀죄죄하면 더러워서 친구들에게 놀림받을 거야” 라며 벅벅 씻겨줬는데 지금도 서럽게 울며 말했던 게 생각이 난다.

“친구들은 나 때 있는지 몰라😭”


집에 오는 길엔 어른들은 언제나 내게 요구르트를 쥐어줬다. 100원짜리 요구르트를 물고 목욕 바구니를 든 어른들을 따라 개나리가 활짝 핀 길가를 따라 집으로 가곤 했다.

이젠 나도 혼자서도 때를 잘 미는 어른이 되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 씻는 내내 이모와 대련하는 기분이 들었다. “귀 뒤도 빡빡 닦아야지!” 코도 여러 번 풀고 머리도 여러 번 감고 깨끗하게 씻었다.


글로리아의 부고 소식을 받았다. 루르히아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신만이 아시겠지. 하지만 그녀는 너를 정말 많이 아꼈었고 하늘에서도 너를 많이 예뻐할 거야.” 라고 했다.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슬펐다. 믿을 수도 없고 무심했던 시간들이 너무 미안하고 솔직히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녀의 말대로 글로리아는 날 매우 아끼고 챙겨줬던 고맙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나도 그녀가 하늘에서 평안했으면 좋겠다.


이번 명절은 시댁, 친정 부모님들을 뵙고 조부모님도 뵙기 위해 여행을 다녀왔다. 태산 같던 어르신들이 나이가 드시고 약해지시는 걸 보니 속상하기도 하고 허무한 마음도 들어 한동안은 솔직히 좀 무기력했다.


4월은 좀 더 파이팅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