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 82

20230225 10주년 그리고

우리가 연인이 된 날부터 만 10년이 되었다. 열 번째 기념일은 시작은 여느 주말과 같았다. 집을 정리하고 나와 카페에 들러 스콘과 함께 커피를 마시다 오미양 (로봇청소기 애칭)이 청소를 마칠때에 맞춰 집에 왔다. 10주년. 특별한 날을 평소처럼 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우리가 만나온 동안 그는 그의 삶을 나는 나의 삶을 각자 잘 살아냈고 서로를 가장 애틋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일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낮에는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저녁에는 둘이 외식을 했다. 식사 장소는 판교 그래비티 앤디쉬 호텔. 각자 먹고 싶은 음식들이랑 가고 싶은 곳들을 추리다 정한 곳이었는데 깔끔하고 가리는 것 많은 우리 부부 입에 대부분 잘 맞아서 연신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었다. 기분 좋은 배부름에 몸..

22년 회고 및 23년 계획

22년을 마무리하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홈메이드 달력을 제작해 봤다. 달력의 테마는 이전과 동일하게 매월 우리 부부가 기억하고 싶은 추억들. 색연필로 얼기설기 그린 그림이라 매우 서툴기 그지없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달력이라고 우쭐거리며 냉장고에 붙여놨다. 업무 회고 목표했던데로 고로 여러 프로젝트를 했다. 재작년엔 이 길이 내 길이 맞는 걸까라는 생각과 앞으로 이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는데 22년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고 그런 고민에서 조금은 벗어난 해였다. 언어를 익히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개발 표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이를 맞추는 시행착오가 있었고 여전히 맞춰가는 중이다. 올해는 언어별 도큐멘테이션에 집중하고 표준에 맞는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론칭하는 것이 목표다. 기록 ..

2022년 12월

이번 겨울은 유독 미쳤나 싶을 정도로 추운 날이 많은 것 같다. 지구 반대편은 너무 뜨거워서 난리라는데 기온이 이렇게나 극단적인걸 보면 지구가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바라클라바와 패딩으로 온몸을 꽁꽁 무장하고 스타벅스에서 하루를 열었다. 텀블러에 담긴 커피의 구수한 향은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한다. 특히 아침 일찍 창밖 너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마음도 뭔가 더 여유로워지고 말이다. 덕분에 스타벅스 프리퀀시가 금방 쌓여 일찍이 다이어리로 교환했다는 소소한 해피엔딩. 업무 근황 기록. 최근 노드를 활용해서 기능 하나를 구현했다. 원래는 야심차게 고로 만들었는데 성능이 좋지 못한것이다. 결국 먼저 만든건 버려야 했고 노드를 써서 새로 만들어야했다. 노드로 처음부터 코드를 짠 ..

2022년 11월은

퍼블릭 골프장에 다녀왔다. "곧 해도 바뀌니 골프장은 내년에 가야겠지?"라고 하자 남편 왈 "그럼 당장 가야겠지?"라고 하더니 예약을 해버렸다. 그리하여 나는 친구 A에게 우리 부부의 파티원이 되어 달라고 했고 A는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합류했다. 그녀는 마침 최근 차를 뽑아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했다. SUV를 몰고 온 그녀의 걸 크러쉬 한 모습이 매우 믿음직스러웠다. 골프장 입장 시간은 오후 2시였다. 그래서 시작 전 식당에 모여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남편은 골프 왕 왕초보인 나와 A에게 골프장에서의 예절과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다. 엄마새에게 훈련받는 아기새처럼 우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좀 남아 그를 따라 클럽하우스도 보고 주변 구경을 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긴..

이제야 놓아주는 22년 10월

바야흐로 10월이다. 단풍놀이가 하고 싶으면 그냥 나가거나 창문을 연다. 노랗고 붉은 단풍나무들이 번쩍번쩍하게 빛을 내고 있어 밤낮 상관없이 가을을 즐길 수 있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선선하여 때를 가리지 않고 집에서도 밖에서도 완연한 가을을 즐기고 있다. 호박고구마를 사 와 시간 될 때마다 구워 먹고 있다. 요리의 알림을 알리는 에어프라이어의 땡 소리가 나면 일단 창문을 연다. 왜냐면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 꿀이 뚝뚝 흐르는 고구마를 먹으면 꿀맛이니깐. 이렇게 먹으면 유난히 달고 맛있다. 단풍과 고구마와 함께 두 팔 벌려 가을을 물씬 맞이하고 있다. 10월은 내 생일이 낀 달이었다. 생일은 특별한 날이긴 하지만 감흥을 느끼기에는 이젠 나도 나이가 들어 무덤덤하네 하고 생각했는데 감사한 행복으로 꽉 찬 하..

2022년 9월

그런 때가 있다. 장소나 상황 그리고 공기를 포함한 모든 타이밍들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 그래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감각들이 너무나 생생해져 현실감이 없어지는 지극히도 사적인 순간 말이다.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어떤 날 도로에는 차들이 많았다. 밖은 어둑어둑했고 우리는 느릿느릿 이동하는 중이었다. 나는 가만히 노래를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들에 잠겨 있다가 운전 중인 남편에게 할 말이 생각나 고개를 돌려 운전석을 봤다. 그런데 그의 모습 뒤로 뉘엿뉘엿 지는 석양에 어스름해진 하늘이 말갛게 물들여지고 있었다. 산 끝자락에서 보일락 말락 하는 햇빛이 반짝 거리고 있었고 그 아래 운전대를 잡은 나의 배우자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중이었다. 나지막한 그의 소리까지도 너무나 조화롭고 아름다웠던 날. 성경의 마..

2022년 8월은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을 보냈다. 깜짝 선물로 레터링 케이크를 준비 중이었는데 배우자 역시 몰래 동일한 케이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함께 살면 서로의 수상쩍은 행동은 금방 간파하기 마련이다. 각자의 서프라이즈를 들킨 우리는 결국 같이 케이크의 문구와 종류를 정하고 주문했다. 서프라이즈를 못 한건 아쉽지만 과정이 매우 유쾌하고 재미있었으니 이것으로 충분하다. 점심에는 미쉐린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 식사를 했다. 해가 뜨거웠는데 큰 나무들이 곳곳에 울창하게 자리 잡고 있어 가는 길이 시원해서인지 가게를 향해 가는 걸음이 기대가 되고 설렜다. 그렇게 도착한 식당에서 우리는 각자 먹고 싶었던 샐러드와 파스타 두 개를 주문했고 게 눈 감추듯 금방 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갈 듯싶..

20220910

8월을 지내며 유부 5년 차가 되었고 최근의 나는 시댁에 다녀올 일이 많았다. "시"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 때문인지 아이가 없는 내가 시댁에 자주 놀러 가는 걸 보고 많은 사람들의 눈이 훠둥그레지는 경우가 많다. 혹은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반응들을 보면 시댁 방문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을 받은 것임은 분명하다. 5년이 지났지만 시부모님은 여전히 나를 손님이자 가족처럼 대해주시는 분들이다. 그런 두 분의 성품과 배려가 좋은 건 나뿐만 아니라 내 윗동서인 형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집처럼 편하게 와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안도감에 한숨 돌리는 표정을 보면 동질감이 느껴진단 말이지. 아기가 태어난 후론 외식 대신 집 밥을 먹는다. 모두가 참여하여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밥..

2022년 7월은

하반기가 시작되면서 상반기부터 벌였던 여러 일들이 마무리 되었다. 덕분에 쉼표를 찍고 감사하게 잘 지냈다. 개발했던 서비스가 베타 버전으로 외부에 오픈이 되었고, 팀 내 새로운 개발자도 충원이 되었다. 오픈 메일을 보내고 배우자에게 어때? 하면서 서비스를 시연해봤는데 진짜 내가 만든거냐며 신기해해서 뿌듯했다. 상반기에 들어야하는 강의들도 잘 들었고 이런 것들은 업무에 적용해도 좋겠다 싶은 것들을 정리해서 제안했는데 팀장님이 좋은 의견으로 받아들여주시고 같이 일하는 팀원들도 동참해줘서 좋았던 달이기도 하다. 다른 장소와 환경에서 다른 일을 하는 나의 배우자 역시 팀에 새로운 인원이 충원이 되면서 좋게 하반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한다. 주말에도 여러 일들로 나와 그는 양가 부모님이 계신 곳을 매주 다녀왔다. ..

2022년 6월은

부지런히 지냈다. 그리고 배우자와 많이 놀았다. 그와 노는건 늘 재밌다. 6월은 그와 주말에는 카페와 빵집 투어를 했고 시댁에도 다녀왔고 저녁엔 이젠 루틴이 된 운동을 하고 밤산책을 했다. 여름 냄새가 나니 간간히 페루 생각이 난다. 후덥지근하지만 가로등으로 밝게 비춰진 공원에서 산책하던 사람들 모습이라든지 노상에서 장사하던 사람들과 그 사이에서 씩씩하게 돌아다니던 내 모습까지 떤올라 여름 밤엔 특히 기분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는다. 월 초에는 그와 골프장에 다녀왔다. 처음이라 많이 긴장하긴 했지만 아주 즐거웠다. 잔디에서 공만 띄워보자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공은 잘 떴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는 했으나 공도 좀 잃어버렸다. ㅋㅋ 그래도 꽤 편안하게 쳤는데 경험자인 그가 매 홀마다 리드를 잘 해줘서였던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