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일상기록

2022년 12월

생즙 2023. 1. 15. 23:08


이번 겨울은 유독 미쳤나 싶을 정도로 추운 날이 많은 것 같다. 지구 반대편은 너무 뜨거워서 난리라는데 기온이 이렇게나 극단적인걸 보면 지구가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바라클라바와 패딩으로 온몸을 꽁꽁 무장하고 스타벅스에서 하루를 열었다. 텀블러에 담긴 커피의 구수한 향은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한다. 특히 아침 일찍 창밖 너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마음도 뭔가 더 여유로워지고 말이다. 덕분에 스타벅스 프리퀀시가 금방 쌓여 일찍이 다이어리로 교환했다는 소소한 해피엔딩.


업무 근황 기록. 최근 노드를 활용해서 기능 하나를 구현했다. 원래는 야심차게 고로 만들었는데 성능이 좋지 못한것이다. 결국 먼저 만든건 버려야 했고 노드를 써서 새로 만들어야했다.

노드로 처음부터 코드를 짠 적이 없던 나는 책과 강의그리고 프론트 개발자들에게 물어가며 공부와 병행하며 업무를 해내야 했다. 무조건 만들어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하며 스스로가 의심이 되어 좌절하긴 했지만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동기부여가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개발 언어가 달라도 메커니즘과 프로젝트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번에 한 건 해변의 모래알 정도고 당장 더 구현해야 하는 것도 많이 남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언어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계기가 되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덤으로 얻었으니 이 마음 잘 유지해서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



12월은 바빠서 연말이라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았다. 보통 회사에서 새 다이어리를 주면 즉시 바꿔서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해가 바뀌기 전까지 2022년 달력과 다이어리를 바꿀 수 없었다. (해가 바뀐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런 중 이력서가 많이 들어왔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채용이여! 이제는 서류든 사람이든 만나면 얼추 감이 오는 것 같다. 그중 이 사람이다 하는 느낌이 온 사람이 있었다. 나는 꼭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골프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건 스스로도 매우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루틴. 그런데 채를 잡고 하는 운동이다 보니 손이 많이 상하긴 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우연히 내 손을 본 팀장님과 팀원들이 많이 놀라고 걱정해줬다. 그러고 보니 정말 내 손바닥이 너무 너덜거려서 민망했다.

다음날 하주임님이 핸드크림을 선물해 줬다. 어른이 되고 밥벌이를 하면서 점점 깨닫게 된다. 배려와 염려는 바쁜 생활 속 본인의 궤적에 상대를 포함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더 고마웠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날.


집 근처로 교회를 옮겼고 교회 옆에 근사한 빵집을 알게됐다. 우리 부부는 이 곳을 방앗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맛이 너무 황홀해서 우리끼리만 먹기가 좀 아쉬워서 나도 그도 빵을 사서 각자 팀원들과 나눠 먹었는데 다들 너무 맛있다고 해서 뿌듯했다.


쇼핑기록. 12월엔 크리스마스라고 뭘 많이 샀다. 나이를 먹을수록 커플템이 좋단 말이지. 커플 운동화와 커플 패딩을 장만했다.

웰포트 가습기도 샀다. 35만 원짜리 가습기라니 고민 진짜 많이 하고 다른 가습기들과 비교하고 샀는데 한국산은 웰포트 하난 거 같아서 구입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진짜 좋다. 공기가 부쩍 훈훈해졌고 씻기도 편하다.


축구 덕분에 행복했던 달이기도 하다. 퇴근 시간에 맞춰서 중계하는 경기를 방송으로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꼭 우리 나라 경기가 아니어도 짜릿하고 재미있었다. 특히 기쁨을 안겨준 포르트갈의 경기는 초반 골을 먹고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가 마지막 뒤집힌 결과에 밤 우리 부부는 서로 얼싸안고 울었다. 지금도 그때 경기를 생각하면 마음이 울렁거리고 감정이 훅 하고 올라온다.


처음으로 스크린을 쳤다. 스크린이지만 바닥 경사라든지 하는 것들이 꽤 현실감이 있어서 굉장히 어려웠다. 날이 따뜻해지기 전까지 가끔 치러다니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2022년은 이렇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