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 82

2022년 5월의 기록

장미가 활짝 피었고 날이 부쩍 더워졌다. 맥주가 가장 시원하고 맛있는 계절. 아이스크림을 물고 밤 산책하기도 가장 좋은 때가 왔다.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 섞여 여름 냄새가 나는 것도 좋고 냉면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이른 시간에 떴다 늦은 시간이 뉘엿뉘엿 지는 해도 좋고 요즘 같이 저녁 8시에도 환한 바깥을 보면 밝고 뜨거웠던 스페인이 떠오르는 것도 좋아.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지는 가벼운 화이트와인도 여름에 아주 잘 어울린다. 그래서 또 좋고. 푸릇함 속에 피어있는 꽃들을 볼 수 있는 것은 5월과 6월이 주는 특권이다. 그리고 나는 이 달의 특권을 아주 잘 누리고 있다. 깊이 뿌리 내리고 자기 자리에서 쑥쑥 자라는 생명들을 보면 뭔가 나도 의욕이 생긴단말이지. 이번 달은 외부 일정이 많았다..

20220427 4월 기록

골프입문기. 제작년부터 회사에는 골프 붐이 일었다. 평일 저녁엔 팀장님들은 실 임원들과 스크린을 치러 갔고 주말에는 1박 2일로 아예 필드로 나가곤 했다. 팀장님은 다음 날이면 오전부터 우리 팀원을 모아놓고 전날의 썰을 풀며 다가 니들도 미리 미리들 준비해놓으라는 당부로 끝맺곤 했다. 그 영향으로 나와 같은 직급의 팀원들까지도 하나 둘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아직 시작하지 않은 이들은 슬슬 마음이 급해졌다. 우리들끼리 술 한잔 하는 날에는 "ㅇㅇ이도 레슨 시작했다던데,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골프 시작해야 돼!" 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로 골프는 40살이 되기 전 꼭 미리 준비해야하는 숙제이자 필수 교양 같은 존재가 되었다. 비슷한 또래 직장인인 배우자 역시 마찬가지. 그는 작년부터 상사분들과 함께 필드에 ..

20220401 3월은

딸기를 많이 먹었다. 바야흐로 딸기의 계절이다. 가격이 많이 싸져서 포도와 딸기를 실컷 사먹었다. 주말에는 언제나처럼 조금 일찍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사과와 망고를 깎아서 먹거나 콘푸라이트를 먹었다. 이것도 루틴이 되니 점점 과일이 예쁘게 깎아져 스스로 좀 대견했다. KIMES에 다녀왔다. 지인 한 분이 내가 키메스에 간다는 말을 듣고 초대권을 구해주셨다. 여러 기구들을 체험해보기도 하고 요즘 트랜드나 디자인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부담없이 마사지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다만 모처럼의 서울 데이트라 계획이 많았으나 실상은 열정적인 전시 구경으로 녹다운이 되었다. 더 잘 돌아다니지 못해 무척 아쉬웠다. 너무 아쉬워하니 그가 화이트데이 선물로 키메스에서 체험했던 손마사지기를 선물해줬다. 손..

20220304 2월

그와 함께하는 새로운 루틴이 하나 추가됐다. 퇴근 후 운동. 새해를 기점으로 그의 설득으로 레슨을 등록하고 우리는 함께 운동을 다니고 있다.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속상한 날이 많았는데 나의 자존감 지킴이인 그가 정말 많이 위로해줬다. 그리고 꾸준한 도움 덕분에 근육도 잘 붙고 있고 운동에도 조금씩 흥미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운동이 끝나고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그의 주머니 속에서 손을 잡고 앙상한 나무 사이를 걸으며 우리가 공유하지 못했던 하루를 나눈다. 가끔 너무 배가 고픈 날은 햄버거를 포장하거나 단골 가게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와 각자 씻고 같이 티타임을 가진 후 전기장판 위에서 뒹굴거리다 노곤 노곤해져 잠이 들곤 한다. 종종 자기 전에 티비를 보면서..

20220206 1월

행사가 많았던 달. 친정 부모님 생신이 몰려있어 주말 격주로 엄마아빠를 찾아뵈었다. 첫 번째 행사 때는 배우자 까치군이 직접 양식을 요리해서 대접해드렸고 두 번째 행사때는 맛있는걸 사드리고 용돈을 드렸다. 사위가 해준 음식이라니 엄청 감동하시며 드시더니 상세하게 레시피를 물어보고 가셨다. 생신 당일은 평일이라 출근을 했는데 두 분이서 집에서 홈파티하는 모습을 찍어서 보내주셨다. 행복함이 느껴지는 즐거운 사진이었다. 그와 올해로 친구 10년차 그리고 연인 9년차가 되었다. 근교로 나가서 콧바람도 쐬고 외식을 하고 역시나 몇 년만에 영화관에서 씽투게더를 봤다. 너무 감동적이라 울컥했는데 그 역시 같은 장면에서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여운을 안고 집에 오는길에 작은 케이크를 샀고 씻고 자기 전에 초를 ..

2022년 구정일기

1/28 금 단축근무로 오전만 근무하고 오후에 퇴근을 했다. 배우자 까치군도 마찬가지로 오전 근무만 해서 그는 잠깐 게임을 했고 나와 낮잠을 잤다. 그리고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운동을 했다. 운동이 끝나고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사서 집에서 맛있게 먹고 함께 나혼자산다를 보고 잤다. 오늘의 나혼산에는 코쿤과 나래씨가 나왔는데 너무 재밌어서 간만에 깔깔 가리며 웃으며 봤다는. 1/29 토 늦잠을 잤다. 하지만 잠을 깨기 위해 새로 생긴 카페에 가서 차 한 잔 하고 그와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그는 과자를 잔뜩 사겠다며 설레했지만 내가 떡국 재료와 고기 등을 잔뜩 산 덕택에 짐이 많아 과자를 하나도 못 샀다. 재료를 정리하고 나는 머리를 잘랐고 매달 만나는 미용 디자이너님과 넷플릭스의 나의 문어선생님에 대해..

21년 회고 및 22년 계획

새해를 기대하며 달력을 만들었다. 월마다 그와 함께 했던 좋은 추억들을 그림으로 그렸는데 좀 허접하긴 하지만 어짜피 나만 보는거니깐 뭐 어때? 뭐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한해 회고도 되고 즐거웠다. 완성된 달력도 냉장고에 붙였으니 정식으로 2021년 회고 및 2022년 계획 시작. 휴식 2021년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기쁨을 누렸다. 덕분에 체력을 많이 아꼈다. 쉬는 날까지도 집에서 뒹굴거리며 사계절을 보냈다. 대부분의 일과는 비슷했던 것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내리고 서재에서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는 동안 그도 일어나서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그러다 출출해지면 나는 빵을 굽고 그는 커피를 내린다. 함께 오전 티타임을 갖다 내가 빨래를 하면 그는 청소를 하고 집안일이 어느정도 마..

20211218 with 배우자

눈이 왔다. 그와 함께 보는 첫눈이었다. 창밖의 눈을 정신없이 구경했고 오늘이 주말인 것에 감사하며 나는 빵을 구웠고 그는 커피를 내렸다.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그는 눈을 맞으러 나가자고 졸랐다. 집에 있고 싶었지만 해맑게 눈 구경 하러 가자는 그의 얼굴에 마음이 약해져 패딩으로 무장을 하고 눈을 맞으러 갔다. 그는 신나서 눈을 던지며 놀다 손이 시렵다며 덜덜 거렸고 나는 으이그 바보야 하면서 차가운 그의 손을 잡고 따뜻하게 데펴줬다. 그런데 그의 반대손이 바쁘다. 슬쩍 보니 걸어가면서 열심히 포켓몬을 잡고 있었다. 스팟쪽으로 오니 새로운 포켓몬들이 많이 잡힌다며 무척 행복해했다. 그가 근처 정육점에서 고기 할인 행사를 한다며 한 번 가보자고 하더니 육회를 엄청 샀다. 기쁨에 찬 그는 집에 돌아와 고기의..

20211208

올해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단풍놀이를 하고 얼마 있지 않아 벌써 눈이 두 번이나 왔고 낙엽이 졌다. 잎새를 떨군 대신 나무들은 영롱한 전구옷들로 갈아입고 겨울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한때는 겨울은 너무 춥고 움추러드는 계절이라고 생각했었다. 차가운 것도 싫고 앙상한 나무들이 너무 을씨년스러워서 다가올 봄만 손꼽아 기다리며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렸는데 이사 온 작년을 기점으로 겨울을 좋아하게 됐다.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매 계절마다 너무 예쁘고 다채롭다. 가만히 앉아서 밖을 구경하는게 너무 좋고 힐링이 된다. 지금의 내게 겨울은 사랑하는 사람과 따뜻한 집에서 맛있는걸 먹고 쉼을 주는 계절이다. 그래서 나도 다가올 겨울을 환영하기 위한 내 나름의 행사를 했다. 새로운 극세사 잠옷을 주문했고 그와..

2021110 가을근황

날이 제법 쌀쌀해졌다. 나뭇잎 색이 점점 진해지더니 곧 노랗고 빨갛게 물들여졌다. 얼마 전인 여름까지는 이룬 것 없이 시간만 빨리 지나는 것 같아서 초조했는데 가을이 오고 올해가 두 달 정도 남은 지금은 꽤 평안하다. 다행히 내 나름의 작은 수확이 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올해의 단풍놀이는 집에서의 요양으로 대신했다. 집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충분히 멋스러워 나름의 실내 단풍놀이를 즐겼다. 에어프라이어로 밤과 고구마를 구웠고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며 아름다운 계절을 보내고 있다. 전기장판을 꺼내서 뒹굴거리며 귤을 까먹고 바깥을 보며 멍도 때리다가 찌푸둥하면 동네를 산책하기도 했다. 요즘엔 아파트들 조경이 워낙 깔끔하고 잘 되있다보니 산책 때마다 눈이 즐겁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