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일상기록

2022년 5월의 기록

생즙 2022. 6. 3. 07:30


장미가 활짝 피었고 날이 부쩍 더워졌다. 맥주가 가장 시원하고 맛있는 계절. 아이스크림을 물고 밤 산책하기도 가장 좋은 때가 왔다.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 섞여 여름 냄새가 나는 것도 좋고 냉면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이른 시간에 떴다 늦은 시간이 뉘엿뉘엿 지는 해도 좋고 요즘 같이 저녁 8시에도 환한 바깥을 보면 밝고 뜨거웠던 스페인이 떠오르는 것도 좋아.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지는 가벼운 화이트와인도 여름에 아주 잘 어울린다. 그래서 또 좋고.


푸릇함 속에 피어있는 꽃들을 볼 수 있는 것은 5월과 6월이 주는 특권이다. 그리고 나는 이 달의 특권을 아주 잘 누리고 있다. 깊이 뿌리 내리고 자기 자리에서 쑥쑥 자라는 생명들을 보면 뭔가 나도 의욕이 생긴단말이지.


이번 달은 외부 일정이 많았다. 어머님 생신, 어버이날 행사로 3주 연속 가족 모임이 있었고 결혼식과 약속 등으로 외부 일정이 많았다. 업무적으로는 전보를 앞두고 있어 송별회와 환영회 등으로 회의와 회식이 많았다. 대내적으로는 날이 좋아 주말과 평일 저녁을 가리지 않고 그와 데이트와 산책을 엄청 했다.


휴일에 그와 K리그 경기를 직관했다. 그의 영향으로 스포츠와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다. 마침 어린이 날 경기가 있어서 예매를 했고 우리는 잔뜩 설레는 마음으로 과자와 음료수를 들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경기는 기대했던 것 보다도 훨씬 재미있었다.


다같이 한 마음으로 응원하는 것도 재미있고 티비에서만 보던 선수들이 직접 눈 앞에 있는 것도 신기했다. 방송보다 경기가 훨씬 빠르고 극적으로 이루어져 꽤 쫄깃하기도 했고 첫 축구 직관에 응원하는 팀이 이기기까지 해서 더 재밌었다. 경기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 우리는 이 정도로 재밌는 줄 알았다면 진작 경기 응원을 갔어야한다는 아쉬움을 나눴다. 다음 경기 역시 시간만 된다면 꼭 가고 싶어 일정을 표시해뒀다.


여러 이유로 많이 바빴지만 운동 만큼은 꾸준히 하고 있다. 잘 칠 때도 있고 잘 못 칠 때도 있다. 운동 후에는 몸이 개운하지만 한편으로는 솔직히 너무 피곤하고 괴롭기도 하다. 그래도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쓸데없는 잡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꾸준히 늘고 있는게 느껴져서 좋다. 특히 이번 달에는 프로님이 내 실력이 아주 극단적으로 많이 늘어서 보람이 많이 느껴진다며 칭찬해주셨다. 사장님도 슬쩍 내게 와서 프로님이 내가 많이 늘어서 엄청 자랑하셨다고 귀뜸해주셨는데 골프채를 사길 잘 했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엄마아빠를 만났다. 우리 부부와 넷이서 여행을 했는데 두 분이서 손을 꼭 잡고 다니셔서 보기 좋았다.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멋진 풍경을 보면서 사진을 찍고 소담소담 대화를 많이 했다.

시부모님과 형님 가족들도 만났는데 그 사이에 애기가 많이 커서 신기하고 귀여웠다. 아가인 시조카를 돌보는 형님 부부와 남편 그리고 시부모님을 보며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저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 뿐이었다.


게다가 이번 달은 애 엄마가 된 친구들을 만날 일이 많았다. A는 우리 부부에게 몇 년만에 봤는데 어쩜 둘은 그대로냐고 했고 나의 배우자는 A에게 "우리는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그래" 라고 했다.

워킹맘이 된 다른 친구에게 엄두가 나지 않는데 어떻게 그렇게 척척 아이를 낳고 키우는건지 모르겠다고 하자 B는 "야 어떻게든 다 되더라" 라고 이야기했다. 생명을 평생 책임지고 독립해서 잘 살 수 있도록 키워내겠다고 마음을 먹는게 멋져 보인다.


5월 초에는 M양을 오랜만에 만났다. 그녀도 요즘 골프를 배우고 있다고 해서 막판엔 골프 이야기로 엄청난 수다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간만에 만났는데도 최근 근황부터 대화가 끊이지 않았고 너무 재미있었다.


부부의 날 배우자에게 꽃을 선물 받았다. 꽃은 우리 결혼식 때 부케로 쓰였던 카라 :) 5송이의 카라는 당신만한 여자는 없습니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큼큼.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 많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있다. 바쁜 마음에 쫓기지 않으려 틈틈히 산책을 하고 기도를 한다. 혼자 하는 아침 산책 시간은 아침이 주는 에너지가 느낀다면 같이 하는 밤산책 때는 저녁으로부터 얻는 위안과 힘이 있다.


점점 바빠지는데 상황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TF가 꾸려졌고 최근 몇 달 동안은 내가 주축이 되어 매주 임원실에 들어가 보고를 해왔다. 조직이 변경되면서 다음주부터는 보고 형태가 달라질테니 좀 나아지려나? 회의 하루 전 날만 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데드라인은 정해져있는데 개발해놓고 설계까지 엎어진 것도 여러 번이다. 그동안 문제 없던 예산이 문제가 되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기도 하고.. 이것 말고 중요한 일들이 많은데 자꾸 돌뿌리에 엎어지는 기분이라 무기력감이 덮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마음에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든 과정이 결국은 가장 좋은 방향을 찾아가는 길이리라. 덕분에 여전히 개발 공부를 계속 하고 있다. 잘 모르는만큼 치열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다행히 공부로만 끝나지 않고 실무에 적용해서 풀어가고 있다는 건 스스로 칭찬해~


정신없는 나를 대신해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를 많이 챙겨줬다. 이번 달 평일엔 내가 저녁을 차린 적이 한 번도 없고 바깥 음식이 질릴 때마다 그가 요리를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해줬다. (허겁지겁 먹어 사진이 한 장 뿐임) 쓰다보니 분리수거도 이번 달은 같이 한 적 없이 그가 혼자 다 했고 세탁소도 그가 갔다. 부모님과의 여행 때도 운전을 도맡아하고 여행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줬다.

좀비처럼 돌아다니는 나를 챙겨 매 저녁마다 머리를 말려주고 고생했다며 옆에서 손목과 다리를 주물러주며 초조해하는 내게 말하곤 했다. "기분 좋은 생각을 해보자" 그렇게 그가 나긋나긋 말하는 걸 듣다 보면 눈커풀이 견디질 못하고 푹 자게 된다.


부지런했고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마음도 조금 고되었던 달이었다. 6월은 좋아하는 맥주도 자주 마시고 과일도 많이 챙겨 먹고 업무용 책이 아닌 읽고 싶은 책도 읽고 영화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길.

*** 덧, 5월에 먹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