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일상기록

20211208

생즙 2021. 12. 9. 07:28


올해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단풍놀이를 하고 얼마 있지 않아 벌써 눈이 두 번이나 왔고 낙엽이 졌다. 잎새를 떨군 대신 나무들은 영롱한 전구옷들로 갈아입고 겨울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한때는 겨울은 너무 춥고 움추러드는 계절이라고 생각했었다. 차가운 것도 싫고 앙상한 나무들이 너무 을씨년스러워서 다가올 봄만 손꼽아 기다리며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렸는데 이사 온 작년을 기점으로 겨울을 좋아하게 됐다.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매 계절마다 너무 예쁘고 다채롭다. 가만히 앉아서 밖을 구경하는게 너무 좋고 힐링이 된다. 지금의 내게 겨울은 사랑하는 사람과 따뜻한 집에서 맛있는걸 먹고 쉼을 주는 계절이다.




그래서 나도 다가올 겨울을 환영하기 위한 내 나름의 행사를 했다. 새로운 극세사 잠옷을 주문했고 그와 주말에 장식품을 한아름 구매한 다음 집에서 자고 있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내 꾸몄다. 저녁마다 전기장판 위를 뒹굴거리며 귤을 까먹었더니 한 박스씩 사도 2주면 동이 났다. 벌써 두 박스를 클리어하고 새로운 한 박스를 구매했다.


출근 전 아침마다 진하게 커피를 내려 간식과 함께 텀블러에 담아가고 있다. 원래는 아침마다 카페에 들러 테이크아웃 잔에 담아 커피를 사가는게 습관이었는데 하루종일 잔을 재사용하니 몸에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이 느껴졌다.


일회용 잔을 의식하다보니 생각의 꼬리는 환경으로 연결되어 앞으로 10년을 일한다고 가정하고 개인컵을 사용한다면 15,000잔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소한 계기로 사용하게 된 텀블러 덕택에 아침이 더 바빠지긴 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니 하루종일 따뜻한 커피와 물을 마실 수 있어서 좋아 남편에게도 텀블러를 선물했다.



이달의 원두는 콜롬비아 원두. 아침에 콜롬비아산 원두로 커피를 내리면 특유의 커피 냄새과 함께 예전에 새벽에 콜롬비아 공항에서 커피를 마시던 공기와 분위기가 생각이 난다. 그럼 또 일상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게 된다.


얼마 전에 시조카가 태어났다. 100일을 맞이해 오랜만에 시부모님과 형님네에 갔다. 내 직계 가족이 아니라 그런지 사진만 봤을땐 신기하고 기분이 이상한 정도였는데 막상 보니 엄청 귀여웠다. 쑥스러워서 말로는 못하고 안아주면서 속으로 세상에 태어난걸 환영하고 축복해 하고 이야기해줬다. 형님네 부부는 떼쓰는걸 못 봐서 그렇다지만 그래도 너무 예쁜걸요? 건강하게 쑥쑥 크거라. 집에 오니 형님에 부부가 우리가 좋아하는 캡슐을 잔뜩 보내주셨다.



전 회사 동기가 결혼을 했다. 동기가 여러명인데 우리 중 나이도 제일 많고 마지막 기혼자였다. 대부분 서울 경기에 있어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당연히 동기들 얼굴 보겠다 했는데 나를 포함해서 딱 두 명만 왔다. 그래서 셋이서 신랑 입장 전까지 진짜 엄청난 폭풍수다를 했다는 ㅎㅎ



이달의 꽃 델피니움. 꽃 색깔이 특이하다. 처음엔 완전 파란색이었다가 1차 꽃잎이 지자 하얗게 봉우리 졌던 꽃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식탁에 올려놨는데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놓고 보니 겨울 느낌이 물씬 나네. 푸른색에서 보라색으로 보라색에서 흰 색으로 바뀌었다. 다음에는 예쁘고 큰 화병 몇개를 좀 다 사야겠다.


오랜만에 그와 보드게임을 했다. 전자기기로 하는 게임에서 벗어나 간만에 오프라인 게임을 하니 재밌었다. 보드게임 개발자들은 정말 똑똑한 분들이다. 아니 보통 지능이 아닐꺼다. 매번 막힘없이 게임이 진행되는게 경이롭다. 첫 판은 내가 이겼고 두 번째 판은 그가 이겼다.


요즘 또 맛있고 새로운 음식을 먹을 일이 좀 있었다. 그도 나도 회사 동료들과 새로운 식당을 찾아 맛있는걸 먹고 집에 돌아와 서로 열띤 자랑을 하다 배가 고파져 또 우리끼리 갑작스레 외식을 하기도 했다. (토마호크를 처음으로 먹어봤는데 생각했던것보다 부드럽고 맛있었다.) 눈과 입 그리고 배가 실컷 호강하고 있다.



집에서는 팥이 꽉찬 호빵을 찌거나 밤과 고구마를 사서 실컷 구워먹고 있다. 보쌈과 피자를 데펴먹기도 하고 무튼 올해 겨울은 특히 잘 먹고 따뜻하게 지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