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일상기록

20220206 1월

생즙 2022. 2. 7. 20:58


행사가 많았던 달. 친정 부모님 생신이 몰려있어 주말 격주로 엄마아빠를 찾아뵈었다. 첫 번째 행사 때는 배우자 까치군이 직접 양식을 요리해서 대접해드렸고 두 번째 행사때는 맛있는걸 사드리고 용돈을 드렸다. 사위가 해준 음식이라니 엄청 감동하시며 드시더니 상세하게 레시피를 물어보고 가셨다.

생신 당일은 평일이라 출근을 했는데 두 분이서 집에서 홈파티하는 모습을 찍어서 보내주셨다. 행복함이 느껴지는 즐거운 사진이었다.


그와 올해로 친구 10년차 그리고 연인 9년차가 되었다. 근교로 나가서 콧바람도 쐬고 외식을 하고 역시나 몇 년만에 영화관에서 씽투게더를 봤다. 너무 감동적이라 울컥했는데 그 역시 같은 장면에서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여운을 안고 집에 오는길에 작은 케이크를 샀고 씻고 자기 전에 초를 불고 간단히 축하하는 시간을 보냈다.

9년 전 오늘 그는 평생 사랑하고 함께 하자고 했다. 나는 뭐든 영원한 건 없다고 시큰둥하게 이야기했었다. (고맙게도 그는 내가 뭐든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들을 전혀 듣지 않는 특성이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군. 내년도 이런 감사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함께 했으면 좋겠네.


근 몇년만에 아웃백에 갔다. 그는 아웃백 립이 그랍다고 했고 나는 투움바 파스타가 먹고 싶었다. 그래서 런치시간에 맞춰서 그득하게 음식을 주문했다. 그리고 정말 쉬지 않고 수다를 떨었다. 나는 학생 때 친구들과 놀러왔던 기억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는 아웃백의 현재 풍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와 노는 것은 꽤 재미있다. 예전엔 잘 몰랐는데 그는 꽤 인싸이기도 하고 수다쟁이라 말리지 않으면 끝없이 말을 한다. 어느 정점에 도달하여 내 표정에 지루함이 느껴지면 그는 "이상, 설명충이었슴돠" 하고 잠깐 쉰다.


1월은 개발하고 있던 것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고 새로운 임무가 맡겨졌다.

요즘엔 도커와 MSA 와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대충 알고 넘어갔던 내용들을 짬짬이 인강을 듣고 스터디를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자습했던 내용들을 업무에 도입해보고 있는데 유관 업무 분들에게 도입한 내용을 발표하고 앞으로 가져가고 싶은 tobe 모델에 대해서 설명했다.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것인지 함께 고민해달라는 취지의 미팅이었는데 어쩐지 세미나 같이 되어서 고민이 더 커졌다.


개발자 중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서 어떤 날은 기가 죽을 때도 있고 이제는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시작보다 중요한 것은 이어짐 즉 꾸준하게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밥값을 하며 살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더 노력해야지.


우리는 이번주에 계속 밥을 해먹었다. 류수영님의 편스토랑을 보고 잡채밥을 했는데 맛의 신세계였다. 밥을 먹고 너무 감동했던 우리는 티비를 돌리다 류수영님 부부가 나오면 일단 채널을 고정하게 됐다.


배우자 까치의 지인 집에 초대 받아 먼 여행을 했다. 9년 전 학생이었던 그의 대학교 근처에서 내게 밥을 사줬던 친구였는데 그동안 장성하여 회사를 다니고 결혼도 했다. 오랜만에 넷이 만나 즐겁게 식사를 하고 여자들끼리는 화이트와인을 마셨다. 다같이 자리를 정리하고 스플랜더 확장판으로 게임을 했고 부부당 각 1승씩 하고 정리했다.

언제봐도 유쾌한 커플이다. 배웅을 하며 우리에게 꽃차를 챙겨줬는데 향이 아주 그윽하고 좋아서 자기 전에 차를 우려마시고 있다.


살면 살수록 나이 값을 하며 사는게 쉽지 않다. 위인은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이에 걸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가 거듭될수록 의도와 상관없이 죄만 많이 쌓이는 것 같은 기분. 주어진 역할에 감사하며 충실히 다음달도 잘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