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일상기록

2021110 가을근황

생즙 2021. 11. 10. 22:18


날이 제법 쌀쌀해졌다. 나뭇잎 색이 점점 진해지더니 곧 노랗고 빨갛게 물들여졌다. 얼마 전인 여름까지는 이룬 것 없이 시간만 빨리 지나는 것 같아서 초조했는데 가을이 오고 올해가 두 달 정도 남은 지금은 꽤 평안하다. 다행히 내 나름의 작은 수확이 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올해의 단풍놀이는 집에서의 요양으로 대신했다. 집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충분히 멋스러워 나름의 실내 단풍놀이를 즐겼다. 에어프라이어로 밤과 고구마를 구웠고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며 아름다운 계절을 보내고 있다.



전기장판을 꺼내서 뒹굴거리며 귤을 까먹고 바깥을 보며 멍도 때리다가 찌푸둥하면 동네를 산책하기도 했다. 요즘엔 아파트들 조경이 워낙 깔끔하고 잘 되있다보니 산책 때마다 눈이 즐겁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분들이 애써 주시기 때문이리라. 감사한 분들이 많다.



최근에 약속이 좀 있었다. 집순이인 내게 약속은 사건이다. 집과 회사를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는것이니. 얼마전에는 분당에서 허와 김을 만났고 서울에서는 소대리님, 갈귀양 그리고 다른 날엔 첫 회사 후배였던 오양과 저녁 식사를 했다. 간만의 재회도 좋았지만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갈귀와는 마라샹궈를 오양과는 짜파구리와 특이한 치킨을 먹었는데 맛부터 분위기까지 꽤 만족스러웠다.

허와 김 그리고 나. 우리 셋은 나이와 결혼 시기가 고만고만해서 공통사도 많고 죽이 잘 맞아 만나면 항상 시끌벅적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처럼 의미 없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키득거리다 내일 다시 만날 것처럼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엄청 재밌었으나 어쩐지 술을 왕창 먹었다. 어찌나 술을 질리게 마셨는지 이 날 이후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술 냄새를 맡으면 속이 울렁거린다.



한 달 정도 열심히 준비했던 시험 결과가 생각보다 좋았다. 시험 당일에 시험장이 집에서 멀어 이른 아침부터 짝궁께서 시험장 앞까지 데려다줬는데 한 번에 무사히 자격증을 취득해서 다행이기도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내친김에 오픽 시험도 보고 왔는데 결과가 좀 아쉬웠다는 ㅎㅎ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학원을 다니면서 정식으로 언어 공부를 시작하려고 한다.


기술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리고 좀 부족하지만 내 깃에도 꾸준히 잔디심기를 해보자고 마음 먹고 주말이나 퇴근하고 집에 와서 소소한 개인 과제를 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업무를 전환하여 본격적으로 개발 업무를 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새롭고 좋은 개발툴과 노트들을 많이 접해 이것저것 재밌게 써보고 있다. 업무와 일정 관리 기능 외에도 개발 일지와 장애 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내가 시간을 내서 공부한 것들이 실무에 활용되고 결과물로 나온다는게 뿌듯했다.

지난 주에는 팀장님과 팀원들에게 설계서를 공유하고 방향에 대해 발표했는데 피드백이 괜찮았다. 거창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계속 노력하고 고민한만큼 조금은 발전했고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인물이 되고 싶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 연차가 쌓인만큼 무게를 감당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나는 기본 센스가 넘치는 사람도 아니고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성장하길 소망한다.



소울메이트와도 잘 지내고 있다. 변함없는 일상이다. 특별한 사건이라면 그가 골프를 친다는거? 아버님께 물려 받은 낡은 골프채로 열심히 레슨을 받는게 대견해서 그의 생일 선물로 골프채와 골프용품들을 사줬다. 날이 좋은 날 필드에도 입성했는데 첫 골프인데 꽤 성적이 좋아서 칭찬 받았다며 한바탕 자랑을 하는 그의 얼굴이 왠지 도토리를 많이 모았다며 뿌듯해하는 다람쥐 같이 보였다.

그 외에는 우리는 여전히 함께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일하고 사랑하며 잘 지내고 있다.



다른 것들에 힘을 쏟다보니 일기 쓰는 시간이 부쩍 줄었다. 사건도 많고 느끼고 배운게 많은데 아쉽다. 그러니 짧게라도 조금씩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지.

뭐 이렇게 요즘엔 어렵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다. 세상에 유익한 존재로 내 역할을 해내고 싶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