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일상기록

20211218 with 배우자

생즙 2021. 12. 19. 19:40

눈이 왔다. 그와 함께 보는 첫눈이었다.


창밖의 눈을 정신없이 구경했고 오늘이 주말인 것에 감사하며 나는 빵을 구웠고 그는 커피를 내렸다.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그는 눈을 맞으러 나가자고 졸랐다. 집에 있고 싶었지만 해맑게 눈 구경 하러 가자는 그의 얼굴에 마음이 약해져 패딩으로 무장을 하고 눈을 맞으러 갔다. 그는 신나서 눈을 던지며 놀다 손이 시렵다며 덜덜 거렸고 나는 으이그 바보야 하면서 차가운 그의 손을 잡고 따뜻하게 데펴줬다.


그런데 그의 반대손이 바쁘다. 슬쩍 보니 걸어가면서 열심히 포켓몬을 잡고 있었다. 스팟쪽으로 오니 새로운 포켓몬들이 많이 잡힌다며 무척 행복해했다.


그가 근처 정육점에서 고기 할인 행사를 한다며 한 번 가보자고 하더니 육회를 엄청 샀다. 기쁨에 찬 그는 집에 돌아와 고기의 핏기를 제거하고 양념에 계란 노른자까지 톡 하고 추가해서 짠 하고 육회상을 준비했다.

이렇게 집에서 근사한 식사를 하면 기분이 진짜 좋고 마음까지도 뜨듯하단말이지. 그를 만나고 내 식사를 비롯해 삶의 질이 많이 높아졌다.


요즘 싱어게인2가 시작이 되고 그의 열창이 다시 늘었다. 그가 좋아했던 가수들의 노래들을 듣고 유투브에서 그가 찾아본 영상을 자주 그리고 많이 보고 있다. 옛날 생각이 나서 좋은데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가 쉬지 않고 노래를 한다. 오르골을 안고 있는 기분이다.

앞에서 노래를 하다 지치면 목을 쉰다며 게임을 하러 샤샤샤 하고 사라진다.


아파트에서 입주민들 대상으로 전통놀이 잔치를 했다. 그는 애기들만 참석하는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나를 안심시키며 덥썩 행사 신청을 했다. 그리하여 그와 전통놀이에 참석을 해서 적극적으로 게임을 했다.



진지한 참여로 내가 부진했음에도 그의 활약으로 8강까지 올라갔고 상금으로 10kg짜리 쌀을 받았다. 번외로 제기차기도 하고 탈락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와 같은 쌀을 이고 가는 이웃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주민들과 게임에 대한 간단한 회고를 했다. 각자 쌀을 이고 정겹게 대화하는 이 풍경이 뭔가 순간적으로 수백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이 느껴져 훈훈했다.



그가 부스터샷을 맞았다. 걱정이 되서 나도 휴가를 썼는데 그가 어쩐지 오후 시간대에 예약을 했더라. 나는 빨리 맞고 빨리 아프고 빨리 극복하자는 생각이었어서 궁금해서 이유가 뭔지 물어봤다. 그는 아프면 못 놀잖아 라고 했다. 주사 맞기 전에 실컷 놀자는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진짜 부스터샷 후 열이 39도까지 올랐고 이틀간 많이 아팠다. 한 번은 의식이 없었는데 너무 놀라 눈물이 났다.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철렁한다. 그가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다. ㅠㅡㅠ


저녁 식사를 하고 같이 산책을 하는데 동네에 산타가 많이 보인다. 산타를 보고 감동하는 내게 그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소근소근 이야기해줬다.


겨울왕국이 된 아파트에는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만들어 놓은 울라프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눈싸움을 하고 거대한 눈사람을 만드는 어린이들과 학생들도 꽤 있었고 울라프 사이로 어린이들을 태운 썰매를 끌고 다니는 부모님들이 많았다. 지친 기력이 역력한 그분들의 얼굴이 회사 동료들과 겹쳐져서 혼자 킥킥 웃는데 옆에 있는 그도 같은 이유로 웃고 있다. 우리는 박장대소하며 걸어다녔다.


푹 쉬었으니 열심히 광물을 캐고 칼바람 나락에서 전쟁 중인 그를 소환해 이제 쓱 미뤄뒀던 빨래부터 같이 개켜야지. 이제 곧 끝난다고 30분째 화답중인 그가 해주는 저녁을 먹고 같이 포켓몬을 잡으며 일요일을 잘 마무리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