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일상기록

20220304 2월

생즙 2022. 3. 5. 09:28



그와 함께하는 새로운 루틴이 하나 추가됐다. 퇴근 후 운동. 새해를 기점으로 그의 설득으로 레슨을 등록하고 우리는 함께 운동을 다니고 있다.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속상한 날이 많았는데 나의 자존감 지킴이인 그가 정말 많이 위로해줬다. 그리고 꾸준한 도움 덕분에 근육도 잘 붙고 있고 운동에도 조금씩 흥미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운동이 끝나고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그의 주머니 속에서 손을 잡고 앙상한 나무 사이를 걸으며 우리가 공유하지 못했던 하루를 나눈다. 가끔 너무 배가 고픈 날은 햄버거를 포장하거나 단골 가게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와 각자 씻고 같이 티타임을 가진 후 전기장판 위에서 뒹굴거리다 노곤 노곤해져 잠이 들곤 한다.


종종 자기 전에 티비를 보면서 맥주나 와인을 홀짝이곤 하는데 오랜만에 취향에 맞는 따뜻한 영화를 찾았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색감이 예쁘다. 그리고 약하고 착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있는게 좋아서 영화 보는 내내 엄마 미소를 머금고 봤다. 역시 결혼은 상냥한 사람과 해야한다는 결론.



집 근처는 아니지만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엄청 맛있는 빵집이 생겼다. 가게 소품들도 사랑스럽고 가게도 널찍해서 편하게 마시고 가기에도 좋다. 그리고 빵이 너무 맛있다. 매주 한아름씩 빵을 사서 커피와 냠냠 먹은지도 벌써 3번째.



애플망고를 주문했다. 일주일 정도 후숙시키고 냉장 보관한 망고를 주말 아침에 하나씩 꺼내 사과와 같이 먹었는데 건강한 포만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망고를 처음 깎을때는 어려웠는데 여러 번 깎다보니 점점 그럴듯하고 먹기 좋게 깎아 사이좋게 나눠먹고 있다. 이제 세 개 정도 남았으니 이번주면 다 먹겠구만. 게다가 요즘 딸기 가격이 많이 싸져서 딸기도 잔뜩 사고 있다. 따옴 쥬스나 커피까지 마시면 조식 먹는 느낌인데 먹느라 사진이 없는게 함정 ㅎㅎ



주말에 결혼식이 있어서 그와 송도에 다녀왔다. 결혼식장 맞은편이 말로만 듣던 송도 센트럴파크라 식이 끝나고 같이 산책을 하며 동네도 둘러보고 한옥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도시도 멋졌지만 호수에 배들이 둥실둥실 떠다니는게 인상적이었다.



일요일에는 대학 동기 신양의 집에 초대 받았다. 이번에 친구가 이사한 집이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자랐던 동네라 감회가 새로웠다. 코로나때문에 2년만에 만난 우리는 근황 이야기를 하면서 잘 놀고 돌아왔다. 그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다들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싶어서 대견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그랬다.



주방 후드를 교체했다. 후드에서 모터 소리가 가만히 있어도 웅웅 거리는데다 요리 할 때 냄새를 잘 못 빨아들이는 같아서 고민하니 남편이 본인에게 맡기라며 후드를 사왔다. 살짝 헤프닝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그는 아주 멋지게 셀프로 주방 후드를 교체했다. (폐기물까지 정리해주면 진짜 더 멋있을꺼같다. ) 덕분에 다시 집에서 즐겁게 요리 할 수 있게 됐다.



2월은 어쩐지 맛있는걸 많이 먹었다. 그 중 베스트였던 스모크벙커.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트러플 버섯 리조또가 정말 맛있었다. 가게 분위기도 밝고 좋은데다 다들 친절하다. 처음 갔을 때는 토마호크랑 스테이크를 먹었었는데 고기나 전체적인 음식이 다 맛있는 것 같다.


평범하고 고요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잘 지냈다. 이번 주말도 그리고 이번 달도 맛있는거 많이 먹고 잘 쉬며 감사하게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