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일상기록

2022년 8월은

생즙 2022. 10. 5. 20:03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을 보냈다. 깜짝 선물로 레터링 케이크를 준비 중이었는데 배우자 역시 몰래 동일한 케이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함께 살면 서로의 수상쩍은 행동은 금방 간파하기 마련이다. 각자의 서프라이즈를 들킨 우리는 결국 같이 케이크의 문구와 종류를 정하고 주문했다.


서프라이즈를 못 한건 아쉽지만 과정이 매우 유쾌하고 재미있었으니 이것으로 충분하다.


점심에는 미쉐린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 식사를 했다. 해가 뜨거웠는데 큰 나무들이 곳곳에 울창하게 자리 잡고 있어 가는 길이 시원해서인지 가게를 향해 가는 걸음이 기대가 되고 설렜다. 그렇게 도착한 식당에서 우리는 각자 먹고 싶었던 샐러드와 파스타 두 개를 주문했고 게 눈 감추듯 금방 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갈 듯싶다.


"결혼은 따뜻한 사람하고 하거라."

영화 <어바웃 타임>의 대사인데 가슴에 콕 박혀 꽤 오래 여운이 남았다. 조언이 너무 공감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매사 회의적이고 걱정이 많아 마음이 회색 빛일 때가 많다. 그래서 사람이든 상황이든 뭐든 기대하지 않는 편이다. 좋게 포장하면 적당히 거리를 두며 살고 나쁘게 표현하면 매사 좀 심드렁한 사람이다. 따뜻한 사람과 결혼을 했다고 해서 단번에 성향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덕분에 기대하는 삶을 사는 법을 배웠고 그 배움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그에게도 내가 따뜻한 사람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서로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는 삶을 살기를 소원하며 해피 결혼기념일.


여름휴가로 부산에 다녀왔다. 그와 함께 한 부산행은 벌써 세 번째인데 또 부산을 선택한 이유는 서면과 해운대에 꼭 가보고 싶어서다. 특히 부산은 버스와 지하철이 정말 잘 되어있어 이동이 수월해서 좋다. 게다가 날이 더울 때는 실내에서 쉬엄쉬엄 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부산의 돼지국밥을 꼭 먹고 싶다며 날이 덥더라도 이전 여행에서의 추억이 많이 쌓인 광안리와 시장들을 다시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


여행 당일. 서울엔 비가 많이 내렸다. srt 출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장대비가 내렸다. 우산을 써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렵게 비를 뚫고 엄청 뛰었고 겨우 정시 탑승을 했는데 비에 빠진 생쥐 같은 우리 모습이 웃겨서 킬킬거리다 노곤해져 깜빡 졸다 하니 부산에 도착했다. 서울과 달리 부산은 날씨가 엄청 좋았다. 싱그러울 만큼 반짝거리는 해가 오랜만이라 더 좋았다.

그렇게 방문한 부산에서 먹고 본 것들.


아침으로 먹었던 전복죽 그리고 백제 카페에서의 티타임. (이후 마사지 카페에 갔는데 사진은 없음)


자갈치시장 근처에서 먹었던 세상 맛있던 밀면과 갈비만두. 팥빙수. 돼지국밥.


서면에서 먹었던 딤섬 가게 딤타오. 일단 서면 자체가 참 좋았고 가게도 깨끗하고 좋았다. 홍콩을 추억하며 먹었는데 기대보다 맛있었다. 역시 맛집은 이유가 있다.


찜질방과 모처럼 양식. 코로나 생기고 찜질방은 처음이었는데 마스크 때문에 답답하긴 했지만 뜨끈하게 몸도 지지고 족욕도 하고 그물망에 널브러져 있으니 정말 행복했다. 찜질방에 있는 안마의자로 안마를 하고 노곤 노곤해져서 빈백에 널브러져 낮잠까지 자니 평화로웠다. 그러다 배고프면 계란이랑 식혜도 먹고 말이다. 같이 거닐었던 해운대 산책. 버스킹을 하고 있었는데 노래를 정말 잘하셨다. 여러모로 운치 있었다.


맥모닝으로 시작된 해변열차 여행. 마지막 날 코스였는데 생각보다 정말 좋았다. 마지막에 먹었던 식사도 너무 맛있었고 시원했던 바닷물도 뜨거운 해를 피해 갔던 카페와 아메리카노도 잊을 수 없다. 그와 일몰을 바라보며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물어보니 그는 마지막 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고 했다.


또 이렇게 부산에 좋은 추억이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