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Peru 현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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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즙 2012. 9. 7. 12:52


1. 



기관에서 수업을 하는데 하도 질문이 많길래 "나처럼 하라고, 나처럼 나처럼 나처럼!!" 이랬더니.

단체로 "나처럼 나처럼 나처럼" 이러고 날 따라하며 키득키득 거린다....

마음속으로 "인내"를 수십번을 되내이는데 갑자기 Tatiana가 뜬금없이 외친다. "미~쓰 한국가지 마세요~" 



열심히 수업 따라오는 줄 알았더니만 낙서중이었구만? 

MIS NO SE VAYA (미쓰 가지마요.) 으이그~ㅋ




2. 



선생님들 수업은 평소보다 어렵다. 선생님들을 대체 내가 뭐라고 가르치고있나........ㅜㅜ

준비도 많이 해야하고, 괜히 수업하면서 떨리고. 말 틀리면 바로 지적받고, 말 똑바로 하려고 신경쓰다보면 정보전달에 지장이있고, 목요일 오후 1시는 늘 멘붕상태다. 




   





그런데....참~ 시간 맞춰서 오지 않는 선생님들~^^ 선생님들 기다리면서 시간표 변경 알림문 여기저기 붙이고 다녔다. 

빈학교에 덩그러니 멍하니 있다보면 외부에서 사람들이 날 참 많이 찾아온다. 

한국어를 소개 알려달라는 사람도 있고, 식사에 초대하고 싶다는 사람, 단원요청을 하고 싶다는 사람 등. 




선생님들을 기다리면서 룻 아줌마와 이야기하다가 한국가는 티켓을 끊었다고 하자 아줌마가 우셨다. 

아줌마가 우시니 아들도 같이 운다...........................................

티켓팅한거 괜히 말했다 싶었다. 




3.



까야오 한-폐 병원에서 소피아 언니 기증식이 있었다. 

6개월간 고생 많았어요 언니! 열심히 박수치고 돌아왔다. 





왜였을까? 나열할 수 없을만큼 생각이 참 많았다. 




4. 



9월은 스페인어 공부를 다시 Miguel과 함께 하게 되었다. 아침이 즐겁고 신난다. 

이번달 우리반은 총 6명. 이탈리아 여자가 새로왔고, 나머지는 독일인 안네, 미국인 미쉘, 그리고 브라질여자 아리에떼와 로시마라.

안네와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사관 소속 사람들이다. 해외에 있으니 각 높은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도 있다. 










다 좋은데 미겔은 내가 어휘력이 딸리는 걸 정말 귀신같이 안다. 질문같은거 안해도 내가 모르는걸 어떻게 알아채는건지.....

이해안가면 다시 설명해줄 수 있으니깐, yuna? 대답해봐. 다시 설명해줄까~말까~ 들려줄까~말까~

"아, 괜찮습니다!" 라고 하면 미겔은 말 없이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린다. 하하하.  




5. 




여전히 학원이 끝나고 안네와 함께하고 있다. 안네와 신나게 떠들면서 걸어가는데 페루 사람들이 쳐다보고 웃자 안네가 내게 말한다. "아시아에서 온 너와 유럽에서 온 내가 리마 한복판에서 걸어가는 이 미친상황이 참 아름답지 않니?" 늘 느끼는거지만 안네는 한국어로 표현하면 "미친" 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각자 돌아가기 전에 과일만큼은 실컷 먹자며, 나는 열대과일 Chirimoya와 망고를 안네는 바나나를 잔뜩 샀다. 





6.




언니와 홍이 가고 나서 솔직히 말하자면 좀 착찹했다. 

엄마 조언대로 착찹함에 집중하면 끊임없이 슬퍼질테니 되도록이면 내 생활에 집중하고 남은 시간 즐겁게 잘 지내고 가자라고 마음먹고 열심히 지내려 했는데, 어젠 느닷없는 수녀님의 이별편지에 결국엔 눈물이 나버렸다. 




   




해외에 오고나서 신앙심이 바닥이다. 학원 끝나고 늘 수녀님이랑 같이 차 한잔하면서 바닥을 치는 내 신앙상담도 하고, 수녀님이 바쁘신 날에는 같이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수녀님도 나처럼 페루 사람들과 함께 생활해서 공통사도 많고, 아무튼 수녀님이랑 있는게 참 좋았는데.............. 




12월까지는 페루에 계신다고 했었는데 어쩐지 학원에 안 오시는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볼리비아로 가시게 되서 얼굴 못보고 떠난다며, 신의 보살핌 안에서 늘 행복하게 살라고. 뭐 아무튼 이런식으로 이메일이 왔다. 생각지도 못한 이별. 수녀님은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셨으니 아마 정말 마지막이겠지. 하나님보다 수녀님을 더 좋아했었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7. 



싼도르한테 수녀님이 가신다고 이야기 했더니 답장이 왔다. 


Te entiendo. Todas las personas tienen un destino. Así es la vida. 

(이해해. 모든 사람들은 목적지가 있지. 이게 인생이지.) 




8.


페루에 온 후로 꾸는 악몽의 종류는 두 가지.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 도시빈민이 되는 꿈. 혹은 지구가 멸망하는 꿈. 

초반에는 도시빈민이 되는 꿈을 많이 꿨는데, 요즘엔 일주일에 두 번은 지구멸망 꿈을 꾼다. 



지구가 멸망하는 꿈은 늘 비슷한 Form을 가지고 있으며 기분은 꿈에서도 끔찍하다. 

즐겁게 웃고있다가 갑자기 밤이 되고 별이 가까워진다. 육안으로 수금지화목토천해가 보이는 황당한 상황인데 

얼마나 무서운지, 꿈속에선 어디 도망도 못가고 옆에 사람들 손만 꼭 잡고 있는다. 



오늘도 갑자기 밤이 되더니 육각형의 모양을 한 별이 머리로 가까워진다. 

꿈이라 옆을 보니 내 초등학교 동창들이 있다. 다같이 손을 꼭잡고있다가 가위에 눌렸다 ㅡㅡ 



8.



찜찜한 꿈에 늦잠까지 자서 씻지도 못하고 나가는데 갑자기 문자가 왔다. 





Dios está con usted siempre. 

Aunque el clima le molesta, Dios cuide su salud.

Estoy orando por Usted. 


[신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비록 날씨가 당신을 힘들게 할지라도, 신은 당신의 건강을 지키십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있어요.]



갑자기 "짠" 하고 보호막이 덮여지는 기분이었다. 

엉뚱한 걱정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