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Peru 현지생활

근황 및 잡담

생즙 2012. 10. 14. 06:00




이번 6일은 내 생일이었다. 이제 내 나이 만 26살. 이건 음모다. 




               

      




이번 생일은 페루의 마지막 생일이니만큼 스스로 잘 챙겨야지, 했는데 

진짜로 고맙게도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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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하루 전인 5일 밤을 시작으로. 한국, 미국, 필란드, 스페인, 독일, 페루, 덴마크 등 각국의 사람들이 Anne네 집에 모여서 와인을 마시면서 이야기하다 비틀즈 50주념 축하공연에 갔고 신나게 노래하고 이야기하다가 12시 정각에 모두들 날 한 번씩 안아주고 양 볼에다가 Beso해줬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은 건 또 처음이다.





생일 당일날엔 한국과 스리랑카, 필리핀 등 반가운 사람들한테 전화로 축하받고, 일어나서는 홈스테이 가족들이 한 명씩 부둥켜안고 Beso를 해주고 내게 얼마나 많은 축복을 해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페루에 와서 2년간 홈스테이를 하기로 결정한 건 정말 잘 한 것 같다. 지구 반대편인 페루 이 곳에서 나를 "딸(mi hija)"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얼마나 든든한지. 




자주 가던 카페에서 친해지게 된 페루 현지인 친구 Rebeca와 Milagro. 특히 레베카는 이까에서부터 올라와 내 생일을 축하해줬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같이 점심도 먹고 케이크도 먹었다. 생일선물로 커피도 줬다. 이렇게 생일 축하해준것도 정말 고맙고 감격스러웠는데 11월달에 공항에도 나와준다고 한다. 귀염둥이들. 




저녁엔 깡언니와 싼도르, 에두, 하비에르와 만나서 오랜만에 한식당에 갔다. 고맙게도 26이라 써져있는 촛불에 불도 피우고, 에두는 한국말로 생일축하 노래도 불러줬다. 신나게 이야기하고 장난치고 놀다가 바다에 가다가 생일이 훅 지났다. 알고보니 내 생일 까먹고 지나갈까봐 싼도르가 에두와 깡 언니를 많이 압박했다고 한다. 고마운 싼도르. 




다음날엔 교회에 가니 뜬금없이 거대한 케이크를 준비해놓고 생일축하를 해주셨다. 많은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서 노래도 불러주고 너무 감동스러워서 가슴이 뭉클했는데. 점심엔 단원 S군와 K양 그리고 저녁엔 한국인 J양이 집에 초대도 해주고 한국 음식도 해줬다. 이히히. 




다음날 저녁 홈스테이 가족들과 Fiesta를 했다. 벌써 홈스테이 마마는 거대한 파인애플 케이크를 준비해놓고, 홈스테이 할매는 내가 좋아하는 세비체를 해준다며 회를 잔뜩 사왔다. 선물로 예쁜 팔찌를 받았다. 모든 가족들이 모여서 나를 기다려주고 맛나는 요리를 해주고 결국엔 좋은 일에도 감동스러워서 괜히 눈물이 나왔다. 




그 이외에도 마지막 맞는 생일이라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신경써주고 직접 찾아와주고, 단원들이 하나하나에게 전화도 많이 받고, 오랜만에 단원들도 많이 만나고.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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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들이랑 수업하는 날이 많으면 많으면 3주 적으면 2주 정도밖에 안 남았다. Marisol 선생님과 Daniel 선생님이 내가 돌아가면 이제 함께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너무 안타까워하셔서 학교를 조금 빨리 가서 속기과정으로 어떻게 가르쳐줘야할지 가르쳐드리고 있다. 돌아갈 날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고, 실감 안 나는 꼬맹이들은 여전하고 나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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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화분 초록이. 



벌레를 솎아내고 솎아내도 계속 나온다, 

진딧물 없애는 데에는 우유가 좋대서 우유도 주고 물도 꼬박꼬박 주고 직접 벌레도 잡아주고 그러고있다. 



고맙게도 새로운 싹이 두 개나 났고, 줄기에서 새로운 잎사귀가 생겼다. 생긴게 비슷한걸 보니 잡초는 아닌 것 같다.

맨날 선인장이나 말라죽이던 나에게도 이런일이! 



노래도 틀어주고 햇빛도 쬐여주고, 초록이가 내 맘을 알아주나보다. 

땅에서 삐쭉 올라온 싹이 신기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 있다. 



오늘은 잎사귀가 모여있는 곳이 노랗게 변해있길래 말라가는 건 줄 알고 좌절하고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꽃봉우리였다. 꽃이 피면 노란색으로 변하나보다. 

와. 나도 식물을 키울 수 있잖아? 엄청난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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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페루는 온통 파업이다. 학교고 병원이고. 의사도 간호사도. 학교 선생님들도. 버스기사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우리 기관은 문을 연다는거. 요즘엔 속기수업으로 Marisol 선생님과 일대일 수업을 하고 있다. 

내가 돌아가고 나면 Marisol과 Gloria가 선생님들 컴퓨터 수업을 이어서 하기로 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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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도르와 공부를 했다. 각자 공부를 하다가 내가 모르는게 있으면 내게 알려주는 시스템. 

내가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지쳤을텐데도 그 와중에 한국어를 알려달라고 해서 글자 읽는 법과 쓰는 법을 알려줬다. 

싼도르. 얼마전에 에두가 페루에 와서 생각나는 5가지를 꼽아보라고 해서. 




"거짓말, 엄청난 교통체중, 소매치기, 언제나 밝은 페루인들 성격, 싼도르" 를 꼽았다. 

아마 평생 못 잊을 고마운 친구기는 한데. 정말 고맙기는 한데 싼도르는 내게 너무 연애상담을 많이한다. 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못 참고, "니 맘대로 할꺼면서 자꾸 상담하지마!!!" 라고 했다. 







   





싼도르는 내 말이 맞다며 소리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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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일요일은 브라질 아주머니 Ariete의 생일이었다. 같이 차나 한 잔 하자고 해서 아무생각 없이 갔는데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완전 좋은 카페에 초대를 받았다. 아리에떼는 페루에 주둔해 있는 브라질 군인의 부인인데, 본인과 비슷하게 사는 페루의 브라질 군인의 부인분들도 엄청 많이 초대했다. 모두들 드레스같은 거 있고 나타났는데, 안네랑 나만 뭔가 상황파악 못하고 편하게 입고 가서 좀 창피했다, 흐흐. 사실 옷도 없다. 흐흐 



어쨌든, 태어나서 브라질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봤다. 브라질 분들도 페루 사람 이외에 각 나라 외국인들이 모여서 차 마시고 스페인어로 이야기 하는 걸 참 신기해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부페를 먹다가 웬 광대가 나타나서 광대와 함께 춤도 췄다.

어쩐지 아리에떼가 며칠전부터 나한테 꼭 춤을 춰야한다고 하더니......마지막에는 대세인 강남스타일을 틀어줬다. 하하하하. 

모두가 모여서 말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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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지금은 토요일 오후 4시. 원래는 글로리아와 Pachamanca를 먹으러 가야하는데 연락이 없다. 

덕분에 빨래도 하고 빗자루 들고 방도 청소하고 이불도 빨고 신발도 빨고 화장실도 청소하고. 

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갔는데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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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옮기고 목사님과 처음으로 따로 식사를 했다. 내게 특별한 말씀을 하셨던 건 아니지만, 조금만 더 일찍 교회를 옮겨보는 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새로 옮긴 교회가 참 좋은 이유는 교회에 발을 딱 들였을 때 목사님이 교회를 위해서 얼마나 기도하시는지 사랑하시는지 알 것 같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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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엄마가 늘 건강함에 감사하고 무사히 귀가함에 늘 감사해야한다고 하곤 햇었다. 난 항상 이해할 수 없었고 엄마는 너무 진지해 라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2년동안 내내 내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그냥 TV에서 보는 ㅇㅇ씨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고. 다만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무뎌졌으면 좋겠다. 

엄마한테 자만떨지 말라고 혼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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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파란 하늘 좀 봤으면 소원이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