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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 Grand Palace, Wat Pho and Kaosan road

일찍 일어나자마자 조식 먹고 편의점 구경 좀 하다 본격적인 여행 시작. 호텔에서 페리를 탑승하는 곳까지 한 정거장이길래 걸어서 이동했다. 우리나라와 가장 달랐던 점 중 하나는 운전석과 차선이 우리나라와 완전 반대인 점. 그래서 신호등 건너는 게 헷갈려 까군과 마주 보며 난감했는데 그때마다 오토바이 운전자 분들이 먼저 지나가라고 신호를 줘서 길을 건널 수 있었다. 페리 터미널에 도착하고 둘러보니 곳곳마다 우리처럼 구글 지도에 의존하며 길을 찾는 여행자들이 많이 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이 오는 곳이라더니 사람들 구경하는 것조차 재밌었다. 배를 타고 물 위를 둥둥 건너 다니는 것도 삐죽거리는 사원들이 많은 것도 온통 신기한 것투성이다. 오전 일정은 방콕의 왕궁과 사원들을 둘러보고 카오산 로드에 다녀..

취미생활/여행 2023.05.18

Day1. Incheon -> Bangkok

4년 만의 해외여행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후덥지근한 공기, 향신료 냄새, 도로의 오토바이들 그리고 사람들과 꽃나무까지도. 방콕은 이번이 두 번째로 13년만이다. 첫 여행은 내가 대학생이었을땐데 당시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이란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무작정 떠나온 여행이었다. 어렸던 내게 해외는 꿈과 에너지 그리고 기회로 가득한 동경의 장소로 그곳으로 떠나기만 하면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나 넓은 세계로 나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치를 쌓고 싶었던 당시의 내가 책에서 만났던 카오산 로드는 세상 각지에서 온 배낭여행족들이 모이는 별세계였다. 카오산 로드를 산으로 알았을만큼 무지했지만 당시엔 낯선 여행지에 스스로 내던져보고 싶은 도전감에..

취미생활/여행 2023.05.08

230428 나의 시선에서. 봄.

마트에서 장 보고 집으로 오던 길에 산 노란색 프리지아. 꽃을 샀던 이 날은 지긋지긋했던 추위가 가신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다. 담장엔 노란색 개나리가 활짝 폈고 겨울을 지내는 동안 얼어 죽은 줄 알았던 나무들과 풀들도 사실 죽음은 개뻥이었다는 듯 송골송골 싹을 틔우고 있었다. 나도 집에 봄을 초대하고 싶었다. 이렇게 우리 집에 온 프리지아는 고맙게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봄은 기꺼이 내 초대를 받아줬다. 나이를 먹을수록 노란색이 너무 좋다. 호야가 많이 자라서 분갈이를 한 번 더 해줘야할까 고민하다 기존 대를 빼고 더 큰 대를 덧대줬다. 핑크색 잎이 계속 생기며 잘 크는 중인데 너무 귀엽다.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최근 선물 받은 스투키. 원랜 다른 식물을 주려고 하셨는데 팬더를 보고..

20230314 춘천

눈이 시원한 나머지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준 춘천 의암호. 보통 연초나 이맘때 즈음에 1박 2일로 놀러 다니곤 했는데 이번에는 당일치기 일정으로 춘천에 다녀왔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좋은 이유는 신경 쓰이는 온갖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주말마다 잘 먹고 쉼에도 불구하고 춘천에 가서 뭘 먹고 어디를 갈까에 대한 이야기로 벌써 들뜨고 훌훌 떠나는 느낌이었으니깐. 춘천에서의 첫 번째 일정은 들기름막국수와 닭갈비를 먹는 것이었다. 식당까지 북한강을 따라 이동했는데 길가에 아기자기하고 예쁜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차들과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풍경을 보니 여행 느낌이 물씬 났다. "이런 곳까지도 방문한 사람들이 많네" 하고 중얼거리니 그는 "다음엔 여기도 와보자"라고 했다. 지나치는 풍경들이 너무..

20230225 10주년 그리고

우리가 연인이 된 날부터 만 10년이 되었다. 열 번째 기념일은 시작은 여느 주말과 같았다. 집을 정리하고 나와 카페에 들러 스콘과 함께 커피를 마시다 오미양 (로봇청소기 애칭)이 청소를 마칠때에 맞춰 집에 왔다. 10주년. 특별한 날을 평소처럼 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우리가 만나온 동안 그는 그의 삶을 나는 나의 삶을 각자 잘 살아냈고 서로를 가장 애틋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일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낮에는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저녁에는 둘이 외식을 했다. 식사 장소는 판교 그래비티 앤디쉬 호텔. 각자 먹고 싶은 음식들이랑 가고 싶은 곳들을 추리다 정한 곳이었는데 깔끔하고 가리는 것 많은 우리 부부 입에 대부분 잘 맞아서 연신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었다. 기분 좋은 배부름에 몸..

22년 회고 및 23년 계획

22년을 마무리하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홈메이드 달력을 제작해 봤다. 달력의 테마는 이전과 동일하게 매월 우리 부부가 기억하고 싶은 추억들. 색연필로 얼기설기 그린 그림이라 매우 서툴기 그지없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달력이라고 우쭐거리며 냉장고에 붙여놨다. 업무 회고 목표했던데로 고로 여러 프로젝트를 했다. 재작년엔 이 길이 내 길이 맞는 걸까라는 생각과 앞으로 이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는데 22년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고 그런 고민에서 조금은 벗어난 해였다. 언어를 익히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개발 표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이를 맞추는 시행착오가 있었고 여전히 맞춰가는 중이다. 올해는 언어별 도큐멘테이션에 집중하고 표준에 맞는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론칭하는 것이 목표다. 기록 ..

2022년 12월

이번 겨울은 유독 미쳤나 싶을 정도로 추운 날이 많은 것 같다. 지구 반대편은 너무 뜨거워서 난리라는데 기온이 이렇게나 극단적인걸 보면 지구가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바라클라바와 패딩으로 온몸을 꽁꽁 무장하고 스타벅스에서 하루를 열었다. 텀블러에 담긴 커피의 구수한 향은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한다. 특히 아침 일찍 창밖 너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마음도 뭔가 더 여유로워지고 말이다. 덕분에 스타벅스 프리퀀시가 금방 쌓여 일찍이 다이어리로 교환했다는 소소한 해피엔딩. 업무 근황 기록. 최근 노드를 활용해서 기능 하나를 구현했다. 원래는 야심차게 고로 만들었는데 성능이 좋지 못한것이다. 결국 먼저 만든건 버려야 했고 노드를 써서 새로 만들어야했다. 노드로 처음부터 코드를 짠 ..

2022년 11월은

퍼블릭 골프장에 다녀왔다. "곧 해도 바뀌니 골프장은 내년에 가야겠지?"라고 하자 남편 왈 "그럼 당장 가야겠지?"라고 하더니 예약을 해버렸다. 그리하여 나는 친구 A에게 우리 부부의 파티원이 되어 달라고 했고 A는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합류했다. 그녀는 마침 최근 차를 뽑아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했다. SUV를 몰고 온 그녀의 걸 크러쉬 한 모습이 매우 믿음직스러웠다. 골프장 입장 시간은 오후 2시였다. 그래서 시작 전 식당에 모여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남편은 골프 왕 왕초보인 나와 A에게 골프장에서의 예절과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다. 엄마새에게 훈련받는 아기새처럼 우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좀 남아 그를 따라 클럽하우스도 보고 주변 구경을 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긴..

이제야 놓아주는 22년 10월

바야흐로 10월이다. 단풍놀이가 하고 싶으면 그냥 나가거나 창문을 연다. 노랗고 붉은 단풍나무들이 번쩍번쩍하게 빛을 내고 있어 밤낮 상관없이 가을을 즐길 수 있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선선하여 때를 가리지 않고 집에서도 밖에서도 완연한 가을을 즐기고 있다. 호박고구마를 사 와 시간 될 때마다 구워 먹고 있다. 요리의 알림을 알리는 에어프라이어의 땡 소리가 나면 일단 창문을 연다. 왜냐면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 꿀이 뚝뚝 흐르는 고구마를 먹으면 꿀맛이니깐. 이렇게 먹으면 유난히 달고 맛있다. 단풍과 고구마와 함께 두 팔 벌려 가을을 물씬 맞이하고 있다. 10월은 내 생일이 낀 달이었다. 생일은 특별한 날이긴 하지만 감흥을 느끼기에는 이젠 나도 나이가 들어 무덤덤하네 하고 생각했는데 감사한 행복으로 꽉 찬 하..

2022년 9월

그런 때가 있다. 장소나 상황 그리고 공기를 포함한 모든 타이밍들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 그래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감각들이 너무나 생생해져 현실감이 없어지는 지극히도 사적인 순간 말이다.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어떤 날 도로에는 차들이 많았다. 밖은 어둑어둑했고 우리는 느릿느릿 이동하는 중이었다. 나는 가만히 노래를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들에 잠겨 있다가 운전 중인 남편에게 할 말이 생각나 고개를 돌려 운전석을 봤다. 그런데 그의 모습 뒤로 뉘엿뉘엿 지는 석양에 어스름해진 하늘이 말갛게 물들여지고 있었다. 산 끝자락에서 보일락 말락 하는 햇빛이 반짝 거리고 있었고 그 아래 운전대를 잡은 나의 배우자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중이었다. 나지막한 그의 소리까지도 너무나 조화롭고 아름다웠던 날. 성경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