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여행

Day1. Incheon -> Bangkok

생즙 2023. 5. 8. 19:49


4년 만의 해외여행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후덥지근한 공기, 향신료 냄새, 도로의 오토바이들 그리고 사람들과 꽃나무까지도.


방콕은 이번이 두 번째로 13년만이다. 첫 여행은 내가 대학생이었을땐데 당시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이란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무작정 떠나온 여행이었다. 어렸던 내게 해외는 꿈과 에너지 그리고 기회로 가득한 동경의 장소로 그곳으로 떠나기만 하면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나 넓은 세계로 나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치를 쌓고 싶었던 당시의 내가 책에서 만났던 카오산 로드는 세상 각지에서 온 배낭여행족들이 모이는 별세계였다.


카오산 로드를 산으로 알았을만큼 무지했지만 당시엔  낯선 여행지에 스스로 내던져보고 싶은 도전감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방학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혼자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이라 달랑 종이 지도 한 장에 의존했던 가난했지만 열정과 용기로 반짝거리던 시절이었다.

추억으로 가득한 미지의 세계 방콕을 13년만에 다시 온 것이다.



방콕은 기억과 비슷했지만 또 많이 달라졌다. 나 역시 많이 달라졌고 말이다. 백팩 대신 캐리어를, 손에는 종이 지도가 아닌 휴대폰을 들었고 이번 여행엔 동행자가 있다.

공항에 도착한 나는 오랜만의 여행이라 바짝 쫄아 있던 반면 남편 까군은 노련하게 그랩으로 택시를 불렀다. 기사님과 통화를 하더니 한참을 으쓱거리는 모습이 묘하게 얄미우면서도 꽤 믿음직스러웠다. 좋은 세상이다. 어디에서든 어플로 택시를 부를 수 있다니.


때마침 방콕 택시의 라디오에서는 뉴진스의 디토가 흘러나왔고 택시에서 바라보는 방콕 길가 곳곳의 사원들이 이곳이 방콕인 것이 실감이 나 우리는 신이 났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우리를 환영하는 것 같았다.

짧지만 강렬했던 우리 여행의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