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여행

202108 휴가

생즙 2021. 9. 19. 16:37


여름 휴가 겸 우리의 4번째 결혼 기념일을 자축하고자 경주에 다녀왔다. 이번 테마는 신라 역사 탐방. 많이  걷고 듣고 보며 눈과 마음에 많이 담아 오자는게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


보문관광단지-버드파크-떡갈비정식-카페


계속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경주는 선선하니 돌아다니기 딱 좋은 날씨였다. 원래 계획은 자전거를 타고 시내 투어를 하는거였는데 장거리 운전에 지쳐서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아 차와 도보로 엑스포공원과 근처 단지를 산책하다 미리 예매했던 버드파크에 갔다.


새들에게 줄 모이를 사는데 귀엽게 시작부터 앵무새들과 매추리들이 꼬물꼬물 거린다. 설레는 마음으로 큰 새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새들이 간식을 보고 단체로 몰려와서 우리의 머리와 어깨 그리고 팔뚝에 앉아서 어찌나 쪼아대던지 일하시던 분이 웃으시며 옷 찢어 질 수도 있어요 라고 하고 가셨다. ㅋㅋㅋ 강렬한 새들의 인사에 한바탕 정신 없었던 우리는 후다닥 해바라기 씨를 다 털어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새들이 가장 귀엽게 느껴지는 순간은 저렇게 두 마리가 꼭 껴안고 있을 때다. 종종 길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상대를 품고 있는 새들을 보면 뭔가 마음에 엄청 흐뭇해지면서 따뜻해진단 말이지.


왠지 내 짝궁을 졸졸 따라다니던 새. 새들도 많지만 귀엽고 희귀한 다른 동물들도 많이 있었다.


실컷 구경다니다 출출해져서 첫 식사로 떡갈비 세트를 먹었다. (너무 허겁지겁 먹어서 사진은 없다.) 식사를 하고 근처 카페에서 롤케잌과 커피를 마시며 휴식 시간을 가졌다. 주변도 카페도 너무 고요하고 우리 뿐이여서 책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날씨도 선선하고 새들도 귀여웠고 밥도 커피고 맛있고 분위기도 좋고 좋았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조식-경주국립박물관-황리단길-대릉원-야경투어



둘째 날은 우리의 결혼기념일 당일이었는데 스타벅스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아침 일정을 시작했다. 우리는 여행을 가면 꼭 일정 중 하루 아침은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는 습관이 있다. 같은 원두지만 다른 장소에서의 티타임이 익숙한 한편으로는 좀 새로운 기분을 주는데 그 때마다 느끼는 공간이 주는 기쁨이 있다.



식사를 하고 나서는 예약한 시간에 맞춰 경주 국립 박물관에 갔다. 성덕대왕 신종부터 시작해 야외를 둘러보다가 박물관 실내를 둘러봤는데 정말 재밌었다. 열띤 토론을 하며 우리 둘 다 무아지경으로 홀딱 빠져서 박물관에서 관람을 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오래전임에도 지금에 전혀 뒤지지 않는 기술력이라든지 원리에 대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것도 재미있었고 유물들을 통해 뭔가 선조님들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선산이라든지 가문을 지키기 위한 어르신들의 노력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던 점들이 굉장히 죄송하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이런 문화와 역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후대에 태어난 내가 이렇게 귀중한 보물들을 볼 수 있구나 싶어져 숙연해지기도 했다.



남편의 동료에게 추천 받은 호랑이카츠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 들러서 더위 좀 식혔다. 그리고 슬슬 걸어서 대릉원에 갔고 천마총에도 다녀왔다. 그러며서도 한편으로는 평안해야 할 장소를 괜히 시끄럽게 한게 아닌지 싶어 주인들이 누구신지 모르지만 평안하시길 하고 마음으로 기도를 하며 걸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야경투어. 저녁으로 육전냉먄을 먹고 약속 장소로 갔다. 이 투어는 가이드와 함께 월궁을 따라 세 시간 정도 걸으며 첨성대-월정교-동궁과 월지 등을 투어하는데 가이드님이 각 장소에 얽힌 이야기들을 설명해주는 여행이다. 고요한 밤하늘 위로 별들이 쏟아질것처럼 가득했고 경주에서 보는 달은 어찌나 밝고 크던지 너무 낭만적이었다. 천년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월정교를 따라 우리는 손을 꼭 붙잡고 걸었다. 정말 예뻤던 야경 속에서 조곤조곤 설명해주시는 가이드님의 이야기갸 별 따라 너울너울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여행 중 가장 유익하고 로맨틱한 시간으로 기억되는 시간이다.



조식-국립중앙박물관-황리단길-불국사


원래 계획은 석굴암과 불국사를 다녀오는 것이었는데 여행 후기들을 보니 석굴암은 공사 중이라 막상 실내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글이 많았다. 그래서 전날 야경투어를 하면서 놓쳤던 동굴과 월지 유물들이 보고 싶어서 아침에 다시 박물관을 들렀다. 뭔가 마음이 좀 이상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박물관에서 나와서 그 다음에는 황리단길에서 기념품을 사고 경주에서 꼭 먹어야하는 찰보리떡과 보리빵을 먹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들이키고 우리의 마지막 코스인 불국사를 갔다.

불국사는 고등학생 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많이 낡고 상쾌했다. 절 안에 들어가 기도하시는 분들을 보고 우리는 밖에서 탑들을 보고 바람을 쐬고 절 주변을 산책을 좀 했다. 어디든 다 조용하도 고요해서 대부분의 장소에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았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니 비가 온다. 더울까봐 걱정했는데 덕분에 눈부시지도 않았고 타닥타닥 들리는 빗소리에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올해의 결혼기념일과 여름휴가. 재밌게 놀고 맛있는 음식도 참 많이 먹었다. 돌아가서도 앞으로 지낼 올해의 하반기도 파이팅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