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일상기록

20210711

생즙 2021. 7. 11. 20:06



둘이서 하는 밤산책, 다이닝, 오븐에 구워낸 빵과 드립커피, 주말마다 집안에 그윽하게 퍼지는 빵과 커피 향,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 서로 마주보며 하는 끊이지 않는 대화, 함께 보는 티비, 퇴근 후 그가 해주는 드라이, 안마 타임. 소소하고 연약한 행복한 일상들은 꾸준하게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며칠 전에 그와 외출 후 조금 일찍 집에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니 거실 끝까지 햇빛이 쨍 하고 들어왔다. 일렁이는 햇빛에 온통 황금빛이 된 우리 집을 보며 세삼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는 생각을 했다.


올해도 나는 계속해서 나를 지극히 돌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창하게 썼지만 밥 잘 챙겨먹고 잠을 잘 자기 위한 기본적인 노력이다. 우리 식탁도 조금은 그럴듯해지고 있다. 요즘엔 와인과 에일맥주를 홀짝이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 식사가 더욱 풍성해졌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 모아서 언젠가 따로 이야기하고 싶다. 무튼 귀찮다는 이유로 바깥 음식으로 대충 떼운다든가 야근이나 외부 환경으로 즐거움 하나가 줄어들면 부쩍 예민하고 금방 울적해져버린단말이지.

아 여름이 오기 직전에는 친구 양박사를 초대했다. 첫방문 선물로 그녀는 꽃다발과 샐러드 그릇 세트를 선물해줬다. 우리 집에 화사한 봄을 가져다 준 그녀와 모처럼만의 수다로 즐거웠던 하루를 보냈다.




창밖이 푸르다. 그래서 이번엔 그와 함께 오랫동안 미뤘던 분갈이를 했다. 모처럼 홀로 외출한 그에게 부탁해서 흙과 영양제를 구매했고 미리 준비한 큰 화분으로 옮겨줬다. 대견하게도 올해 겨울도 잘 견뎌줬다며 내가 호들갑 떠는 동안 나의 단짝은 분갈이를 한 화분에 옷걸이를 세워 줄기가 좀 더 편하게 자라도록 해줬다. 다정하고 세심한 사람. 우리 결혼 선물로 받은 화분인데 꽤 척박한 환경을 잘 견뎌내고 쑥쑥 자라줘서 참 고맙네.


오랫동안 미뤄뒀던 일들을 하나씩 하고 있다. 그래서 페루에서의 경험담도 묶어 브런치에 글을 한 개씩 발행하고 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나의 20대. 그때의 내가 진하게 담긴 사진들과 기록들을 보니 신기하게도 옛날에 느꼈던 감정들도 고스란히 떠올랐다. 천천히 차근차근 잘 정리해야지.


기타 연습을 시작했다. 기본 코드 하나씩 연습 중인데 손가락이 짧고 두꺼운 편이라 손가락 마디를 벌리는 것도 쉽지 않고 아직 굳은살이 자리 잡지 않아 손 끝도 아픈데다 기타 소리가 청량한 드르릉 소리가 아닌 둔탁한 덩덩 소리가 난다. 그래도 코드 몇 개를 연습하니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도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건데 기타를 치는 동안은 아무런 잡념이 들지 않는다. 정말 연습하는 시간에 바짝 집중 할 수 있어서 좋다.


까치군과 티타임을 가지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던 중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이 맞다며 맞장구를 치던 그 순간 올해 초에 너무 재밌게 봤던 영화 소울의 이발소에서의 대화가 생각났다. 며칠 동안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