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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30

생즙 2021. 3. 30. 22:08



해가 바뀌고 나의 가치를 증명해야하는 사건들이 좀 있었다. 내가 계획하고 목표로 했던 것 때문에 시도한 일도 있었고 의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해야하는 일들도 있었다. 결과가 좋은 것도 있었지만 아닌 것도 있었다. 며칠동안 머리를 싸매고 회사 동료들과 퇴근 후 빈 회의실에 모여서 스터디를 하기도 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팀장님과 선임들이 남아서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으쌰으쌰 하며 2021년의 시작은 이렇게 꽤나 강렬하고도 신선했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IT가 주 종목인 우리 회사는 매출이 작년보다 천억 이상 올랐다. 내가 개발한 시스템이 우연히 시기가 잘 맞아 비대면 업무 시기에 빛을 발하였고 팀장님이 열심히 했다며 많이 칭찬해주셨고 올해 평가도 좋게 반영해주셨다. 주변을 둘러보면 팀장님땜에 마음 고생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팀장님이나 팀원들로 즐거운 일도 많고 너무 큰 배려를 받고 있다.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전 회사에서도 언제나 사람들이 좋았었는데 말이다. 감사한 일이다.



한동안 퇴근을 하고 정말 닥치는데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었다. 배움에 대한 갈증이 유난스러운 근래였다. 올해만 전공과 관련해 벌써 몇 권의 책을 산건지. 아무것도 하기 싫을때는 유투브를 틀고 전공과 관련된 내용을 보거나 꽤 오래전에 종영된 말하는대로 라는 클립 방송을 보거나 성경책을 읽는다. 틈틈이 책을 읽고 아침 출근 전에는 새벽기도 방송을 보고 기도를 한다. 하루가 너무 짧다.



주말에는 남편이 도로주행을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동네 이외에 큰 길은 나가보지 못했다. 차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아 차가 많은 주차장 같은 곳에서는 여전히 뻘뻘 대고 있지만 운전은 참 재미있다 :) 부부끼리 운전 가르쳐주는거 아니라던데 다행히 큰 구박 안 받고 아직까진 잘 하고 있다는 ㅎㅎㅎ




정식으로 개발자가 된지 벌써 만 7년차가 되었다. 연차가 쌓이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지금 하는 일과 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거창한 일은 아니어도 내가 하는 일이 조금은 세상이 좋아지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누구에게 좋은 일을 하는거지? 라는 생각부터 나는 연차에 맞는 실력이 있는 개발자이자 기획 능력이 있을까, 잘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등등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론은 언제나 나이에 맞고 연차에 맞는 실력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고 지금은 계속 내 실력을 쌓아야 한다로 마무리 된다. 나는 내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채우는 일이 보람되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살기 원한다.



감사하게도 나의 하나뿐인 남편은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어지러웠던 나를 많이 위로해준다. 뭐가 되었든 무조건 내가 옳다며 맘대로 하라며 과감히 휴식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란다. (그런데 왜 운전대를 안 넘기는지 모르겠다.) 어떤 결과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내 행복이라는 그의 조언처럼 나는 과감하게 아무것도 내려 놓을 수도 쥐고 있는 것을 놓을 수 없는 사람이라 좀 슬프지만 그만의 위로와 응원은 분명 큰 힘이 된다. 하지만 결국 감당해야하고 책임져야하는 것도 나다. 그러니깐 더 단단하고 강해져야하는것도 나다.



주말. 코로나가 터지고 우리는 그야말로 집에만 있다. 외출이라곤 정말 마트만 다녀오고 있다. 대신 집에서 가장 즐겁고 편안한 주말을 보내기 위하여 가장 편한 옷을 입고 주말 내내 집어 먹을 과자와 과일들 그리고 나를 위한 맥주와 와인들로 냉장고를 꽉꽉 채운다. 그리고는 같이 주말마다 요리를 하고 같이 집에서 커피를 내리거나 차를 우린다. 추우면 전기장판 속에서 따뜻하게 이불을 나눠 덮고 티비를 보며 뒹굴거리거나 서재에 가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평화롭고 평화롭다.



정말 1/4분기가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갑작스레 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