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독서

바꿀 수 없는 것 vs 있는 것

생즙 2021. 1. 31. 20:32

- 허지웅 작가님의 <살고 싶다는 농담>을 읽고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라인홀드 니버-

 

 

작년 가을 즈음에 시작된 슬럼프가 1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30대 중반에 슬럼프라니. 무기력함에 어쩔 줄 몰라하던 중 뭐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작가님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허지웅 작가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어쩜 글을 이렇게 잘 쓰시는지 책을 읽는데 답답한 마음이 조금 개운해졌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작가님의 유튜브도 구독해서 영상을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Part1.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
Part2. 삶의 밑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 
Part3. 다시 시작한다는 것.


책은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에세이다. 그런데 어느 구절 하나 어떤 예시 하나 빠뜨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은 이야기가 많았다. 만약 책 내용이 무조건 우린 행복하고 괜찮을 거야 라는 거였다면 공감도 잘 안 되고, 무기력한 마음도 여전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우리가 좀 더 괜찮아지기 위해서 스스로 마음을 단단하게 하기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내 최근 6년간의 직장 생활을 돌아볼 수 있었다.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별하는 지혜가 남았다.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없다며 인내하고 받아들이거나,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꿔야 한다며 이미 벌어진 일을 마음에 담아주고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 허지웅 <살고 싶다는 농담>, 다시 시작한다는 것 중에서 -

 

 

 

최근 나는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취업을 했었다면, 이런 것에 대해 미리 좀 공부하고 경험이 있었더라면 등의 만약에 병에 걸려 있었다. 누군가를 쫓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면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더 멀찍이 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부족한 내 모습이 너무 밉게 느껴지는 날도 많았고, 경험이 부족한 과거의 나에게 가서 멱살이라도 잡고 충고를 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작가님은 과거는 이미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에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매달려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내버려 두지 말라고 말이다. 



단순한 논리인데 띵 하고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아, 그렇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지. 내가 너무 오랫동안 과거에 갇혀 편협하게 땅만 파고 있었구나 라는 깨달음이 왔고, 책을 읽으면서 그저 쫓기 위해 급급해하는 게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마음가짐이 달라졌으니 좀 낫겠지. 현실과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아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하지만 절망에 먹혀서는 안 된다. 절망이 여러분을 휘두르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피해의식에 점령당해 객관성을 잃는 순간 괴물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평가에 잠식되어서는 안 된다. 평가와 스스로를 분리시켜야 한다. 마음에 평정심을 회복하고 객관성을 유지하자. 그것이 포스가 말하는 균형이다.

- 허지웅 <살고 싶다는 농담>, 다시 시작한다는 것 중에서 -

 

 

 

정말 구구절절 맞는 애정 있는 충고다. 마음이 먹먹해질 정도로 감사한 조언이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 하는 두려움이나 회사의 평판에 신경 쓰다 속이 시끄러울 때가 많다. 평가에서 나를 분리시키지 못하고 말이다. 사실 이미 엎어진 것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인데 언제나 나는 연연하며 너무 오랫동안 자기 연민에 빠져있었다는 반성이 들어 책을 덮고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다.



정말 오랜만에 건강한 책을 읽은 것 같다. 오랜만에 수면 위로 나온 느낌이다. 그래. 좋은 책을 읽었으니 이제 나도 실천해야지. 다시 장전해야지. 평정심을 회복하고 다시 다가올 오늘과 내일을 열심히 살아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