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인생 3막, 결혼

[D-6] 그동안 근황

생즙 2017. 8. 20. 11:48

 

 

 

 

 청첩장을 찍었다. 심플하고 깨끗한 디자인을 목표로 짝지와 스벅 카페에 앉아 심사숙고 하여 고르고 주문하였다. 원했던만큼 깔끔한 카드가 와서 매우 만족스러웠고, 플래너의 추천 덕택에 할인까지 받은 건 덤으로 얻은 즐거움이었다. 

 

 

 가족들과 둘러앉아 청첩장을 접고 봉투에 넣으며 우리 부모님은 내게는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인생의 3막 시작을 축하하는 뜻깊은 자리지만, 이 자리를 축하해주러 오는 지인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축복해주러 오는 사람들이니 정중하고 예의를 갖춰서 초대하해야 한다고 하셨다. 혹여나 좋은 소식을 알리는 잔치에 초대하는 의미인데 청첩장으로 인해서 상대방에게 결례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셨다.  

 

 

 엄마아빠 말씀 덕분에 주변에 청첩장을 나눠줘야 할 사람들을 하나하나 적어봤고, 한동안 퇴근 후 만나서 식사를 대접하고 청첩장을 나눠주는 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축하 받고 좋은 긴장감과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 결혼을 한 친구들에겐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의미와 부부간의 예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가정을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미혼인 친구들과는 현재까지 잘 꾸려온 인생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알차고 멋지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결혼식 준비와는 별개로 신혼집에 부지런히 물건을 채우고 있다. 주말마다 물건을 보러 다니느라 정신없이 지내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뿌듯하고 즐겁다. 짝지와 함께 줄자로 집안 곳곳 길이를 재고, 가구점이나 인테링 샵을 돌면서 물건을 고르고 구입하고 있다. 집 곳곳에 우리의 손길이 닿는다. 함께 준비하는 시간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기분이다. 식탁은 이케아에서 골랐는데 우리 부모님이 조립을 도와주러 오셔서 넷이서 함께 조립했다. 작업이 끝나고 넷이서 식탁에 둘러 앉아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데 이렇게 가족이 되는 과정을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코끝이 괜히 찡해졌다.  

 

 

 

 반면 부모님과는 부쩍 애틋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특히 엄마는 내가 결혼 식 때 놓친게 있을까 부족한게 있을까 인터넷을 검색하고 물건을 주문하고 있으시다. 사춘기 때는 매일매일이 엄마아빠와 싸우던 하루의 연속이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두 분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리고 얼마나 훌륭한 부모이자 존경스러운 분들이신지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