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인생 3막, 결혼

[D-88] 스드메 및 이사

생즙 2017. 5. 30. 01:26


흔히 스드메라고 하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정했고, 촬영까지 마쳤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이 무척 재밌어서 하나씩 하나씩 끝낼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드레스 투어를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나중에 미련이 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플레너가 준 드레스 샵 업체 화보를 보고 마리레나 바이블랑, 다이애나 베일, 브라이덜 수지 이렇게 세 곳을 투어했다. 남친이랑은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서 엄마랑 플래너랑 셋이서만 투어를 해서 드레스를 그려줄 사람이 없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입어보니 다 기억이 났다. 그리고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즐거웠다. 마리레나는 화보를 보고 홀딱 반한 샵이었는데 볼레로가 다양하고 예쁘게 준비되어 있었고 사장님과 직원분이 매우 친절했다. 두 번째 샵이었던 다이애나 베일은 플래너 추천으로 간 곳이고 후기가 적어 기대를 많이 안 했는데 샵도 드레스도 고급스럽고 깔끔했다. 특히 안내해주신 직원 분과 옷 입는 걸 도와주신 분들이 예식 날짜에 어울리는 드레스 위주로 추천해줬고, 무엇보다도 옷을 이쁘게 입을 수 있도록 세세하게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첫 번째 샵과 두 번째 샵을 놓고 하루 꼬박 고민했는데 마리레나도 좋았지만 다이애나 베일이 직원들이 전체적으로 점잖고 센스가 있었고, 드레스도 내게 잘 어울릴만한 것들과 소품들을 센스있게 추천해줘서 이 곳으로 정했다.

 

 

 

 

 

 

 

 

날짜를 정하고 가봉일만 기다렸는데 이번에도 남자친구가 주말 출근이 생기는 바람에 스튜디오 촬영 바로 이틀 전으로 날짜를 변경해야 했다. 급하게 변경한지라 가능한 시간도 주말 샵 문 닫기 전 늦은 저녁 시간이었고, 플래너도 엄마도 동행할 수 없다고 했다. 고민하다 깡율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고맙게도 단숨에 도와주겠다고 해줬다. 게다가 내가 드레스 골라야하는데 어쩌나 하고 발을 동동 구르니 엄마가 먼저 있던 일정을 취소 하고 같이 와주셨다. 옷을 입으면 남자친구는 필기하면서 사진을 찍었고, 엄마와 깡율은 나를 냉정하게 평가해줬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그랬는지 드레스투어 때랑은 다르게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방 안내를 해준데다 드레스 변형도 거의 없었다. 막상 볼레로를 했던 탑드레스는 볼레로를 뗀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고 커튼을 닫았다. 드레스 입어보는 시간도 짧고, 직원 분들이 골라준 드레스가 너무 밍밍한거 같아서 찜찜해서 마지막 때는 내가 요청을 해서 드레스를 보여주셨다. ㅎㅎ 나를 제외한 세 명의 토론 끝에 드레스 세 벌을 정했고 이렇게 스튜디오 촬영 전 드레스 가봉이 끝났다.

 

 

 

 

 

 

 

 


 메이크업 샵은 미리 방문한건 아니고 그냥 플래너의 추천을 믿고 선택했다. 플래너가 보헤브, 오블리쥬, 겐그레아, 오테르 이렇게 네 군데를 추천해주면서 각각 샵성격을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후기를 열심히 검색해보고, 오블리쥬로 결정했는데 촬영 당일날에 머리와 얼굴을 예쁘게 바꿔주셔서 정말 감동이었는지라 내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샵에서 변신 중인데 메이크업 샵에 헬퍼 이모님이 드레스와 소품을 갖고 와주셨다. 오늘 하루 잘 부탁 드린다고 인사하고 드레스를 갈아 입었다. 이모님이 얼마나 센스 있으신지 촬영 내내 내 자세도 잡아 주시고 화장도 고쳐주시고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어주셨다.

 

 

 

 

 

 


 스튜디오는 청담에 있는 아우라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다. 나는 단순하고 깔끔한 배경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 반면 남자친구는 어느 정도 배경이 어우러진 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우리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찾자고 열심히 골랐던 곳이 바로 아우라 스튜디오였다. 친구 중 한 명이 박람회에서 스드메 계약하면 사진을 엉망으로 찍는다며 싸다고 너무 덥썩 한거 아니냐고 해서 걱정을 정말 많이 했는데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나는 다시 촬영 할 기회가 생겨도 무조건 아우라에서 촬영하고 싶다. 세트장도 작가님도 정말 최고였다.  사진작가님과 보조작가님 모두 남자였는데, 굉장히 세심하고 내가 예쁘게 나올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다. 특히 마지막엔 드레스 한 벌을 빌려주셨는데 아직 원본은 보지 못했으나 평생 인생사진으로 남을 듯 하다.

 

 

 

 

 

 

 

 

 

 촬영 때 지인 한 두명 정도 부른다고 하는데 나는 평일 촬영인데다 괜히 민폐가 될꺼 같아 아무도 부르지 않았음에도 고맙게도 가순이가 퇴근하고 음료수를 사들고 잠깐 방문했다. 게다가 작가님들과 헬퍼 이모님이 얼마나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셨는지 다시 생각해도 참 감사하다. 사진 셀렉은 일정이 안 맞아서 6월로 미뤄졌는데 무척 기대가 된다.

 

 

 

 

 

 

 

 

 

 계약한 신혼집으로 이사를 했다. 남자친구만 먼저 들어가서 살기로 했다. 결혼 하면 평생 함께 살아야하니 혼자 이렇게 사는 자유도 만끽해보라고 했는데, 사실 빌트인 되있는 것들을 제외하곤 가구가 거의 없어 그만 덩그러니 있다. ㅎㅎ 이사 하루 전 날엔 우리 부모님과 남자친구와 집 청소를 했고, 이사 날엔 예비 시부모님과 남자친구와 남자친구 짐을 옮겨주고 같이 생필품을 사러 다녔다. 귀국하고 아껴가며 빼곡하게 모았던 돈과 시간 그리고 우리의 고민과 노력이 묻어있는 집이라고 무척 뿌듯했다. 양가 부모님이 집에 가시고 우리 둘만 남았을 때, 큰 고비를 함께 잘 넘겼다는 안도감과 서로에 대한 자랑스러움으로 우리가 같이 여기까지 해냈다고 얼싸 안았고, 나는 너무 감격스러운 나머지 눈물이 찔끔 났다.

 

 

 

 

 


 진짜 곧 인생 2막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