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인생 3막, 결혼

[D-118] 결혼준비 중간보고

생즙 2017. 4. 30. 13:01

 

양가 부모님 도움 없는 결혼이니만큼 알뜰하고 효율적으로 하고자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어렵게 받은 결혼 허락이니만큼 우리 힘으로 지혜롭고 행복하게 그리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우리가 행복하려고 하는 결혼이고, 부모님이 결혼하는 자식을 위해 집과 결혼 비용을 보태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동안 결혼 예산의 우선순위를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하느라 많이 바빴다.

 

 

 

 

 예단과 예물은 일절 생략하기로 했고 진짜 실천 중이다. 양가 아버님들껜 예복을 생략하는 대신 구두를 해드릴까 했는데 괜찮다고 하셔서 넥타이를 사드릴까 하고 있고, 어머님들 선물도 고민하는데 그렇게 되면 예물 생략에 대한 의미도 바래게되니 그마저도 하지 말라는게 양쪽 부모님 의견이시다. 심지어 한복도 혼주 메이크업도 알아서 하시겠다고 하셨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예단 예물에 대해 먼저 선뜻 그렇게 말씀해주시기 힘들 수 있는데 감사했다.

 

 

 

 

 

 

 

 

 

 

 예식장은 우리의 인생 2막 시작을 축하하러 지인들이 와주는 자리니 차로도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이 좋은것과 번잡하지 않되 예쁜 곳에서 하기로 이야기하고 정하고 강남으로 예약을 했는데 나중에 우리들끼리 정하고 부모님한테 통보식으로 이야기해서 우리 아빠께 쿠사리를 먹었다. 하지만 다행히 예비 시부모님도 울 엄마도 괜찮다고 해주셨다. 예식장이 무척 마음이 들어서 결혼식장에서의 식이 무척 기대가 된다.

 

 

 

 

 

 

 

 

 

 

 

 드레스나 메이크업은 꼭 비싸다고 이쁜것도 아닌 것 같고, 가진 예산에서 준비하는만큼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우리의 가장 예쁘고 멋진 모습을 담는거니 스튜디오는 꼭 하기로 했고, 스드메는 박람회장에서 프로모션 행사하는데서 예약했다. 내가 결혼식 자체이 돈을 많이 쓰고 싶지 않다고 하니 플래너도 꼭 비싼게 이쁜건 아니라며 원하는 가격대에서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과 샵을 고를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이렇게 스드메 예약도 끝났다.

 

 

 

 

 

 

 

 

 

 


 한복 만큼은 예산이 나가는게 아깝게 느껴졌다. 그런데 한 번 대여하는데 15~20만원이었고 박람회장에서 상담 받았을때는 내 한복 한 벌 맞추는데 60만원 정도 했다. 정말 열심히 찾다보니 한복은 정말 싸게 하면 최소 35만원으로도 우리 둘 옷을 맞출 수도 있었다. 그래서 종로까지 가서 맞췄는데 예산을 많이 아껴서 무척 뿌듯했다. 파스텔 계열보단 원색 계열을 하고 싶어 곤색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했는데 엄청 기대된다. 아, 어머니들 한복도 각각 하시기로 했다.

 

 

 

 

 


 우리끼리 주고 받는 예물도 모두 생략하기로 했다. 까치는 직업상 기구를 세척 할 일이 많아서 시계가 필요없다고 했고, 나는 악세사리 알러지가 있어 심지어 금 귀걸이도 목걸이도 못한다. 4년 넘게 만났는데 아직 커플링이 없으니 결혼 반지만 하기로 했다. 예비 시부모님들은 내가 나중에 섭섭할 수 있다며 다이아 세트를 해주시겠다고 했다. 정중히 여러 번 거절했는데도 계속 말씀하시길래 어짜피 악세서리 하고 다니지도 않는거 커플링 저희끼리 맞추면 충분하고 마음만 감사하게 받겠다고 했다. 이후 한복 때문에 종로에 갔던 날 으리으리하다며 우연히 들어갔던 가게에서 상담을 받고 반지도 바로 맞췄다. 우리는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이므로 다이아는 1부나 0.5부 정도로 심플하게 매일 낄 수 있는걸로 추천 받아 금방 골랐다.

 

 

 

 

 

 

 

 

 

 

 

 

 


 그 다음엔 까치의 턱시도가 될 예복을 골랐다. (사실 내 드레스만 생각했지 남자친구 턱시도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까치는 굳이 정장 안 맞춰도 될 것 같다고 했으나 의사들과 미팅하거나 학회 참석 때문에 의외로 정장을 입을 일이 은근 있으니 이 기회에 맞춤정장은 꼭 하자고 했다. 양복은 원단부터 수제냐 반수제냐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고르는데 정말 힘들었다. 정장은 앞으로도 활용도가 높고 결혼식장에서도 턱시도로 개조해서 입고 입장할꺼니 좋은걸로 입자고 제안했다. 까치는 원단이 좋으되 반수제여도 충분하다고 했고, 나는 원단엔 폴리가 섞여있어도 수제로 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오랜 논의 끝에 각자가 원하는 조건을 넣어 정장을 골랐고, 저번주에는 가봉을 했다.

 

 

 

 

 

 

 

 

 

 

 

 

 신혼집과 관련된 이야기는 밤새 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난생 처음으로 삶의 묵직함을 느꼈다.

 

 

 

 

 

 일단 우리의 신혼집은 남편이 될 그의 직장 근처에 구하기로 했다. 당장 차를 구입하는덴 목돈이 나가게 되니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쉬운 곳 위주로 찾아야 했다. 게다가 그는 출근이 7시 40분까지고 퇴근도 늦고, 주말 출근도 자주 있는 편이고 휴가도 잘 못 쓰는데 나는 9시 출근에 6시 정시 퇴근하는 편이며 휴가도 비교적 자유롭게 쓰는 편이다. 내 회사와 그의 회사는 빨간 버스 한 대로 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 내가 먼저 그의 직장 근처에서 살자고 했다. 우리가 모은 돈으로 시작하는거니 2년 정도는 빌트인 되어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에서 살자고 정하고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지역을 조금만 변경하면 큰 집이 가능했지만, 우리 둘 다 주변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에 좋은 곳을 우선시 해서, 2년동안은 둘이 합쳐서 돈을 더 모으는걸 목표로 하고 이사하기로 했다. 집 문제로 거의 1년 가까이 논의했다. 남친은 퇴근하면 부동산 문이 늘 닫혀있어서 내가 퇴근하자마자 남친 동네까지 가서 부동산을 돌아다녔고, 주말에도 틈나는데로 집을 보러 다녔다. 오피스텔 전세는 귀했고, 우리가 가진 돈은 적어서 어렵게 어렵게 집을 구하고 계약을 했다. 자취 중인 그의 계약이 5월 말이 끝이라, 그가 먼저 들어가서 살고 내가 결혼 후 입주하기로 했다.

 

 

 

 

 

 집을 계약할 때는 예비 시아버님이 오셔서 같이 자리를 지켜주셨다. 계약서에 싸인을 하는 남자친구의 손도 떨렸고, 나 역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런 큰 돈을 송금하고, 며칠 간 긴장이 되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요즘에도 마음 한 켠을 바위가 짓누르고 있는 기분이다. 모든 잔금이 처리되기 전까지 계속 마음에 바위 하나를 끌어안고 있는 마음으로 지낼 듯 하다. 계약 하기 전 등기본등본을 보고 또 보고, 관련 내용을 검색하고 혹여나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건 아닐까 등의 걱정거리들로 마음이 너무 조마조마하다. 대신, 한 달이 지나면 새집에 들어가 그가 먼저 살고 있을테니 이 걱정은 이미 해결되었겠지.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