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기록/일기

까치예찬

생즙 2013. 9. 8. 11:18

1.

까치는 정말 좋은 남자친구다. 좋은 성품을 지녔고. 나보다 똑똑하고. 정신력도 나보다 훨씬 강하고. 정말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2.

어제는 일주일만에 까치랑 만났다. 시간이 지나 어둑어둑해지니 일요일인데 회사 갈 생각에 너무 우울해졌고. 내가 우울해하니 까치가 잠깐 담배 사러 가는척 자리를 비웠다. 괜히 나땜에 옆에 사람까지 힘들게하는구나 싶어서 혼자 주눅이 들어있는데 까치가 갑자기 "내가 진짜 많이 사랑하는거 알지? 힘내!" 라고 카톡을 보낸 동시에 꽃다발을 들고 나타났다.

남자한테 꽃다발 처음 받아본다고 글썽이니. 이전에 내가 남자한테 꽃 한송이 받아보는데에 로망이 있다는 말이 늘 기억에 남았다며. 해바라기처럼 자기도 늘 응원할테니 힘들고 지쳐도 무너지지 말라고 다독여줬다.



3.


얼마전에 까치에게 "나는 왜 사는지 모르겠어. 나는 너무 한심해"라고 했더니 까치가 나보다 속상해하면서 나에게 되물었다.


"니가 그런 생각하면 나는 어떡해?"


당시에는 이해 못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마운말이다. 그만큼 상대에게도 나는 큰 존재라는 의미일테니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선 내가 행복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4.

사람은 사람이라서 이기적일수밖에 없고. 만약에 우리 사이에 사랑이 사치적으로 느껴질만큼 힘든 일이 닥쳐오면 사실 이 친구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것도 안다. 기대심이 크면 나중에 달라질지도 모르는 모습에 내가 실망할것도.



하지만 그런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떠나서 현재 까치가 주는 안정감은 분명 나를 많이 채워주고 세워주는게 분명하다.


5.

까치랑 만난게 벌써 200일하고 한달이 됬다. 사실 다투기도 자주 다퉜고 화해도 자주했고. 화해를 위해 편의점에서 사과쥬스를 사와서 쓱 내미는 남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 가는 시간 맞춰서 피로회복제를 안겨주는 남자. 이쁜말만 쓰고 이쁜 생각만 하자고 하는 까치는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좋은 남자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