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기록/일기

생각나는데로 적는 잡담

생즙 2013. 2. 12. 00:09




1.


새로운 한 해가 왔다. 앞으로 4개월 후에는 뭐든 결판이 나 있겠지. 




2. 


2010년에 내가 잘 한 일은 페루에 나가서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난 일.  

2011년의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는 홍을 만난 거 

2012년의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는 깡 언니를 만난거 

2013년의 첫 번째 행운은 까치를 만난 거.




3. 


구정이라 작은 아빠 가족들과 함께 할머니 댁에 내려갔다왔다.




4. 


며칠전에는 까치와 홍과 셋이서 같이 카페에 앉아서 차를 마셨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홍과 까치는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

세상은 좁다. 



홍과 까치가 한 편을 먹고 날 공격해서 내가 좀 진땀 뺐다는 함정이 있지만. 



5. 



요즘 난 낮엔 일을 하고 밤엔 스터디를 한다. 혹여나 내가 공부에 소흘하며 지내는 거 아닌가 종종 S양이 전화해서 

한 두시간 잔소리도 해주고. 


아! 같이 스터디를 하는 사람이 알고 보니 나차럼 K단체를 통해서 아프리카를 다녀 온 사람이었다. 


모두들 똑똑하다. 영국에서 캐나다에서 공부를 했거나 호주에서 인턴을 하다 왔거나 혹은 세계여행을 하고 온 사람들.

각자 색깔로 똑똑한 사람들과 하는 공부이다 보니 조금만 소흘하게 준비를 하면 티가 난다. 

공부라는 건 정말 하는만큼 나온다. 어떤것도 꼼수를 쓸 수 없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2월달에 시험들을 신청했다. 




6.  


얼마전에 H오빠와 술을 마셨는데 뜬금없이 오빠가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사실 이 오빠한테는 고마운 기억밖에 없는데 왜 내게 미안하다고 하나 싶어서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일하면서 혼자 스트레스를 받는걸 보면서 괜히 잘 지낼 애를 불러서 엉뚱하게 일을 권했나 싶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정도로 나도 내가 너무 예민해서 좀 감당이 안 된다 요즘엔 ㅎ 



H오빠가 좋은 건 진짜 오빠같고 아빠같아서기도 하지만 나처럼 늘 목이 마르고 동경하면서 사는 성향 때문인 것 같다. 




7. 


까치가 내가 술에 취하면 술을 더 시킨다는 걸 지적했다. 



8.


난 사실 좀 본성이 우울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하루종일 듣는 노래는 에픽하이, 넬, 리쌍, Loros 노래들. 



9.


위에 언급했듯 까치는 내 정서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다. 처음엔 뭐 저리 재미없는 애가 다 있지? 싶어서 대놓고 놀리고 이랬는데 진짜 이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이 친구는 나를 좀 많이 돌아보게 한다.  물론 사람이 장점만 있을 수는 없지만, 까치는 장점이 많다. 까치랑은 대화를 하다 보면 대화만으로도 내 감정을 보호받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좀 이게 나도 이해가 안 갔는데 홍과 이야기해 본 결과 이 친구는 상대가 누구든 존중하고 언제나 말을 아끼는게 몸에 베여있다. 


까치의 가족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왜 내가 엄마아빠랑 싸우나에 대한 내 문제점을 좀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까치는 늘 내게 말한다. "부모님을 이기려고 하면 안돼! 그래야 착한딸이지."  요즘 이 친구 덕택에 착한딸이 되가는 느낌. 



10.


요즘엔 S가 전화를 자주 해준다. 아까 통화를 하면서 내게 학창시절의 나는 결단력있고 강하고 곧 부러질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다녔는데 요즘 만나는 나는 너무 다르다고 대체 요 몇 년간 무슨 일들이 널 이리 바꿔놓았냐고 물었다. 


나는 사실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그 눈초리가 무섭다. 그리고 좀 무거운 것 같다. 

내가 어느만치 해줄꺼라는 정서적인 면의 기대치와 물리적인 기대치. 

나도 실수를 하고 미끄러지는데. 그냥 그런 기대치를 만든 내 과거의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고.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한걸까? 



11. 


언제였더라? 엉엉 우는데 랑카 주할배가 주변에 휘둘리지 말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놔줬다. 



12.


실은 오늘 서류 하나가 불합격이 되었다. 동생이랑 신나게 데이트하다가 불합격 통지를 받아서 멘붕이 와서 오늘 아무것도 못 했다. 왠지 밀려오는 여러가지 부정적인 생각들에 혼란스러웠는데 지금은 또 괜찮아졌다. 

오늘은 좀 그런 느낌이다. 심연 깊숙히 내 우울함과 마주한 느낌. 



13. 


사람의 환경이 진짜 중요한 것 같다. 몇 년만에 만난 Y씨는 이제 남들이 알아주는 곳에서 일을 하고 돈을 많이 버는 건 확실했지만 3년전보단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평 불만이거나 선의라고 주장하는 거짓말들. 무슨 거짓말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냐며 웃으며 넘어갔지만 아마 거짓말을 하는 무서운 사람들 사이에 있다보니 사람의 성격마저 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감히 내가 이런 생각을 한 다는게 너무 죄송하지만. 




14. 


근데 요즘 난 너무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