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Peru 현지생활

잡담

생즙 2012. 4. 21. 00:36


#1.



출근하는 길에 내가 늘 하는 생각은 "길이 참 너저분하구나.".



 내 기관은 성경인물 성 요한을 딴 싼 후안 데 미라플로레스로, 풀 한줌없이 먼지투성이인 사이로 하루에 한 번 꼴은 눈 앞에서 생생하게 날치기들이 날뛴다. 기관을 가기 위해서는 CIUDAD라는 곳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를 지나가다보면 버스로 급히 들어와서 가방을 날치기해서 내리기도 하고 옆 버스에서 날치기범과 버스 차장과 싸움이 붙기도 하고. 리마는 분명 여행하기는 참 좋은 곳이지만 가면을 조금만 벗어내면 어디든 똑같다. 길에서 전화를 하면서 걸어다니면 전화기를 뺏어서 달아나질 않나. 





   




아마 우리나라도 한 때는 소매치기가 많았으니깐. 비슷하지 않을까.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으니깐 이 곳도 그렇지 않을까. 언제쯤이면 소매치기와 강도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나라는? 







# 2.



아침에 tv를 키면 뉴스앵커는 눈썹을 팔자로 그려놓고 굉장히 슬픈 표정으로 어디선 누가 죽었고, 다른 누가 죽었으며 어떤 사고가 났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뉴스만 보고있다보면 페루는 살 곳이 못 된다. 어쩌면 페루 안에 내심 감도는 두려움과 공포는 뉴스에서 시작되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 3.



저번주에 잠깐 한 눈을 팔던 사이에 눈 앞에서 소지품이 없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엄청난 금전적인 피해가 있었던건 아니었지만 보는 사람이 있었음에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분노감과 배신감이 들었다. 경찰서에 신고를 하는데 걸린 시간은 6시간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페루 시스템에도 화가 났고. 눈 앞에서 잡혀 온 범죄자들과 경찰들이 둘이 허리를 꼬집으면서 다니더니만 결국 돈으로 뒷거래를 하는 걸 보고 있는 것도 짜증이 났다.  게다가 경찰에 신고를 하려면 은행에 가서 바우쳐를 사야한다. 너무 화가 나서 "너네 나라는 돈 없으면 경찰에 신고도 못하냐"며 버럭하고 말았다 -_-.. 




내 전화를 받고 놀란 기관장과 학교 선생님 한 분이 경찰서로 달려와줬다. 고맙게도 엄청 당황하고 있는 날 위해서 디렉토르가 물을 사다줬고, 동료교사 마리쏠이 "오 하나님, 딸아 이게 무슨일이니." 하더니 날 안아줬다. 




내가 조금이라도 분노감이 상승하면 디렉토르는 날 위해 바깥에서 차가운 물을 사다줬고, "너는 그냥 아무말하지마"라며, 경찰을 잡고 좋은 일을 하러 먼 나라 한국에서 왔으니 빨리 좀 해결해달라고 좋게좋게 이야기해줬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가 이 경찰들에게 미리 돈을 좀 찔러줬으면 금방 해결되는 일이었다고 한다. 페루 사람들 얼굴을 쳐다보기도 싫었다. 






#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배우는 건 바로 책임이다. 한 일에 대한 책임 해야 할 일에 대한 책임. 내가 아무리 짜증이 나고 의욕이 꺾여도 난 해야 할 일들이 있고, 계속적으로 수업을 해야하고 사람들을 만나야한다. 그런데 의욕도 없고 계속 털어내지 못하는 찝찝함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다보니 나를 만나는 상대방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바늘끝처럼 예민해져있다. 빨리 털어내고 싶다. 





# 5. 



오랜만에 델리아와 글로리아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같이 길을 걸어가는데 누가 내게 시간을 물어봤다. 혹시나 내 물건 훔친건 아닌가 싶어서 소지품 검사를 했다. 다시 걸어가는데 누군가 내가 있는 방향으로 돌진해왔다. 혹시나 내 물건을 날치기 하려는건가 싶어서 재빨리 가방을 반대 방향으로 바꿔맸다. 잠깐 지내는 외국인인 나도 이런데 현지인들은 정말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걸까? 




나의 해외생활에 있어 간만에 온 장마비다. 지긋지긋한 장마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4월이 지나가면 좀 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