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기록/일기

120331 정말 잡담

생즙 2012. 4. 1. 05:56


1.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 



"제 마음은 참으로 간사합니다."   


말들을 쉬게 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섰을 때, 그가 연금술사에게 말했다. 


"마음은 제가 이대로 계속 가는 것을 원치 않아요."


"...아무도 자기 마음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는 없어. 그러니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편이 낫네. 그것은 그대의 마음이 

그대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대를 덮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야."


"어째서 마음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는 거죠?"


 그는 연금술사에게 물었다. 


"그럴 경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지. 마음은 고통받는 걸 좋아하지 않네."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中]-



예전에 연구소에서 인턴을 했을 때, 티타임을 갖던 중 김 박사님께서 내가 참 좋아하던 한비야씨를 두고 불쌍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어쩌면 자기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열심히 움직이지만 돌아갈 수 있는 가정이 있는 건 아니지 않냐는거였다. 그 때 나는 "그런가요..? 그럴까요...?" 라고 되물었었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약 7개월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임기가 끝나면 한국에 돌아가게 될테니 요즘엔 기업들 모집요강들을 뒤적거리고, 아무리 스페인어가 우리에겐 제2외국어라지만 한국과 세계 기업들이 가장 1순위로 필요로 하는 언어는 영어일테니 영어공부도 슬슬 시작하고 있다. 운이 좋은게 해외에 그것도 남미 페루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의 토익을 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여기서 꾸준히 토익공부를 하고 바로 한국에 들어가면 만료된 토익점수도 다시 받아야겠다. 스페인어와 전공 컴퓨터를 살려서 일할 수 있는 선택범위는 안타깝게도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안정적으로 사는 게 중요순위인 나에게는 해외생활이 좋은 건 돌아갈 수 있는 내 집, 내 사람들 그리고 한국이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할 때는 나오더라도 자리만큼은 한국에다가 잡아두고 싶으니 생각보다 폭이 더 좁아졌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겠지만 차선책으로는 스페인어나 컴퓨터 중 하나는 포기해야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조금 고민이다. 




요즘엔 동갑내기 친구들이 많아져서 참 좋다. 학교를 1년 늦게 들어가서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동갑내기 친구가 없었는데  말이다. 어떤 친구들은 이미 사회에서 생활을 하다왔고 어떤 친구들은 나처럼 이 곳에서 졸업을 했다. 한국에서 1년간 개발자를 했다는 동갑내기 친구는 학교생활과 직장생활을 통해서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되었다며, 임기가 끝나고 돌아가면 다시 외국에 나가서 돈을 벌고 돌아와 다시 공부하고 분야를 바꿔 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친구는 반대로 자기가 힘들어했던 생활을 동경하는 나를 신기해했다. 





2. 한국에 돌아갈 준비. 



7개월이면 짧을수도 있고 길수도 있는 시간인데 나는 또 마음이 조급해서 -_- 요강을 찾아보니 스페인어를 쓰려면 최소한 델레 자격증 B2는 따야한다....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11월에 귀국인데 9월부터는 서류를 넣어야겠지? 아니면 더 준비하고 3월달 공채때 지원을 하는 게 맞는건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여러분. 실제로 타이타닉 호에서 저렇게 바이올린을 연주하시던 연주자분들은

 총 8 명이라고 하죠? 이 분들은 흔히, 소위 잘 사는 사람들을 위해

 밥 맛있게 먹으라고 입맛을 돋구아주는 역할을 하죠.

 정말 그냥 보기엔. 그냥 아싸. 아웃사이더 같은 사람들이죠.


 그런데... 정말 감동스럽지 않나요?

 당장 죽게 되어서, 모두가 죽음의 공포땜에 흔들리고 있을때..

 그 분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합니다. 



 아름다운 일은 이런게 아닐까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모두들 외면하고 있어도..

 그냥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하는 것....."


-필그림 앙상블-



홍과 싼도르의 도움으로 다음주나 다음달부터는 리마에 있는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찾아보니 이 곳에도 학부생을 위한 "정보보안학과"와 "컴공"쪽 과목들이 많이 개설되어 있다. IT쪽엔 정말 많은 천재들이 있다. 감이 있는 사람들도 많고 사실 나는 코딩이나 IT쪽에 엄청난 감이 있고 큰 재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특출난 재능이 있는게 아니기에 열심히 해도 따라가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깐. 돌아가기 전까지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다음주부터는 교수님들의 허락을 구하고 수업에 참여할 생각이다. 




3. 기관출근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 피천득 "인연" -



어제는 꼬맹이 한 명이 내 가방에서 물건을 훔치려다가 걸려서 엄청 속상했었다. 니 물건이 아닌 남의 것에는 함부로 손을 대는게 아니라고 말하고 돌려보냈지만 굉장히 속상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어쨌든 어제는 기분이 참 좋지 않았다. 




내 현재 직분은 봉사단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내 1순위는 기관이다. 요즘엔 꼬맹이들 엄마들이 내가 수업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런저런 수다를 즐기신다. 가끔은 내가 돈 안 받고 일하는 걸 불쌍하게 생각하시며 내게 돈을 쥐어주시려고도 한다.....^^;




아주머니들은 맨날 일하랴 가족 돌보랴 시간이 없는데 나랑 공부하는게 너무 좋다며 황송할정도로 칭찬을 해주시곤 한다. 아주머니들은 내가 SOLTERA 인게 너무 부럽다며 그냥 평생 결혼하지 말고 살라고 충고해주셨다.ㅋㅋ 결혼 이라는 건 양면성이 있는게 분명한 것 같다. 얼마 전에 봤던 영화 "미스터 노바디"가 생각이 났다. 




꼬맹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원래 어린이들을 많이는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성인분들이나 가끔 찾아오는 중고등학교 애들을 만나는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는 한다.ㅋ 정신없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꼬맹이들을 대상으로 뭔가를 가르친다는 건 사실 너무 어렵다. 도와주는 사람도 단 한 사람도 없고. 





그래서 사실 내 주요 대상은 꼬맹이들이지만 어른분들에게도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키보드를 그려서 역할 설명을 해주고, 게임도 시키고 최대한 즐겁게 배우고 돌아갈 수 있도록.  요즘엔 사람들이 그래도 내가 알려준 방법대로 컴퓨터를 이용해서 가슴 한켠이 뿌듯하다. 





페루에 있는 사람들도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좋은 정보들을 많이 찾아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하는 작은 삶이 조금이라도 이 사람들에게 의미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요즘 룻(Ruth) 아줌마는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하신다. 저 먼 아시아에서 온 외국인과 이리 긴 시간을 같이 지낼 수 있다는게 자긴 참 신기하다며, 내가 돌아가고 나면 아마 평생 내 이야기를 하면서 살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게. 마음이 갑자기 뭉클해졌다. 아마 나도 평생을 곱씹으면서 살텐데. 남은 시간을 지헤롭게 보내야겠다. 




4. 예전에 썼던 일기들



예전에 전교에서 딱 2명 뽑는 인턴에 지원했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합격되는 바람에 고민을 했다. "부족한 게 많은데 내가 어떻게 된거지?"하고 고민을 하다가 엄마한테 솔직하게 상담을 했었다. 그때 "엄마, 나는 잘 하지도 못하는데, ETRI는 온통 실력자들에 박사님들 뿐인데 나같은게 갔다가 맨날 기가 죽을 꺼 같아.. 무서운데 어쩌지?" 라고 했더니 엄마가 내게 했던 말씀이다. 


"깨지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상처가 생겨도,  


 배움이라는 건 나보다 더 낫고 실력있는 사람들 밑에서 이루어져야 진짜 사회를 배우고 실무적인 것도 쌓아갈 수


 있는거야. 그러니깐 포기하지 말고 가서 부딪혀. 


 안되면 가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력하고 실력 쌓고 돌아와. 그게 배움이고 그게 사는거야. 


 어떤일이 무서워서 포기한다고? 그러면 넌 아무것도 못하고 산다. 뭘 하든 포기하게 되있어. 


 일단 부딪혀. 그리고 니가 하는 일에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돼." 



과연 우리 엄마다운 충고다. 예전에 썼던 일기들을 뒤적거려보니 나는 언제나 고민이 참 많은 것 같다. 



하나님은 나한테 참 많은 달란트를 주신 것 같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채워져있지가 않다. 속상하게도. 대신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재점검하고 잘해야겠다고 다잡으면서 살 수 있는 것 같다. 




요즘이 아니라 한동안 나는 좀 엉망이었던 것 같다. 마음을 다스리려면 물리적인 걸 흐트러뜨리면 안되는데 물리적인게 흐트러지다보니 마음도 흐트러지고 마음이 흐트러지니 생활이 흐트러지고.악순환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5. 그래서 결론은.


"주님, 제 동생이 저에게만 일을 떠맡기는데 이걸 보고도 가만히 두십니까? 마리아더러  저를 좀 거들라고 일러 주십시오."


"마르타, 마르타, 너는 많은 일에 마음을 쓰며 걱정을 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그 몫을 빼앗아서는 안된다." 



-누가복음 10장 41-42절-


오늘에 충실하면서 열심히 즐겁게 지내야겠다는거다. 결론은 늘 동일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나는 10년이 넘도록 마르타같이 사는 것 같다. 늘 조급하고 걱정하고 마음을 쓰고. 




너무 염려하면서 살지는 말아야겠다. 어쨌든 다 잘될꺼잖아. 


언제나 내 인생은 신 안에 있다는 걸 알면서 뭘 그리 걱정하는건지 모르겠다. 


더 잘 먹고 열심히 움직이고 운동하고 춤도 추고 공부도 하고 일하고 열심히 지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