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Peru 현지생활

120328 근황

생즙 2012. 3. 29. 02:00


1. 모께구아 출장




S단원과 N단원 기증식이 저번주 월요일에 있었다. 두 분 다 컴퓨터 단원인데 특히 S 단원은 내가 프로젝트를 할 때 이런저런 지식적인 도움을 참 많이 주신데다가 내 기증식날에도 먼 길을 달려와주신 분이라, 나도 출장승인을 받고 모께구아로 갔다. 3월 말이라 돈이 워낙 없어서 굳이 버스를 타고 갔다. 16~18시간 정도만 걸리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게 왠일?




산 속을 달리는데 사람들이 파업을 한다고 길목을 막아버리는 바람에 산 속에 5시간동안 갇혀있었다. 분명 하루 전 일요일 오후 2시 버스를 탔는데 모께구아에 도착하니 월요일 오후 2시였다.^^ 기증식은 9시 시작이었고 모께구아 도착하니 기증식은 모두 다 끝났고, 단원들과 소장님을 비롯한 사무소 직원분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허탈했지만 다행히도 다음날은 N 단원의 기증식이 있어서 기증식 하나는 놓쳤지만 다음 날에 있던 기증식에 가서는 열심히 박수를 쳤다! 그리곤 다시 S 단원 학교에 가서 프로젝트 한 걸 구경도 하고 리마에서 사온 초콜렛도 선물로 드렸다. 




      

      

      

   


나와는 달리 학생수가 적은 시골쪽에서 일들을 하시기 때문에 컴퓨터 20대를 장만했는데도 수업하는데 특히 지장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유선으로 네트워크를 설치한게 아니고 무선으로 바꿔놓았고, 우리 학교와 비슷하게도 인터넷 접속을 위해선 항상 선생님용 컴퓨터 옆에는 서버가 꼭 있어야했다. N 단원 역시 S 단원이랑 비슷한 형태로 컴퓨터실을 만들었는데 가장 인상에 깊었던 건 애기들 손바닥에 페인트를 묻혀 벽에 찍어 벽화를 만든것이다. 나와는 다르게 정말 진정한 시골에서 시골 선생님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단원들을 보니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오는 사람들. 코이카에는 정말 멋진 이상주의자들이 많다. 



   



출장을 마치고 바로 리마로 돌아가려는데 파업때문에 길이 막혀서 버스가 없단다. 파업이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모께구아에 하루 더 있게 됐다. 고맙게도 H단원이 재워주고 워낙 편하게 해줘서 사실 모께구아에 갇힌거였는데 오히려 휴식이 되어서 그동안 많이 피곤했었는데 정말 하루 푹 쉬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돌아왔다. 모께구아는 포도농장으로 유명한 곳이라 모께구아 단원 L군, S군, H양이 하루동안 내내 같이 돌아다녀줘서 포도농장 구경도 하고, 피스코 술 시음도 많이 해보고 마지막엔 미라도르에 가서 사진도 찍고, 다행히 길이 금방 풀려서 하루만에 집에 돌아올 수 있었지만 또 정이 많이 들어서 돌아오는데 참 아쉬웠다. 





2. 학교 동료 선생님 Magaret 의 결혼식



결혼식에 초대가 되었다 ^0^ 페루에서 처음 초대받는 결혼식. 정말 어떨까 두근두근 거리면서 갔는데 역시나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내게 "YUNA VAMOS" (결혼식 같이 가자!! 가자!!) 라고 그렇게 하더니만 막상 결혼식 당일이 되니 아무도 오지 않았다^^ DELIA에게 어디냐고 전화해보니, 여동생이 찾아서 집에 가고 있으니 GLORIA한테 전화해서 같이 가란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혼자 갔다. 여담이지만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구두도 신었더니만 동갑내기 친구 C군은 니가 결혼하냐며 "ㅡㅡ" 이런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나름 꾸미고 화장도 하니 어색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결혼식 미사는 7시 시작이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7시에 가면 시작 안할테니 늦게 가라고들 충고를 했다. 그래서 아예 늦게 10시쯤에 갔는데...... 정말로 그 때 결혼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 준비해 간 선물을 전해준다. 나는 돈도 없고 잘 모르기도 해서 와인을 사갔는데, 보통 페루에서는 결혼 하는 부부를 위해 필요한 생활용품을 사준다고 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포장지가 다 하얀색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밤 12시 30분이 되니 밥을 줬다........^^ 혼자 와서 아는 사람들도 없고 빈 테이블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서 밥을 먹는데 신부가 앞에서 소감을 얘기했다.



      

      

      



그런데 갑자기 "제 결혼식엔 제 동료이자 저 먼 외국 한국에서 온 친구가 왔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말을 하자 모든 사람들이 시선이 쏠리고 그 이후부턴 외국인인 내가 혼자 테이블에 앉아서 와인도 마시고 밥도 먹고 하니 사람들이 사진을 엄청 찍어댔다. 결혼식이 끝난건 약 1시정도였고, 그 다음부터는 모두들 춤을 췄다. 그리고 웬 한 무더기의 우리 엄마 또래의 아주머니들이 몰려오셔서 함께 춤을 추자며 날 이끌어주셨다. 처음에 페루에 왔을 때는 이게 너무너무 싫고 힘들었다. 우리 나라에는 흔하지 않은 이런 춤문화. 그것도 꿈비야(우리나라 뽕짝 비슷한)에 맞춰서 춤을 추라는데 어색해서 맨날 몸만 비비 꼬았는데, 지금은 나도 잘은 못해도 즐겁게 어울릴 수 있다!! 모두들 모여서 열심히 땀 흘리면서 춤을 췄고, 나는 춤을 추다 결국엔 좀 힘들어서 새벽 3시에 결혼식장에서 나왔다... 그리고 참 친절하게도 날 위해서 현지인들이 차로 데려다줬다. 




다음날 학교에 갔더니만 난 완전 의리녀가 되어있었다. 페루에서 지내는 건 정말 단 하루도 예측할 수가 없다. 정말 한국에 있었다면 해보지 못했을 신통방통한 경험들을 참 많이 하면서 지내고있다. 




3. 소중한 친구들 싼도르, 홍, C군.



페루에 온지 벌써 1년하고 6개월을 향해 가고 있다. 리마 생활 2년동안 싼도르는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친구다. 현지인인데도 싼도르는 물건을 참 많이 잃어버린다. 나보다 심한걸보면 나는 나에 대해 조금은 안심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다. 한동안 또 핸드폰을 도둑맞아 핸드폰 없이 살던 싼도르에게 늘 "나는 잘생기고 차가운 독일인 남자친구를 사귈꺼야." 라고 말하곤 했더니만, 얼마전에 핸드폰을 새로 구입한 싼도르가 "쎄뇨리따 조. 차가운 심장을 가진 잘생긴 독일인을 알고 있는데 관심있으시면 저에게 전화해주시길 바랍니다." 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전에는 싼도르랑 만날 때는 둘이서 만나야만 했는데 요즘엔 동갑내기 친구  미술단원 C군도 싼도르랑 참 많이 친해서, 셋이 보는 일이 잦아진것같다. 문학을 공부하는 싼도륵와 미술을 공부하는 C군. 특히 C군은 윤리, 철학쪽을 복수로 공부해서 그런지 싼도르와 비슷한 점이 많다. 아무튼 해외까지 나와서 같이 있으면 참 좋고 편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걸 보면 역시나 나의 인복은 정말 최고다. 요즘엔 예전처럼 수르꼬에서 사는게 무료하지 않다. 



그리고 또 다른 동갑내기 유학생 홍군. 홍군이 바쁜 날 위해 델레 책을 몽땅 제본해주고, 돌아갈 때가 되었으니 이제 영어공부도 해야할꺼라며 내게 H 파랭이 책도 빌려줬다. 정말 난 여러모로 운이 좋다. 운이 좋고 운이 좋다. 요즘엔 출장과 결혼식을 다녀와서 집에만 붙어있다. 영어공부를 시작했는데 잘은 못해도 즐겁게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 결코 안 될꺼 같던 스페인어도 이제는 혼자서 여행할 수 있을 정도로는 간간히 신문이나 짧은 글들을 읽을 수 있을 정도까지 끌어올렸으니깐 이젠 뭘 해도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을 꺼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생긴다. 



싼도르의 도움으로 현재 싼 마르코스 대학교 컴퓨터공학과쪽과, 홍군의 도움으로 우씰대학교의 컴공과 쪽 과목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빨리 학교에 가서 다시 내 전공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 몸도 마음도 근질근질~하다. 



4. 벌레와의 싸움.



왜 엄마 말은 다 맞는걸까? 한국에 있을 때는 그리도 청소해라 라는 말을 귀에 막히게 들어도 참 지저분하게 지냈는데 여기선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 일주일에 두 번씩은 이불을 햇빛에 말리고, 청소도 하루에 두 번씩. 빨래도 꼬박꼬박. 일주일에 두 번은 화장식 청소에. 이럼에도 내 방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 정말 기절할 뻔 했다. 소리를 지르며 한국에 가겠다고 징징거리는 날 보고 룻 아줌마가 내 방에 오셔서 바퀴벌레를 휴지로 척 하고 잡아주셨다. 그리고 약을 뿌려주셨는데 내가 박멸될 것 같았다. 


한동안 날 괴롭히던 벼룩은 사라진 것 같은데 슬슬 가을이 오니 쌍쿠도가 내 방에 들어와서 난리다. 하하. 그래도 아직도 난 벌레가 무섭고 무섭고 무섭다. 



한국에 돌아가면 정말 웬만한 일로는 다 감사하면서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5. 선택


얼마전에 영화 "미스터 노바디"를 처음봤다. 무슨 선택을 해도 결국엔 후회가 남는 비극적인 결과로 끝나는 걸 보면서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되었다. 어짜피 어떤 결정을 해도 당연히 후회가 남고 아쉬운 점이 남는 건 당연한건데, 그러니 내 결정에 대해서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 돌아보지 않도록 혹은 "만약 내가 이렇게 했었더라면.." 하는 미련에 움추러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리마는 가을이 오면서 하늘이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다. 낮에는 정말 살갗이 뜨겁지만 요즘 저녁 때 하늘보는 재미에 퇴근하는 맛이 난다. 어쨌든 난 열심히 빠듯하게 잘 지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