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Peru 현지생활

20120305 근황

생즙 2012. 3. 6. 07:14


1. 콜롬비아 여행 완료!



2012년 2월 24일을 시작으로 3월 4일까지 약 10일간 콜롬비아로 혼자 국외여행을 다녀왔다. 수도인 보고타에서 약 4일을 지냈고, 버스로 마니살레스(Manizales)로 가서 3일, 그리고 메데진(Medellin)에서 2틀을 보낸 후 오전 비행기를 타고 리마로 돌아왔다.


여행후기는 차차 올리겠지만 휴식 이라는 테마에 맞춰서 많이 쉬고 보고 듣고 생각하고왔다. 우리나라에선 콜롬비아의 인식이 별로 좋지 않은데에 비해 너무나 아름답고 조용한 곳이었다.


여행의 좋은 점은 혼자 다니면서 많이 배운다는 것과, 내 주변 사람들과 내가 살고 있는 모든 상황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는거다. 어쨌든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 ^^




2. 방학끝, 그리고 학기시작. 수업은 어떻게?



긴 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왔다. 페루의 교육 시스템은 우리나라와는 좀 달라서 개학한 첫 주간은 학교에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등록하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방문하기 때문에 첫 주는 정신이 없다. 그래서 과감하게 첫 주는 학교에 나가지 않았고 두 번째인 오늘부터 배치고사를 통해서 반을 나누기로 했다.



오전에 정규수업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부담스럽기도 하고 시간적인 여러가지 이유로 정중하게 거절하고 원래의 방식대로 오후 방과후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 이전에 학년별로 수업을 했다면 이번에는 배치고사를 통해서 수준을 나누고 듣고 싶은 수업을 표시하게 해서, 매달 시간표에 맞춰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수업은 실무교육 파트, 컴퓨터 기초, 영화감상 및 비디오 제작 이렇게 3가지로 나눴다.



실무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선생님들이나 고학년 애들이 많이 들을 것 같고, 컴퓨터 기초와 인터넷 이용법 등은 애기들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개설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 감상 수업을 일주일에 2시간씩 넣었는데, 같이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워드로 작성해서 내게 이메일로 보내는 방식으로, 많이 보여주고 실습할 계획이다. 무도에서 나온 비빔밥 광고를 보여주고 같이 거대한 비빔밥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은 한 달동안 먼저 수업을 해봐야 나도 감이 잡힐 것 같다.



전과는 달리 규율을 엄격하게 해서 성적을 주고, 출석 비율을 높이고 지각이나 결석이 잦은 경우에는 가차없이 수업시간에 들어오지 못하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



작년 1년간 좌충우돌 욕심만 가지고 진행하던 수업을 보여주기 위주의 수업으로 바꾸기로 했다. 잘 사는 한국에서만 생활하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기관에 맨 처음 왔을 때 느꼈던 건 "정말 가난하구나."였다. 그런데 1년을 지내고 나니 내 생각이 많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비록 콘크리트 지붕에 바닥도 없고 철근으로 얼기설기 지어진 곳에 살지만 내가 일하는 지역에서 사는 내 학생들은 가난한 학생들이 아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중산층이라고 해야하나?(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하고 일을 하는 게 아닌 것 같다는 회의감에 사실 조금 의기소침해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정말 도움이 필요한 먼지투성이인 곳에는 나같은 외국인이 들어가기 힘들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은 모르지만 땅에다가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욕심부리지 말고, 바닥부터 시작하자는 처음 마음으로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 해결해야 할 문제 - 기관장과 선생님들과의 관계 개선



학기가 개설되면서 가장 고민이 되는 것 중의 하나는.. 같이 일하는 현지인들과의 관계문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모두들 너무 좋은 사람들인데 나는 아직도 기관 사람들의 정서에는 익숙해지지 않는다는거다.ㅠ



4. 델레합격, 앞으로의 과제.





저번 11월에 봤던 Dele 시험 결과가 저번달에 발표되었다. 당연히 떨어졌을 줄 알고 낙심했었는데 눈을 질끈 감고 떠서 확인한 결과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APTO. 하나라도 과락이 되면 시험에서 완전 낙방인데 약 20만원 되는 큰 돈 날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게다가 말하기 Oral 시험은 만점이다!! 문법이 좀 간당간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함격은 합격이니.^^


함께 Study를 했던 모니카 언니와, 환이는 모두 B2에 철썩 붙었다


5월에 B2 시험이 있기 때문에, 홍과 같이 공부를 시작했다. 유학생이라 그런지 나랑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는 참 독하다. 친구지만 나하고는 전혀 다른 집중력을 지니고있다. 아! 그리고 싼도르와도 꾸준히 연락하면서 피드백을 받고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 시험도 철썩 붙어야지. 


하지만 델레도 델레지만 이젠 슬슬 다시 영어공부에도 주력해야할 것 같다. 공부라는 건 정말 평생해야하는구나.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내가 나이가 먹어서 배워야 할 게 더이상 없다면 정말 무기력해질 것 같다.
다행히 나는 무척이나 똑똑하지 않고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게 아니라 뭐든 꾸준히 배우고 공부하고 즐기고 할 수 있는 것도 할 일도 많다.



5. 사람



글을 쓰다보면 결국엔 사람으로 마무리가 되는 것 같다.
혼자서 여행을 다니면서 10일간 한국사람은 구경도 못 했다.


처음 리마에 왔을 때에는 한국이 그리도 그립고 고독하더니 여행을 하는데 이번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리마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참 많이 밟혔다. 음식부터 시작해서 교통문화 등 모든 것들을 페루와 비교하게 되고 홈스테이 가족들, 리마 단원들은 지금 쯤 뭐하고 있겠구나 등. 진짜 여행하면서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리마에 대한 향수를 앓았던 것 같다.


방금 학생 한 명이 선물이라며 사과를 주고갔다. 귀여워라.
나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