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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코로이코[coroico] 죽음의 길 투어

생즙 2012. 2. 7. 09:25


우유니 투어가 끝나고 라파스로 돌아왔다. 라파스에서 하루를 쉬면서 볼리비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산악 자전거 투어를 신청했다. 가격은 자전거의 성능에 따라서 다르다. 내가 선택한 자전거는 3단계중에 중간 자전거였고 현지 돈으로 380 볼리비아노[약 55$] 정도 되는데 오전 7시에 정해진 호스탈에서 모여 다같이 아침식사를 하고나서 물품을 지급받고 다같이 약 3,600m의 고도인 산으로 올라가 자전거를 타고 약 1,000m 지점까지 내려오는 투어다. 




일명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길로 The Death Road 투어라고도 하는데, 생각보다 길도 널찍하고 가이드가 4명이다 따라붙는데다가 뒤에는 봉고차 세 대가 계속 따라 붙어서 생각만큼 위험하지는 않았다. 





   

   

 




웬 동양 여자애가 혼자서 방황을 하는 걸 보고 웬 남자애들 둘이서 말을 건다. "Are you korean?" 
브라질에서 왔다는 라파엘과 잭. 




영어는 저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저 둘은 포르트갈어만 사용했고 난 스페인어만 사용했다. 다행히 서로 자세히 귀 기울여 들으면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는거다. 이전에 우유니 투어때도 브라질 사람이 3명이나 있어서 브라질에 대한 이미지가 정말 좋아졌는데, 이 친구들은 게다가 나와 말도 잘 안 통하면서 산에서 자전거 타는 건 위험하다고 뒤쳐지는 날 위해 앞과 뒤에서 호위를 해줬다. 물론 내가 자꾸 뒤쳐지니 나중엔 그냥 버리고 앞으로 쌩쌩 달리긴했지만 ^^ ㅋㅋㅋ 




   

   




페루에 와서 가장 달라진 것 중 하나는 고산이 좋아졌다는거다. 정말 산 위에만 올라가면 아름답고 경치가 좋은 걸 뛰어 넘어서 자연 앞에서 사람이란 얼마나 작은가 위압감이 느껴질 때가 대부분이다. 내 눈 아래에 구름이 펼쳐져 있고 구름을 따라 자전거로 달릴 때의 짜릿함이란 ! 



게다가, 중간에 구름이 걸쳐져 있는 구간을 지나갈 때는 비가 내린다. 무섭게 내린다. 고산에서 비가 올 때는 정말 춥다. 체온 보호를 위해 자전거를 다시 차에 싵고 비가 조금 그치는 구간까지 차로 이동했다. 아! 중간에 코로이카 입장을 위해선 25볼리비아노를 별도로 지불해야 했다.   





다시 가이드의 주의사항을 듣고, 자전거를 타는데 이제부터는 비포장 도로다. 라파스와 우유니를 왔다갔다 하는데 심각한 비포장 도로를 차로 달렸는데 이번에는 자전거로 달리는 비포장도로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몸이 어찌나 덜덜덜덜 거리던지, 한참을 가다 보니 구름이 걷어지고 날이 더워졌다. 가이드의 안내사항에 따라 다들 위에 걸치고 있던 잠바를 벗어서 차에 보관하고 열심히 달리고 달리다 보니 우리의 목적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왔다. 



   
   

   
   

   
   

   
   





각자 모여서 제공된 점심을 먹고, 고맙게도 잭과 라파엘이 자리를 만들어줘 함께 볼리비아산 맥주 와리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라파스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탔다. 새로운 뉴페이스 프랑스에서 요리사를 하고 있다는 프랭크.



내가 밖으로 보이는 과일 아보가도를 보고,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더니만 뜬금없이 앞에 앉아있던 애가 쏜살같이 나가서 아보가도를 사오고,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서 이등분을 해왔다.



   
   

   
   





요리사인 자기를 믿으라며 좋은 경험하게 해주겠다더니 아보가도에 설탕을 잔뜩 부어놓고선 먹으란다.....
"나 이거 안 좋아한다고!" 라고 말하는데 들은 척도 안하고 기념으로 저렇게 사진도 찍어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술 더 떠서 잭과 라파엘이 우유를 사서 부으려고 하는 걸 우유가 없어서 다행히(?) 설탕만 섞어서 먹었다..... 달았다ㅠ



게다가 요리사긴 하지만 사실 자기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라자냐와 파스타를 전문으로 하는 요리사라며 맛있지 않냐고 웃어댄다.ㅋ



볼리비아만 벌써 3번째 여행 중이라는 프랭크는 많은 사람들의 꿈의 도시 파리에 산다고 한다. 그래서 참 부럽다고 하니 막상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무표정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시간 내서 남미에 오는게 너무 좋다고, 오히려 잭과 라파엘에게 남미에 사는 걸 축복으로 알라고 큰소리를 뻥뻥 쳤다. 프랑스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손을 참 많이 사용한다고 들어왔는데 정말 손을 많이 사용하더라. 만국의 언어 바디랭귀지는 정말 편리하지 않냐고 호탕하게 웃어대는 프랭크 덕분에 오는 내내 혼이 쏙 빠졌다.ㅋ





돌아오는 길에는 각자 나라에서 본인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돌아가면서 부르고 추천했다. 서로 언어권도 문화도 전혀 다른데 즐겁게 웃으면서 왔고, 마지막에 헤어질 때는 정말 많이 아쉬웠다. 코로이코 투어가 특히 더 좋았던 건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힘들었지만 가장 즐겁고, 이제껏 한 여행중에서 가장 짜릿하고 재밌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눈 앞에서 구름이 쫙 펼쳐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