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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여행기-리마의 마추픽추 루팍[RUPAC]3

생즙 2012. 1. 17. 16:02

둘재날. Día 2.


최종 도착지 루팍을 향해 깜깜한 새벽부터 길을 나섰건만, 중간에 길을 잃었다. 산은 험했고 공기는 습했다. 다리도 아팠고 무엇보다도 숨이 너무찼다. 분명히 고산증 약을 미리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요 며칠 헬스를 좀 게을리했더니만 체력이 떨어졌는지 걸음이 자꾸만 뒤쳐졌는데 고맙게도 언니들이 내 페이스에 맞춰서 천천히 쉬엄쉬엄 가줬다. 빨리 정상에 도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게다가 산에서 길도 잃고 완전히 지쳐있던 상태에서 똘똘한 모니카 언니의 주선으로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보았던 폭포를 발견했다. 인터넷에서 본 다른 사람들의 후기에 따르면 30분만에 폭포를 찾았다는데.. 중간에 길을 잃어서 2시간이 지나서야 폭포에 도착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고도가 낮은 땅에서 숨쉬는 것과 고도가 높은 산에서 숨 쉬는건 참 다르다. 고도가 높다보니 손발을 비롯해 온 몸이 팅팅 붓고 내장기관도 딴딴해진다. 나한테 완전 실망스럽게도 바위를 오를 땐 정말 네 발로 기다시피했는데 그래도 신기하게도 산에 나무가 많아서 한국 산 같아서 좀 나았다. 습도가 높아서 내가 좋아하는 비냄새도 솔솔~났고, 기침이 났엇는데 습도가 높아서 목도 좋아졌다. 아래를 봐도 위를 봐도 옆을 봐도 온통 구름 천지다. 어렸을 적 꿈이 구름 위에 올라가는 거였는데 꿈꾸던 소원 중 하나를 성취했다. 게다가 신기한 꽃들과 선인장들이 많았다. 여긴 선인장 천지다. 마치 줄기에 이쑤시개를 꽂아 놓은것만 같다. 하나같이 모든 선인장들은 서로 다른 모양을 하고 있음에도 날카로웠다. 







조금만 더 가면 도착할 것만 같은데 아무리 가도가도 오르막길만 나와서 좌절스러웠고 혹여나 잘못 가는건 아니나 불안했지만 중간중간 나귀들과 소들의 배설물들과,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버린 쓰레기 조각들 덕택에 맞게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쓰레기가 이렇게 반갑다니.ㅋㅋ 그러다 RUPAC에 온 것을 환영하는 푯말이 나타났다. 정말 감동스러워서 울뻔했다.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마을이 구름 사이로 보인다. 






   

   

   

   

    







집들은 작았다. 집 뿐만 아니라 창문도 사람이 드나드는 문도 모두 쪼끄만걸 보면 잉카 시대 이전에 살았던 리메뇨들은 정말 작디 작았나보다. 난쟁이처럼. 무서웠던 게 집 안에 여기저기 사람 뼈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거다. 벽에 그을림 같은 자국이 있는 걸 보면 화장터였던 것 같기도 하고 무덤인 것 같기도 하고........ 






집들은 2층집 혹은 3층집 그리고 지하에도 방이 있다. 창문은 얼굴도 넣기 힘들 정도로 작다. 어디서 잤을지도 모르겠을 정도로 공간이 작다. 얼마나 사람들이 작았던걸까?  그런데 신기한 건 페허가 되었음에도 건물들이 매우 높다는거다. 이 높은 고도 3,400 m에 이르는 산 꼭대기에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들고 살았다. 집마다 굴뚝도 있다. 좁은 구멍을 통해 집 안에 들어가 굴뚝을 보니 하늘이 보인다. ^-^ 하지만..구름이 너무 많이 그리고 빨리 다가왔다 빨리 사라지고, 간혹 비도 뿌려주는 이 척박한 곳에서 어떻게 살았던걸까? 정말 미스테리다. 







모든 건물들은 나름의 멋이 있고, 나름의 Form이 갖춰져있었다.  이 곳 또한 옛날엔 스페인어가 아닌 과거 리메뇨들의 언어를 쓰면서 농사를 짓고, 감자를 캐며 살았을꺼다.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고 날이 빨리 지니 빨리 잠들었겠지. 제사장 같은 대장이 존재했을 것이고 그 사람들은 모두 죽어 땅에 묻혔지만 1000년을 뛰어넘어 공간을 공유했다. 




구석구석 구경하고 서둘러 왔던 길을 되돌아와 Rupac에서 Pampa로 그리고 다시 또 꼬박 걸어서 La Florida에 들어와 하루 전 우리를 마을로 데려다 주셨던 아저씨를 만나 Huaral로 그리고 그 곳에서 버스를 타고 처음 출발했던 Avancay로 돌아왔다. 감사한 일이다. 전화 하나 안 터지는 깊은 산골에서 구두로만 약속했던 택시기사 아저씨가 약속했던 시간에 맞춰서 와주셨고, 중간에 졸다가 카메라를 흘린 줄 알고 야단을 피웠는데 하루가 지난 오늘 택시기사 아저씨가 내게 전화를 해서 카메라를 찾았냐며 걱정을 해주셨다. 





1년이 조금 지나도록 리마에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페루 사람들은 거짓말쟁이. 시간개념이없다." 라고 마음대로 단정내렸던 것 같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건 내 부정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편견으로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있을 때가 많다는거다.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면서 느끼는 건. 이 곳엔 분명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 착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 내가 마음대로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건 마음대로 내가 이 곳 사람들보다도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던 거겠지.. 나는 분명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잇음에도 늘 제자리인 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또 느끼는 건, 체력을 위해서 평소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과 여행 뿐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데 함께 하는 동행자가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거다. 언니들이 없다면 도착은 커녕 감히 시도도 못했을꺼다. 게다가 언니들의 선견지명에 따른 구호품이 아니었으면 진짜 쫄쫄 굶었을꺼다. 언니들의 준비성과 추진성, 그리고 페루를 더 많이 알고 느끼고자 하는 동일한 마음 덕택에 그냥 옆에만 있어도 많이 배우는 것 같다. ^^










아마 루팍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