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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여행기-리마의 마추픽추 루팍[RUPAC]2

생즙 2012. 1. 17. 15:04



처음 도착한 La Florida에서 우리가 맨 처음 가야 하는 곳은 걸어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아무도 살지 않는 페허가 된 마을 Pampa다. 이 곳에서 1박을 하고 최종 목적지 Rupac까지 가면 미션 클리어!




산 위에 걸쳐진 표지판은 길도 보이지 않는데 화살표를 방향만 가리키고 있다. 저 위쪽 산 어딘가에 마을이 있다는 의미다. 동네에서 우리를 신기하게 구경하는 꼬맹이들에게 길을 물어보니 중간에 두 갈래로 갈리는 길이 있다며 그 곳까지 우리들을 안내해준다고 고맙게도 우리와 동행해줬다. 같은 리마인데도 이 곳은 고도가 높은 산, 씨에라[Cierra] 지방이기 때문에 많이 춥고 비가 내린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비가 오지 않아서 비옷을 구할 수 없었다. 비옷이 없는 날 위해 소피아 언니가 커다란 봉지를 준비해줬다.^^ 







   
   








가는 길엔 예쁘고 처음보는 꽃들이 많았다. 꼬맹이들과 즐겁게 산을 타고 올라가다 헤어지기 직전 단체 사진을 찍었다. 고맙게도 헤어지고 한참 올라갔더니만 웬 꼬맹이 하나가 헉헉대며 따라왔다. Emerson이란 꼬맹인 나무가 나오면 윗쪽에 있는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 쪽으로 가야 마을 PAMPA로 갈 수 있다고 알려줬다. 덕분에 처음으로 차도를 carretera라고 한다는걸 알았다. ^^ㅋㅋㅋ 








   

   







산길은 정말 험했다. 그래도 나는 꽤 산은 잘 탄다고, 체력 하나는 끝내준다고 생각했는데 언니들 볼 면목이 없을 정도로 무척 힘들었다. 일단 고산이라 산소가 희박했고 습도가 많이 높아서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땀이 비같이 온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고 줄줄 흘렀다.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산에 구름이 잔뜩 껴있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산 아래쪽은 뜨겁다 못해 살이 익을 것만 같았는데 산 위는 너무 추웠다. 앞이 보여야 마을을 찾을 수 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 후기를 보니 1시간이면 간다는 걸 3시간이 다 지나도록 마을을 찾지 못했다. 






   

   







겨우 찾아낸 차도에 오르니 [사실 언니들이 알려주기 전까지 차도인지 알아채지도 못했다.] 으스스한 마을 형상이 안개 구름 사이로 보였다. 아무도 살지 않는데다가 구름도 잔뜩 낀데다 으슬으슬 비도 오고 을씨년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을에 들어서니 이전에 있었던 라 플로리다 마을보다 훨씬 크고 예뻤다.  태어나서 구름 뚫고 폐허가 된 마을에 와 본 건 처음이었다. 1930년이었는지 1970년이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마을 사람 전체가 이 곳 PAMPA를 버리고 떠났다고 한다. 흙집들은 보존이 안 되서 많이 무너져내렸지만 돌집들은 아직 형태가 많이 남아있었다. 








   
   
    

   
   

   
   

   
   

   
   





마을광장으로 보이는 공터도 있었고, 마치 한국 산처럼 여기저기 풀들도 잔뜩 자라있었다. 빈 마을 사람 하나 살지 않는 마을이지만 친절하게도 개들과 당나귀들을 풀어놓았다. 구름이 잔뜩 껴서 더더욱 기분이 묘했다. 지금은 이렇게 텅 비었지만 몇 십년 전만해도 사람이 살았던 마을, 꼬맹이들이 뛰어 놀았을 교회 앞 풀 가득한 공터, 알록달록한 페루 전통 옷을 입고 총총 걸어다녔을, 그리고 고산에 있어서 특히나 쪼끄맸을 동네 주민분들. 보이진 않아도 왠지 느껴지는 것 같고, 꼬맹이들 재잘거리는 소리 그리고 마을 이장님의 공지사항 혹은 크리스마스에 있었을 마을행사 등 저절로 상상이 됐다. 신기했다. 그리고 안타깝기도 했다. 
 



   
   







너무 추워서 털모자와 털목도리를 하고 두꺼운 옷을 잔뜩 껴입었다. 실수로 모자가 벗겨졌는데 머리가 시려워서 깜짝 놀랐다. 학교 2층에서 모니카 언니가 준비한 텐트를 치고 버너와 코펠로 간단히 라면 하나를 끓여서 셋이서 나눠먹었다. 이전에 잠깐 들렀던 마을 라 플로리다에서 빵이나 과자 등을 좀 샀어야 했는데 문이 닫혀있었던 관계로 우리에게 있던 음식은 라면 3개, 초콜렛 3개, 물 4통, 초코과자 6개, 짭짤한 과자 3개...가 다였다. 혹시나 해서 챙겼던 빵들과 이전에 받았던 후루룩국수를 그만 집에 두고 와서 정말 속상했다. 안에서 세는 바가지는 바깥에서도 센다고 뭘 그리 흘리고 다니는 내 빈틈..,., 생각 좀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두고두고 다짐했다........ㅠ 







   

   








새벽 일찍 일어나서 짐을 재정비하고 모니카 언니가 찍은 카메라에 있는 산 형상만을 가지고 무작정 출발했다. 최종 목적지 RUPAC까지 예상시간은 3시간. 새벽에 보는 마을 전경은 정말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페루는 정말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다. 이런 깊고 깊은 산소도 희박한 산골에서 살아가고 있는 페루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이 곳은 마치 시간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