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Peru 현지생활

20120106

생즙 2012. 1. 6. 16:18


1. 페루에서 맞는 마지막 새해


단원으로써 페루에서 맞는 마지막 크리스마스와 새해였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페루에서는 노랑색으로 새해를 알린다. 길거리에도 온통 노란색으로 이뤄진 물품들을 팔고 크리스마스는 친구들과, 새해는 가족들과 보내는 한국과는 달리 이 곳은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보내는 한편 새해는 친구들을 초대해 집에서 파티를 하거나 이렇게 한 장소에서 새해 축하파티를 한다.  

 

  

  

  




무엇을 하든지 잘 해야하는 한국과는 달리 이 곳에서는 꼭 잘 해야 할 필요가 없다. 페루에 와서 가장 크게 배운 점 중의 하나가 어느 정도에서 만족할 줄 아는 법과 꼭 잘 해야만,  완벽해야만 잘 살아지는 건 아니라는거다. 마지막 2011년이었던만큼, 열심히 놀고 함께 놀았던 친구와 sofia언니와 바닷가에 가서 해가 뜨는 걸 보고 서로 새해 다짐에 대해 이야기했다. 남은 시간동안 후회없이 열심히 그리고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돌아가자고 다짐했다.





2. 안전교육과 헤어짐



Man's feelings are always purest and most glowing in the hour of meeting and of farewell.
인간의 감정은 누군가를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가장 순수하며 가장 빛난다.

장 폴 리히터

  

  

 


 

12월에는 전 단원들이 모여서 안전교육을 받았다. 중도귀국한 이께르를 제외한 동기들 전원이 내가 있는 리마로 왔고, 함께 교육받는 내내 작년 국내훈련을 받던 기분이었다. 밤에는 동기언니들과 밀린 이야기 하면서 실컷 수다도 떨고...ㅋ 헤어질때는 어짜피 내년 5월 건강검진 때 만날건데도 몹시 아쉽고 슬펐다.



그리고 1월에는 그 동안 함께 했던 리마 단원 ㅅㅈ,ㅇㅈ,ㅈㅇ 언니 이렇게 3명이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오늘 첫 타자로 ㅅㅈ언니가 한국가는 비행기를 탔다. 중도귀국을 한 동기오빠를 제외하고 친한 사람이 돌아가는 건 처음이라 굉장히 충격도 크고 슬펐다. 짧은 헤어짐이든 긴 헤어짐이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헤어지는데는 익숙하지가 않은 것 같다.





3. 차이나 타운 [Barrio chino] 방문


오랜만에 차이나 타운에 다녀왔다. 어느 나라를 가나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는 차이나 타운, 중국인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 곳은 정말 없는게 없다. 이 나라에서 보기 힘든 두부도 팔고 어묵도 판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팥죽을 우리 나라 카레처럼 포장해서 팩에 넣고 파는 걸 발견하고 즉시 두 팩이나 사왔ㄷㅏ.^^ 나는 정말 축복받았다.

  

  

 


길거리에서 웬 도사님이 향을 피우고 점을 봐주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렸다. 역시 세계 어디를 가든 미래가 궁금한건 마찬가지인가보다. 사람 사는 모습은 결국 비슷비슷하다.  




4. 살사

  

 


꾸준히 일주일에 세 번씩 살사를 배우러 나가고 있다. 아쉬운 건 나는 꼬박꼬박 제 시간에 나가고 있어서 계속 레벨업을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 나오고 그만 두고 새로운 사람이 오고 이걸 반복한다는거다. 살사라는 게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소수인 난 이 사람들의 진도에 맞춰져... 내 진도가 안 나간다는거다 흑흑 ㅜㅜ 앞으로 세 번만 더 나가면 수강이 끝나는데 다시 등록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다. 하지만 진도를 떠나서 살사를 배우는 순간이 너무 즐겁고 경쾌해서 아마도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는 계속 배우지 않을까싶다.





5. 말과 잡담



제작년 이맘때쯤 쓴 일기를 우연히 들쳐봤다. 인턴 합격하고 나서 교수님께 추천서를 받으러 갔다가 굉장히 모욕적이고 심한 말을 듣고 분노에 가득해서 글을 써놨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글을 읽으니 그 때의 속상했던 마음이 다시 그대로 전해졌다. 며칠간 잠도 설치고 속상함에 사무쳐있다가 목사님께 상담을 했었는데 목사님께선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나에 대한 모욕적인 평가를 했다고 해서 니 자존감이 낮아져서는 안된다." 라고 말씀하시며 그래도 그 교수님보다는 나를 더 잘아는 목사님께서는 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평가를 들을만큼 형편없는 학생은 아니라고 위로해주셨었던 기억이 났ㄷㅏ.




말이라는 건 정말 그런 것 같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내뱉는 말. 혹은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가까운 사람들이 툭 내뱉는 말. 그냥 한 귀로 사실 흘리면 된다지만 아직도 그냥 던진 말들에 가끔은 내 인생이 결정되어진것처럼 속상한 걸 보면 아직도 내공이 부족한 것 같다. 어쩌면 나또한 생각없이 던진 말에 다른 사람의 밤잠마저 못 이루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래서 말은 아껴야한다는 선조님들의 말은 백번생각해도 맞는 말이다.
 


지금은 방학이다. 방학동안 아직 마무리 안 된 교실을 손 보고 필요한 기자재들을 채워넣고 있다. 다음주까지는 이런 물질적인 것들을 완성시키고 짬내서 다음 학기부터 11월 집에 가기 전까지 수업준비를 할 계획이다. 개발도상국의 IT기술을 확장시키는 일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시작된 컴퓨터 단원 생활. 요즘엔 틈틈이 책을 읽고 있는데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라는 글귀를 봤다. 책을 쓴 지은이들의 이야기가 나한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는 것처럼 10년 후, 적어도 5년 후에는 내 삶이 누군가한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열심히 공부하고 더 발로 뛰고 배우고 돌아다녀야지.


2012년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