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Peru 현지생활

1년차 밀린 이야기

생즙 2011. 11. 6. 23:47

#.1



10월이 정신없이 지나가더니 11월이 되버렸다. 처음에 왔을 때는 2년이란 시간 어떻게 보내나 시간이 더디간다고만 생각했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게다가 1년이 지나고 생활을 돌아보니 페루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치고 돌아갈수도 있겠다 싶었다. 페루라는 나라는 비교적 동남아나 아프리카에 비하면 스페인어때문에 유학생들이 북적일 정도로 정말 비교적 잘 사는 나라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정말 하늘도 없는 늘 먼지날리고 벌레투성이인 곳에서 여전히 어떻게든 살고있다.








# 2. 현지인


페루 사람들은 늘 이야기하듯이 유쾌하다. 하지만 조금만 이야기하다보면 대부분이 심각하다. 주관적인 입장에서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요즘에는 새로운 페루 친구들이 정말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관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조금 나이가 있어서 항상 엄마 친구들과 노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엔 이래저래 내 나이또래의 페루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페루 친구들은 모두가 좀 극단적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말이다. 외국인이라서 신기해서 그런건지 남자든 여자든 전화를 받을때까지 건다. 한 번은 부재중이 30통이 넘은 적도 있었다. 



현재 같이 살고있는 홈스테이 가족들과 밥을 먹을 때는 항상 TV를 켜놓고 보는데, 집안 문제를 상담하러 단체로 나와서는 정말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우거나 주먹질, 발길질을 하기도 한다. 밥을 먹으면서 그런 장면을 보면 나는 밥맛이 뚝 떨어져 일어나고 싶은데 함께 사는 페루 가족들은 그런걸 매우 좋아한다. 꼭 이 프로만 그런게 아니라 길거리를 지나다녀도 소매치기하다가 걸려서 정말 호되게 맞는 것도 많이 봤다. 아침식사를 할 때도 TV를 보면 우리나라의 막장 드라마는 정말 머리도 못 내밀 정도다. 맘 먹고 드라마라도 꾸준히 보려고 했는데 결국은 포기했다.ㅋ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ㅋ






페루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한다. 내가 아는 한에서는 모두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들 뿐이다. 위에서 페루 사람들이 약간 심각한 면이 있다고 했는데 내가 만난 페루 사람들은 내게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어찌나 눈물이 많은지 펑펑 울곤한다. 페루에서 있는 내 신분이 봉사단원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건지, 페루에 와서 눈물 흘리는 현지인들을 꽤나 봤다.



# 3. 11' 현평


처음으로 현지에서 활동을 평가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1년에 한 번씩 모두가 모여서 활동을 점검하고 실제로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어떻게 활동해야할지 나누는 시간인데 어떤 이유인지 어떤 동기에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거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사람들끼리 만난 자리이기에 더 소중했던 것 같다. 사실 준비해야하는 것도 은근 뭔가 많고 회의가 너무 빡세서 내내 입에는 불평만 달고 다니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에 대해서도 듣고 다른 지역에서 온 같은 분야 단원들에게 좋은 팁도 받고 얼굴도 보고,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은 정말 그 에너지가 있다.






# 4. 프로젝트를 통해 배우고 있는 것. 바람.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가고 있다. 약 2주 전에 기관장 회의가 있어서 기관장 디렉토르와 참여를 했는데, 내가 컴퓨터를 바꿔주러 온 사람이 아니며, 나 이외에도 정말 많은 분야의 한국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는 점에 조금 놀랐던 것 같다. 이 날 이후로 기관장과도 사이가 좋아져 요즘엔 프로젝트 하기가 조금 수월해졌다. 또한 글로리아가 정말 많이 도와준다. 아직도 페루 사람들의 시간 개념때문에 종종 얼굴 붉힐때가 있지만 그래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니 이 사람들도 예전보다는 나를 많이 이해해주는 것 같다. 기관장 회의 때, 기관장과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나와의 문화 차이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았기에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계속 이렇게 조율하며 지혜롭게 잘 대처해야할 것 같다.



기관장 회의를 포함해 2박 3일 현평까지 다녀오느라 약 일주일간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그 동안 기관장에게 교실문을 바꿔놓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더니만 정말로 문에 열쇠를 주렁주렁 달아놨다. 교실에 페인트칠을 새로 하고, 바닥에 타일을 깔고 커텐과 프로젝터기를 달꺼다. 어제는 커텐을 사러 하루종일 돌아다녔고, 그저께는 바닥에 깔 타일을 사러 하루종일 돌아다녔다. 보통 프로젝트를 할 때, 기관 사람들 때문에 속 꽤나 썩는다고 들었는데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걸 보면 난 진짜 어딜가든 사람 때문에 속 썩지는 않는 것 같다. 타고난 인복이다. 늘 머리에 돈 생각, 보고서 생각, 어떻게 해야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맨날 의심 의심 의심만 하는 내 모습에 속상할 때도 있지만 한국에 돌아가서도 어떻게 일을 해야할지 유연성이 생기는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을 거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참 큰 배움이다.






현평때 많은 컴퓨터 단원들과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 내가 이 곳에 왔을 때에는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이 곳은. 교육환경 그리고 직업환경. 뭘 알려주겠다는 생각보다는 많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에게 너는 꿈이 뭐니 라고 물어보면 보통 "모터택시기사", "살사학원강사" 이런 식이다. 프로젝터기를 설치하면 영화상영이나 여행사진, 혹은 애들과 찍은 사진으로 동영상도 만들어야지. 예전에는 가난한 아이들이 어짜피 헤어나올 수 없는 가난이라면 부자로 사는 사람들은 안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하나에게 많이 보여주고 싶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말이다.


여담이지만, 요즘엔 노구치 히데요씨의 전기를 읽고 있는데 어릴 적 만났던 외국인 홉킨스 씨를 통해서 평등 이라는 개념을 배우고 꿈을 가지던 리틀 닥터 노구치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노구치 히데요가 홉킨스를 만나 더 큰 세상을 봤던 것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열심히 해야지.




# 5. 인복. 한국 사람들.



나는 동기들이 "너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니?"라고 말할 정도로 주변에 너무 좋고도 좋은 한국 사람들이 많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수도인 리마는 지금 꽤나 많은 단원들이 있는데, 서로 자기 일이 있고 기관이 있으니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생일이나 행사때 만나면 같이 종종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곤 한다. 얼마 전에는 ㅅㅎ이 생일파티겸 신규단원들과의 약속이 있어서 산 이시드로에 있는 중국식당에 갔다.





 


정말 내겐 도움밖에 안 되는 모니카 언니, 동네 친구 장군, 여우같이 똑똑한 동갑내기 김군.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언니한테 조언을 구할 때가 참 많은데 언니는 참 성격이 시원시원하다. 똑똑하기도 하고, 어려운 일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대신 화도 내주고, 타국에 와서 맘 맞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참 힘든데 말이다. 어쨌든 너무 다들 좋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동생들한테도 배우는 게 참 많다.





좀 지났지만 이전에는 배가 고파서 빵을 사러 갔다가 직원에게 한국 유학생을 소개받았다. 알고보니 나이도 동갑이고 사는 곳도 같은 지역이라 많이 친해졌다. 단원이 아니라 교환학생 신분으로 여기까지 날아온 홍군은 공부를 참 열심히 한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고 많이 해봐서 그런지 돈 개념이 좀 철저한 것 같다. 언어의 정체기가 찾아와 조금 먹먹했는데 이 친구 공부하는걸 생각하면 아, 열심히 해야지 하고 동기부여가 된다.



요즘엔 소피아 언니와 같이 살사를 배우고 있다. 워낙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언니랑은 현지음식 맛집 투어도 할 수 있고, 경험많은 언니랑 있으면 배우는 게 참 많다. 언니가 있어서 너무 좋다.ㅋㅋㅋ 언니랑 있으면 기분이 참 좋다. 물리치료사인 언니한테 저번 현평때 잠 잘때 자세를 교정을 받았다. 이전엔 항상 자고 일어나도 찌푸둥하고 힘들었는데, 자세하나 교정받았을 뿐인데 요즘엔 깊이 숙면하고 반전으로 일찍 일어나지를 못한다. 흑흑.




어쨌든, 난 잘 지내고 있다. 이외에도 밀린 이야기들이 참 많다.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들 순간들이 참 많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