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Peru 현지생활

파견 9개월, 두 번째 밀린이야기 :D

생즙 2011. 9. 29. 12:27


1. 기관 근처에서 종종 있는 안띠꾸초 파티.


안띠꾸초란 소 심장을 꼬치로 만들어 먹는 페루의 인기있는 음식이다. 처음에 신규단원일 때 먹어봤을 때, 말캉말캉한 감촉이 너무 싫어서 먹다가 뱉었는데, 글로리아와 프로젝트 때문에 잠깐 만났다가 그 손에 이끌려 학교 근처에서 있던 안띠꾸초 파티에 갔다. 기관근처는 먼지 날리는 허허벌판 뿐이다. 이 곳에 큰 천막을 치고 살사음악을 틀어놓고 정말로 안띠꾸초를 굽고 있었다.ㅋ 괜찮다는데도 글로리아는 안띠꾸초의 참 맛을 모른다며 내게 안띠꾸초를 사줬다. 역시나 페루 사람들은 정말 음식을 짜게 먹는다. 전라도 음식 저리가라다. 나도 참 짠 음식 좋아하는데 마치 레몬에 소금을 푹 찍어서 물고있는 기분이었다.ㅠ 짜다고 울먹이는 내게 글로리아는 이번에도 매정하게도 "짜지? 그래도 먹어^^." 라고 했다.ㅋㅋㅋㅋㅋ 간간히 덜 익은 부분들 때문에 식겁하긴 했지만, 못 먹는 음식이었음에도 이번에는 끝까지 잘 먹었다.




아무래도 날을 잡아서 한국 음식의 날 이라고 해서 프로젝트 이후에 컴퓨터로 한국 음식 소개를 하고, 학교에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가야겠다. 채소와 싱거운 음식을 권하는 캠페인을 해야겠다. 진심.




2. 기관아가들 자랑.


현장지원사업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예민해지기도 하고 많이 바쁘기도 하고 정신이 없다. 매일매일 지속되는 기관 출근에 가게들 방문, 엔지니어들과의 미팅 등. 경험도 없고 혹시나 이 사람들이 바가지를 씌우진 않을까, 말이 서툴러서 계약서를 쓰는데 혹여나 실수하는 건 아닌가 등. 다행히도 현지인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디렉토르가 소개해주는 사람들, 글로리아가 소개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많이 돌아다니고, 조사하는 등. 지쳐있는 표정으로 컴컴해지기 직전에 집에 돌아갈 때면, 아가들은 저 멀리서 MISS YUNA를 외치며 달려온다. 고맙게도 이 날은 따띠아라는 11살짜리 애기가 편지를 줬다. 열어보니 구글번역기로 돌려본다음에 옮겨 적었는지, 한글 문법은 엉망이지만 한글을 참 잘 썼다 싶어서 웃음이 났다.ㅋ 이래서 성경에서도 예수님이 아이같이 살라고 말씀하셨나보다.

 



3. 파차쿠텍 의료캠페인과 한류클럽행사.






이전에도 몇 번 언급했듯이 페루의 한류열풍은 정말 크다 -_-. 대사관 한류클럽행사에 두 번째로 참석하게 되었는데 정말 몇 천명이 되는 한류문화를 사랑하는 페루사람들이 큰 공원을 꽉 채웠다. 엠블렉이 공연을 했는데 6명인가 7명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실신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저렇게 다른 나라 문화를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지 정말 신기했다. 엠블렉이 가고 나서는 남자단원들을 연예인 대하듯이 졸졸졸 따라다니고 사진기를 들이내미는 바람에 안전요원이 따라붙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페루 사람들은 흥분에, 안전요원은 한국인들 보호에 서로 무력까지도 일삼았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난 아직도 이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것같다.


 

 


그 다음날은 파차쿠텍으로 의료캠페인을 하러 갔다. 정말 못 산다. 이 나라 가난한 사람들은 정말 지지리도 못 산다. 게다가 치안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내가 살고 있는 Surco라는 동네에서도 10 블럭만 넘어가면 전혀 다른 동네가 나온다. 차를 타고 가는데 너무 척박하게 사는 사람들 모습에 마음이 시큰했다. 캠페인을 하느라 무료로 진료를 해주실 한국에서 온 의사선생님들과 통역을 담당한 간호단원들과 다른 단원들. 약을 나눠주는팀, 아이들을 위한 풍선아트/페이스페인팅 이렇게 나눠져서 일을 했는데, 날씨가 정말 춥고 건조했음에도 치료받고 약을 받겠다고 길게 줄 서있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속상했다.


그 중엔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외선 때문에 눈 뒤에 살이 자라는 병에 걸린 사람도 태반이라고 한다. 치과 선생님은 안 계셨는데 이빨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진료가 다 끝나고 우리 아들 좀 치료해달라며 얼굴에 두드러기가 돋은 아이를 데리고 온 아버지도 있었다. 너무 마음이 안 좋았다. 그냥 씁쓸하게 뒤쪽에 있는데 고맙다며 내게 과일을 건내줬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꼭 와달라며 고맙다고 하는데 진짜 마음이 짠하기 그지 없었다.


언제쯤 이 나라의 이런 말도 안 되는 빈부격차가 해결이 될까? 땅덩이도 크고, 치안 문제 때문에 이런 곳에는 단원 파견도 못한다.



4. 바랑꼬와 미라플로레스 산책.


리마의 장점은 바다가 가깝다는거다. 한국에서도 답답할 때면 수갱일 졸라서 한강에 가곤 했는데 여기는 조금만 나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어디서든 말이다. 전날 디렉토르와 대화를 하다가 돈 문제로 마찰이 있었다. 기관도 어느 정도는 돈을 내야한다고 내가 너무 몰아붙였는지, 학생들에게 12솔씩 걷는다는 공문을 붙여놓은 걸 보고 내가 너무 심했나 싶은 마음에 답답해서 마침 연락이 온 페루 친구와 함께 바랑코에 갔다. 여기는 건물들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가게들이 많다. 악기를 연주하는 집시들도 있고, 장신구를 파는 사람들도 있다. 잠깐 일상에서 벗어나 바다 산책을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산책은 몸에도 마음에도 좋은 것 같다.





오랜만에 미라플로레스에 나갔더니만 캠페인을 하고 있었다. 잠깐 휙 보고 지나간거라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원에 포스터들도 잔뜩 있었고, 그 옆편에서는 기독교서적 전시회가 있었다. 기독교서점에 가면 있는 장신구들과 액자들이 잔뜩 있어서 신기했다. 정말 신기했던건 한국의 조용기 목사님의 책이 스페인어로 번역이 되어서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외국에 나와있다 보니 한국에 관련된 것들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신기하고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어쨌든 늘 먼지 투성이인 곳에서 활동하다가 이렇게 깨끗한 동네에 나오니 좋았다. 난 정말 행운아다.



5. 근황



요즘엔 정말 정신이 없다. 오전에는 학원에 나가서 공부를 하고, 중간 평가때 정말 낮은 점수를 받아서 충격을 받았는데 다행히 이후에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고, 시험도 그럭저럭 본 덕택에 다음 레벨 수업을 수강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고작 2시간 수업 듣는건데 학원 과제도 빡쎘고, 기관에 매일매일 출근하고 기관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들하고 이야기하고, 기관장하고 이야기 하고, 매일 줄자로 길이를 재고 가게들을 돌아다니고 디자인을 하고, 그 와중에 애기들 NOTA를 만들다가 나도 모르게 그대로 책상에서 잠이 들기도 하고. 아무튼 정말 너무 바빴다. 무슨 정신으로 9월달이 훅 지나간건지 모르겠다.ㅋ




예전에 까하마르까에 갔을 때, 언니들이 아침마다 운동하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아서 이번달엔 3번을 제외하고 매일매일 아침 6시에 공원에 나가서 운동을 했다. 이전에 국내훈련소에서 아침 운동을 하러 갈 때의 차가운 공기가 생각이 나서 좋다. 처음에 할 때는 그리도 힘들더니 이젠 적응이 되서 눈 뜨면 자연스럽게 츄리닝으로 가라입고 나가서 운동을 꾸준히하고 있다. 내년이면 한국에 돌아가는데 현지음식의 극단적으로 짜고 단 음식에 익숙해진데다가, 워낙 빵을 좋아해서 빵을 정말.정말.정말 많이 먹었더니 살이 쪘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번 달은 빵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페루 가족들한테도 이야기했더니만 혹여나 내가 빵을 먹으려고 하면 "너 빵 먹으면 뚱뚱해진다." 라고 말하며 나를 말려주고 있다. 귀여운 페루 사람들 !!




어쨌든, 요즘엔 내 건강을 생각해서 저녁은 현지음식은 조절해서 먹고 있다. 여기는 밥에도 소금간이 되어있어서 그냥 밥만 먹어도 짜다. 일하는 아주머니께 부탁드려서 요즘엔 밥에도 소금간을 조금 덜 해서 먹고 있다. 계란 후라이를 해도 기름에 절여져 있어서 늘 휴지로 기름을 빨아들이고 빨아들이고 빨아들여야한다. 학교에서 밥을 먹을 때도 이전엔 요령없이 다 먹고 힘들어했는데 이젠 요령있게 몰래몰래 땅에 다니는 개들한테도 밥을 나눠주기도 하고, 내 나름 요령이 생기면서 서서히 조절이 되는듯하다. 한국에 돌아가면 비빔밥이 가장 먹고 싶다. 역시 음식은 한국음식이 최곤거같다.





여름이 오고 있다. 요즘 계절은 봄이라 늘 회색이던 하늘이 점점 하늘색을 띈다. 너무 좋다. ㅎㅏ지만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썬글라스가 필수다. 워낙 건조한 사막기후라 피부가 상할까봐 요즘엔 꽁꽁 싸매고 다니고 있다. 벌써 1년이 되가고 있다. 처음 왔을때도 이렇게나 뜨거웠었는데. 차갑고 추웠던 겨울이 끝나가고있다. 반전으로 벼룩한테 또 당했다. 왼쪽 어깨부터 팔, 손, 허리, 왼쪽 다리 합쳐서 30방은 물렸다. 현지인들은 안 물리는데 꼭 벼룩한테 물리는건 외국인이다. 다행히 해가나와서 옷과 이불을 빨아서 햇빛에 말렸더니 더이상은 안 물리는 것 같다. 그리고 가렵지 않게 항생제를 먹었더니만 물린 자국은 흉하고 징그럽기 그지 없지만 다행히 가렵진 않아서 2차감염없이 이번엔 잘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언니는 학생들한테 이가 옮아서 고생하던데, 나는 정말 이만하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