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Peru 현지생활

현지파견 8개월 차

생즙 2011. 6. 29. 01:55


1. 수업이야기




 프로젝트를 신청하라는 메일이 드디어 왔다. 하지만 기관 사람들과의 그런 껄끄러운 일들이 생기고 나서 프로젝트를 하기 싫어져버렸다. 다만 애들이 눈에 밟히고 밟혀서 결국 하겠지만 프로젝트를 신청하기 위해선 디렉토르의 도움도 분명 필요한데 선생님들이고 디렉토르고 그만 얼굴 보기도 싫을만큼 실망을 해버려서, 당장 프로젝트 신청기간이 코 앞인데 견적도 분명히 받아내지 못했다. 




학생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스페인어 타자연습부터 다시 교육하고 있다. 조금 있으면 겨울 방학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 타자연습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 학생들은 항상 30명이 넘고 타자연습이 되는 컴퓨터는 단 6대 뿐이다. 엄마들이 학교를 데려다주고 데려오기 때문에 수업을 절 반으로 뚝 잘라서 하기도 힘들다. 특히 학생 수가 많고 혼자서도 학교에 다닐 수 있는 6학년들을 절반으로 나눠 수요일 금요일 오후에 수업을 하고 있는데 자기들이 어느 수업 시간에 오는 건지 스스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학생 수가 적으면 적은데로 수업 진행이 잘 되지 않는다. 일단은 A4 용지에 일일이 키보드 그림을 붙여넣고 한 명씩 나눠줘서 그 위에서 연습을 하고 한 명당 5분씩 컴퓨터를 통해 연습을 시키고 집으로 보내고 있다...



조금 위안이 되는 건 처음엔 그렇게 손가락 두 개로도 언제든지 글 쓸 수 있다고 반항하던 아이들이 내가 알려준데로 열 손가락을 이용한다는거다.ㅋ 효율적인 수업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2. 언어 공부 이야기



다른 아프리카나 저 더운 나라에서 고생하는 단원들에 비해서 훨씬 좋은 페루에 와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인데 게다가 나는 수도인 리마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언어 문제인데 대화를 하고 이해를 하고 상대를 섬기는 데에 있어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바로 이 언어다. 운 좋게도 페루에서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스페인어를 가르쳐주는[우리 나라 어학당과 비슷한] 학원이 있다. 하루에 1시간 30분 정도씩 학원에 가서 오전에 회화공부를 할 수 있는데 고백하자면 이번 6월달의 나의 언어 상승력은 정말 지지부진하기 그지 없다.


사람마다 주어진 환경이 다르고 주어진 기회가 다른데, 요즘 페루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던건지 덩달아 언어에서도 멀어진 것 같다.ㅠ 아직도 페루 사람들이 무리로 다가와서 말을 걸때면 속이 울렁거리는 걸 보면 말이다. 빨리 마음을 잡고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또 다행인 것 같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