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Peru 현지생활

2011년 6월 한 달간의 근황 이야기

생즙 2011. 6. 24. 03:58


유달리 행사도 많고 사건도 많았던 6월이었다. 5월달은 노트북 사기사건으로 인해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었는데 6월달은 이를 능가하는 사건들이 참 많았다. 나는 페루라는 곳을 정말 좋아하지만 7개월동안 이 곳에서 내가 느끼는 건 이 곳은 정말 "눈뜨고도 코 베어가는 나라" 라는 것이다. 차차 밀린 이야기는 포스팅을 통해서 할 예정이지만 일단은 간단하게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1. 기관 사람들의 거짓말과 실망. 극복.


나는 개인적으로 유달리 기관 사람들과 사이가 좋은 편이다.(라고 스스로 생각한다.ㅋ) 다른 코이카 단원들도 그렇고 가끔 만나는 한국 사람들이 나의 기관 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가져서 종종 우리 기관에 견학을 오기도 할 정도다. 기관이 리마에 위치해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심성이나 마음가짐은 마치 시골 분들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검은 봉지에 커다란 닭을 넣어서 들고 다니기도 하고, 길을 지나다 보면 파닥거리며 우는 닭소리에 이제는 익숙한 개들과 먼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풍경들, 어색했던 풍경들이 이제는 나름 정겨워졌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 학생에게서 학생들이 내 이름으로 수업료를 학교에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학교에 지불한거 아니냐는 말에 단호하게 내게 꼬박꼬박 한 달에 30솔(12000원)씩을 지불하고 있다는 말에 너무 기가 막혀서, 돈을 걷어갔다는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여러정황을 여쭤봤더니 돈을 받은게 맞지만 모든 학생이 돈을 내는 건 아니다. 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 이후 기관장인 디렉토르에게 전화를 작정하고 걸었는데 한 통화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 대사관 전 인턴 ㅅㅇ이를 데려가서 이야기를 한 이후 모든 선생님들이 혹여나 학생들에게 이에 대해 물어볼가 싶어 비정상적으로 나를 감시를 했다.ㅠ 결국엔 사무실에 연락을 해서 관리요원님과 함께 기관에 가서 분명하게 이야기를 했고, 돈 받은 적이 없다고 우기는 선생님들에게 어쩔 도리가 없어서,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생기면 나를 기관에서 빼버리겠다고 경고를 하셨다. 일은 어쨌든 그렇게 일단락 되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신뢰가 우선인데, 마음이 안 좋은 건 어쩔 수가 없다.ㅠ








일이 마무리가 되는 날 ㅅㅇ이와 ㅅㅈ 언니와 함께 그 동안 용 기가 없어서 혼자 들어가지 못했던 학교 앞에 있는 시장에 들어가서 같이 밥을 먹었다. 음식이 정말 푸짐하고 맛있기 그지 없었는데 단돈 5솔(2000원)에 기분 좋게 식사를 했다. 특히나 ㅅㅈ언니는 아줌마에게 요리기술을 전수 받으며 아줌마와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ㅋ 임지파견 이후 5월달까지는 한국 사람들 구경은 거의 못했던 것 같은데, 이번 달은 여러가지 행사와 사건 덕택에 단원들과도 그 외의 한국 분들도 마주할 기회가 다른 때보다 있어서 혼자 있었으면 그저 시무룩해졌을지도 몰랐을 이 난관을 잘 거쳐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 세계봉사자의 달 행사


이 달을 위해 정말 많은 회의를 했고 많은 준비를 했었다. 리마의 서쪽에 위치해 있는 까똘리까 대학교에서 세계 봉사 단체들의 부스를 설치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간은 6월 8일부터 10월까지 총 3일간이었는데 각자 맞는 시간을 정해서 역할을 나누고 부스를 지키는 걸로 했는데 낰는 9일과 10일 오후 시간대에 참석을 하였다. 다른 단체에 비해 우리는 준비를 많이 한 편이었는데, 한복을 입고 같이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고, 제기차기와 투고, 그리고 퀴즈 맞추기 등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 나라 문화 행사도 했다. 나는 목요일에 명함에다가 한국 이름을 써주는 일을 했고 금요일에는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줬다.





이 외에도 유 관리요원님은 페루 사람들과 다른 봉사단체 사람들이 모여있는 강당에서 발표를 하셨고, 싼 마르코스 대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ㅇㅈ언니의 제자들이 와서 이 날 행사를 도와줬다. 언니의 제자들이 없을 때에는 본의 아니게 코이카가 뭐냐는 질문에 대답을 했어야 하는데, 버벅대는 나의 스페인어로 얼마나 고전했는지 모른다. 내내 "멀미나요." 라는 말을 10번은 넘게 했던 것 같다.ㅋ 어쨌든 내가 느낀 점은 이 날 우리는 참 열심히 준비를 했다는 것과, 이로 인해서 미국에서 피스콥을 파견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페루에서 조금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거다.





3. 한류클럽참가


12일은 대사관 행사가 있었는데 한복을 입을 사람이 필요해서 내가 갔다.ㅠ 페루는 현재 한류열풍이 엄.청.나.다. 오후 7시나 8시쯤에 공중파 방송에선 현재 꽃보다 남자를 방영하고 있을 정도고, 기관에 출근만 해도 아이들의 "구준표 타령"에 윤표(페루에선 준표를 윤표라고 한다.)이름이 귀에 꽂힐 지경이다.ㅋ


드라마 뿐만 아니라 노래도 장난 아닌데. 다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한류 클럽 행사에서는 아레끼빠 길에 위치한 분수공원에 1,000명정도의 페루 사람들이 모였다. 그리고 각자 슈퍼주니어, 2PM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는데 단지 춤만 추는데도 사람들이 어찌나 열광하는지 겁이 덜컥 났다. 이 날 문화쪽을 담당하시는 서기관님을 처음 뵈었는데 서기관님도 마치 연예인 수준이셨다. 뿐만 아니라 코이카 관리요원님 한 분과 인턴 두 분, 그리고 단원 3명이서 모여 있었는데 빵을 마시고 물을 마시기만 해도 저 1000명의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플레쉬를 터뜨리고 평생 찍힐 사진은 이 날 다 찍힌 것 같다.


이 날 처음으로 김연아 선수의 심정이 아주 조금은 이해가 갔고, 돌아오는 길에는 페루 사람들이 우리를 덮치려고해서 마치 TV에서 보는것처럼 연예인을 보호한다며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 울타리를 만드는데, 정말 그렇게 해서 나왔다. 사람들이 우리 나라 문화를 이렇게나 사랑한다니 참 신기하기도 했고 자긍심이 느껴지기도 했지만......무서웠다.......ㅠ 이래서 연예인들은 돈을 많이 받아야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돌아왔다.ㅋ





4. 수업진행사항


선생님들에 대한 배신감과 선생님들과의 보이지 않는 문제들땜에 일단 당분간은 선생님들과 하는 수업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애들에게는 타자 연습을 시키고 있다. A4용지에다가 타자를 프린트 해서 한 장씩 나눠줬다. 그리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알려주고 있는데 2주 동안은 내게 반항을 하고 내 방식대로 안 하겠다고 따지는 애들도 있어서 속상했는데, 이번 주 부터는 애들이 내가 시키는대로 10손가락을 이용해서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얼마나 뿌듯하고 좋던지!
지금부터 배우는 기술들로 인해서 이 아가들이 커서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단지 우리는 태어난 나라와 지역이 다를 뿐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