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Peru 현지생활

글로리아의 생일, 페루의 노래방 :D

생즙 2011. 5. 8. 02:08


얼마 전에는 글로리아의 생일이었다. 선물을 사러 돌아다니다 결국엔 선물 고르기가 너무 어려워 초콜렛을 선물로 줬는데, 선생님 한 명의 생일일 뿐인데 학교의 축제였다. 반 엄마들이 와서 요리를 하시고, 모든 선생님들이 모여서 케이크를 자르고 샴페인을 터뜨리고, 볼 뽀뽀에 선물은 물론 생일 파티는 점심에 시작해서 새벽쯤 되어서야 끝이 났다.



글로리아의 생일을 맞이하여 기관이 위치해 있는 산 후앙 데 미라플로레스에 있는 페루의 노래방에 가기로 했는데 시간이 남아서, 델리아네 집에 갔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홈스테이라 누구를 초대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특히 빈부격차가 엄청난 이 곳에서 기관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기란 마음이 좀 어렵다. 그래서 채소 위주로만 되있는 한국음식을 해주기 위해서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델리아의 집에 갔다.



전에도 이야기 했듯이 페루 사람들은 정말 고기를 사랑한다. 아침에 주는 빵에도 햄과 치즈, 베이컨들이 접시에 쌓여서 나오고, 점심/저녁 언제나 고기 음식이 나온다. 왜 이렇게 육식 위주로 먹는건지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채소 가격이 비싸다는 공통적인 대답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마트에 가보면 채소 가격이 그렇게 비싼지도 잘 모르겠고,




 



하지만, 한국 사람들을 쭉 받아온 지금 현재 홈스테이 집 주인 가족들은 한국 사람들의 식습관을 보면서 많이 배워가고 있다며 요즘엔 채소도 많이 먹고, 저녁 식사를 일찍 하는 나를 보면서 가족들이 모두 저녁 먹는 시간을 옮기기까지 해서 우리 나라 식습관이 꽤 좋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한국 음식은 야채로 이루어진게 많으며, 야채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을 수 있다고 열심히 이야기 하고선 요리를 해줬다.




사실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할 줄 아는 요리도 없는게 현실이라 간단하게 모짜렐라 치즈를 넣은 계란말이와, 호박전, 단호박전을 해줬다. 단 호박 전은 노란색 부분을 감자처럼길게 썰어서 밀가루랑 물이랑 섞은 다음에 프라이펜 위에 올리고 그 위에 계란을 풀어서 전에 프라이가 붙게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ㅋ




선물로 받은 짜파게티와 1회용 비빔밥은 다음에 해 먹기로 했다. 다만 내가 요리가 워낙 미숙해서 옷도 더러워지고 난장판을 만들어놔서 글로리아가 다 수습해줬다. 도와주는 글로리아 옷에 간장을 뿌리기도 했는데 화 한 번 안내고, 밀가루 범벅인 나를 데려가 씻겨주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에 맞춰서 페루의 가라오케에 갔는데, 우리 나라와는 다르게 그냥 일반 치파집[한국으로 치면 중국집]에 화면이 큰 티비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마이크는 단 한 개로 테이블마다 돌아가면서 마이크를 돌려썼다. 부르고 싶은 노래 제목과 가수를 종이에 적어내면 순서대로 마이크가 돌아오는 그런 원리다.




델리아는 "오늘은 20살 하고 15살 더 먹은 글로리아의 생일입니다. 모두들 글로리아의 생일을 축하해주시길. 글로리아 만세." 를 외치며 노래를 불렀다. 가게의 모든 사람들도 글로리아의 생일을 축하하며 축배를 들었다. 마지막엔 옆 테이블에 있던 남자의 주선으로 가게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다 일어나서 춤을 췄다. 글로리아는 노래는 안 했는데 역시 페루 사람답게도 춤을 정말 잘 췄다.



이 날 글로리아의 다른 친구들도 함께 만났는데, 델리아와 나하곤 초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라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놀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많이 늦어서 델리아네 집에서 잘 뻔 했지만, 다행히 버스가 다니고 있어서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D




페루의 특유한 유쾌한 분위기가 계속 전해져서 즐겁게 놀았던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