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mm 바깥/리마 여행일지

리마탐방 - 씨에네기야 방문기 [cieneguilla]

생즙 2011. 4. 23. 02:19


페루의 국교는 카톨릭으로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주일인 고난주일 동안에는 목,금,토 3일은 산타 세마나[Santa Semana]라고 하여 공휴일로써 모두가 쉰다. 아직은 페루에 온지 6개월을 채우지 못해서 리마 이외에는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래서 간만의 휴식동안에 쇼핑도하고, 편지도 쓰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글로리아에게 전화가 왔다. 동생이랑 같이 어딜 가는데 같이 가자는 내용이었고, 그럼 다음날 싼 후앙 길에 있는 큰 상가 메트로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음날 약속 시간에 맞춰서 나갔는데 평소엔 정확히 한 시간씩만 늦던 글로리아 일행이 어제는 15분밖에 늦지 않았다. 그리고 글로리아 동생 루드히아(Rudjia)는 말이 참 빠른데 이상하게 알아듣기가 참 좋다. 그래서 함께 모여서 리마의 북쪽에 있는 무다(Muda)의 씨에네기야에 가게 되었다. 페루 사람들은 산타 세마나 기간에는 오전에 금식을 하고, 닭이나 돼지 등의 육식은 하지 않고 생선만 먹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글로리아 자매가 닭고기가 먹고 싶다고 해서 함께 고기를 먹었다. 바깥이 허허벌판이었던 운치 있던 이 레스토랑에서의 음식 가격은 닭고기와 밥과 감자튀김이 10솔[4000원]밖에 안했다. 역시나 음식은 많았지만 이번에는 미리 고기도 밥도 절반으로 잘라놓고 나머지는 포장해가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래서 음식들을 전부 먹지 않을 수 있었다 ^.^




작은 봉고버스인 콤비버스를 타고 다시 출발을 했다.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남미를 찍은 영화를 보면 작은 버스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자기 보따리를 끌어안고 탈탈탈 소리를 내며 온통 모레 벌판인 거리를 달리는 장면을 많이 봤었는데, 마치 내가 그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글로리아는 여기서 2년 정도 근무를 했었다고 하는데 이전에는 정말 더욱 허허벌판이었다고 말해줬다. 워낙 허허벌판이라 그런건지 중간에는 핸드폰 안테나가 뜨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역시나 버스에선 외국인을 바라보는 부담스러운 시선이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ㅋ
어쨌든 이렇게 버스만 타고 2시간 정도 달리다 보니 모레밖에 없던 바깥에 아름다운 꽃들이 보였다.








너무 아름다워서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같은 리마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조용했고, 길 저편에선 말들도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풀 냄새가 그윽한게 오랜만에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꼈다. 글로리아와 루드히아는 본인들은 가끔씩 이 곳에 오는데 공기가 다르니 숨을 많이많이 들이마시라고 했다. 귀여운 자매들ㅋ.






이건 잠깐 여담인데 페루 사람들의 국민성은 (내가 느끼기로는 :D) 우리 나라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 베품의 문화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지키지 못하는 것도 많지만 페루 사람들은 내게 뭘 자꾸 해주려고 한다. 혼자서 심심해할까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날 신경써준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이 곳에서 정말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한다.
그리고 나는 세상을 너무 이기적으로 살았다는 생각도 참 많이 한다. 얼굴색깔과 환경을 달라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늘 정이 있다.




처음엔 내게 리마에 있는 강을 소개시켜주려고 하는 건줄 알았는데( 우리 나라에는 강이 많은데 리마에는 강이 하나밖에 없다.) 광활한 밭이 보였다. 페루에서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페루의 사라져가고 있는 언어인 케츄아어를 사용하신다고 한다. 그래서 글로리아와 루드히아도 가끔은 케츄아어로 대화를 한다. 그리고 특히나 루드히아는 내게 케츄아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한 설명과 곁들이면서 케츄아어를 많이 알려주곤 한다. 어쨌든 밭을 케츄아어로 챠크라[chacra] 라고 하는데 사방엔 밭이 많았다.






아무것도 없이 사방이 고요한 그 길에 과일가게가 하나 있었다. 글로리아는 언제나 과일가게만 나타났다 하면 신기한 열대과일들을 잔뜩 사서 내게 선물로 주곤 한다. 그 곳에서도 고구마 같은 느낌인 과일 유꾸마도 먹었고, 여러 과일들을 먹었는데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난다. 이름을 기억하려고 팔뚝에 열심히 필기를 했는데 집에 오니 많이도 지워졌다. ㅠ_ㅠ 어쨌든 이곳엔 닭도 있고 오리도 있고, 리마는 정말 크다. 분명 같은 리마에 이번에는 완전 자연적인 곳이 존재한다니.






다시 길을 따라 슬슬 걸어가는데 뒤에서 택시 한 대가 빵빵 경적을 울렸다. 어? 그런데 택시 운전사는 이전에 파차까막에 갈 때 만났던 글로리아의 조카 알렉산데르 였고 택시 안에는 글로리아의 이모와 조카 일행들이 타고 있었다. 다같이 강가에 가서 귤과 도시락을 나눠먹었다. 알렉산더는 택시 운전을 하다 보면 중국인 일본인은 정말 많이 봤는데 가끔 한국인을 만나면 너무 신기하다며 옆에서 계속 쉬지 않고 말을 했다. 어느 나라든지 택시를 운전하시는 분들은 말씀하시는 걸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알렉산더가 가기 전에 같이 기념사진 하나 찍자고 해서 글로리아 가족들이 모여 가끔 배구를 하곤 한다는 초록색 공터에서 같이 사진도 찍었다.








알고보니 이 곳은 글로리아의 삼촌의 땅이 있는 곳으로 4개월에 한 번씩 과일을 따러 온 가족들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 다같이 모여서 무자비하게 달려드는 모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온 몸을 꽁꽁 싸매고 밀림같이 생긴 곳으로 들어갔다. 앵무새가 한 마리 있길래 말을 걸었더니, 말을 했다. ㅇㅁㅇ 온 가족들이 나무에 붙어서 과일들을 잘라내고 받아내고 담아내고 호호하하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좋은 에너지가 내 안에도 전해지는 거 같았다. 그래서 글로리아에게 "너는 참 좋은 가족들 가졌다." 라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글로리아 특유의 웃음으로 호탕하게 웃었다.




아! 그리고 완전 큰 강낭콩처럼 생긴 걸 주길래 웬 강낭콩을 먹으라고 하지? 했는데 과일이었다. 좀 퍽퍽하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맛있었다. 맛이 약간 우리 나라 단감같았다.






바나나가 나무에서 열리는 모습도 처음봤고 -_- 망고가 나무에 달려있는 것도, 두나였나 두타였다 못생긴 과일도 처음 봤고 처음 먹어봤다. 그리고 솜나무도 처음 봤다 !!! 솜나무에 달라붙어서 신기해하는 날 보며 외국인이라고 눈치만 슬슬 보던 애기들 두 명이 옆에와서 카메라도 만져보고 말도 걸어보고, 종이에 한국말도 써달라고 했다.ㅋ 그리고 내가 기념이라고 솜뭉치를 다이어리에 끼워넜더니, 이 곳의 주인 딸인 7살짜리 베로니카가 솜을 한웅큼을 따내어 솜 안에 있는 씨앗과 솜을 몽땅 구분해서 나한테 선물로 줬다.ㅋ




글로리아와 루드히아는 나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버스를 탔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는데 시간이 늦어지면 돌아가기가 힘드니 조금 더 이른 시간에 맞춰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굳이 혼자 갈 수 있는 길이라는데도 믿을 수가 없다며, 평소에 늘 데려다주던 곳에서 버스까지 태워보내줬다. 그러면서 토요일에는 같이 센트로 리마에 있는 박물관들을 돌아다니자고 했다. 뭔가 하려는 맘에 왔는데- 무슨 공휴일이 이렇게나 많은건지 ㅋ 대신에 이렇게 문화를 배우고 자연을 배우고 할 수 있는 특권이 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