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인생의 한획/Peru 현지생활

수업방식이야기 [그림판 + 워드]

생즙 2011. 3. 15. 01:26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나는 학교번호 7209번(페루는 특이하게도 학교 고유의 번호가 있다.)에서 컴퓨터 단원으로 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을 하고 있는데 보통 월,화,수요일에는 1학년부터 4학년들까지를 대상으로 목,금요일에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한다. 첫 수업을 한 소감은.. 수업중에 내가 하늘로 솟아오르거나 땅으로 갑자기 꺼지거나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거였다. 외국인이 없는 우리 기관이 있는 동네에서 나의 존재는 그저 명물이다. 수업하는 걸 보러 다른 학교 아이들과 엄마들, 동생들, 혹은 할머니들까지 총 동원되서 창문에서 구경을 하기도 하고, 수업 중에 난입해서 우리 아이 좀 신경 좀 써달라고 다지는 아주머니들까지 아주 다양하다. 가끔씩 수업 중에 개가 들어오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야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첫 주는 그림판에서 ctrl 키를 눌러서 도형을 복사하는 걸 알려주고 오직 도형 모양만으로 내 얼굴을 그려보라고 시켰다. 아이들이 얼마나 그림판을 잘 다루는지 알고 싶어서였는데... 작동되는 컴퓨터는 10대 정도밖에 안되고 아이들은 한 클래스당 26명 정도 된다. 그래서 절반으로 나누어서 첫 번째 그룹은 교실 가운데에 앉히고 수업 설명을 하고 공책에 내가 적어 온 것들을 필기하게 했고, 나머지는 교실 둘레에 있는 컴퓨터에 앉혀서 작업을 하게 했다. 그렇다는 건 한 아이들 당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는다는 거다. 게다가 얼마나 컴퓨터가 느리기 짝이 없는지 도형 그리다가 컴퓨터가 다운 되는 일이 많기까지해 큰일이다.





일단은 전 학년을 대상으로 똑같은 수업을 적용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그림판 강좌는 총 20번이다. 하지만 한 학년 당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뿐이고 그렇다는 건 이 수업은 5달동안 해야한다는 듯이기도 하다. 그림판은 가장 기초적이지만 실용적이기도 하고 빠르기 때문에 선택한거긴 하지만 이렇게 길어지는 것도 별로 좋은 건 아닌 거 같아서 고민이고, 전 학년을 대상으로 똑같은 수업을 하기 때문에 진도에 차이를 둬야할 것 같아서 또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





학년 분포는 1학년 A반과 B반 2학년을 Group1, 3학년,4학년 A, 4학년B 반을 묶어 Group2, 5학년과 6학년을 묶어서 Group3 이런 식으로 묶어서 진도 차이를 둘 생각이다. Pedro가 충고해준데로 수준별 수업을 할까도 생각해봤는데, 방과후 수업이라 애들이 수업 시간에 맞춰서 잘 오지도 못할꺼같고, 엄마들도 내내 창문에 매달려서 수업 끝나길 기다리시기 때문에 수준별 수업을 잘못 시도했다가 괜히 애들한테 위화감만 안겨줄까봐서 차마 시도는 못 할꺼 같다. 그래서 생각하고 있는 건 두 가지 방법이다.




1. 그룹별 수업.




그룹별로 나누어서 과제를 주는거다. 대신 한 컴퓨터에 2명 혹은 3명 많으면 4명까지 붙어있어햐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은 내 준 과제를 하고 나머지는 어떤 식으로 과제를 해 나갔는지 공책에 기입을 해서 제출하게 하는 방식. 과제를 위한 자리배치는 제비뽑기로 하는 건데 아이들이란 원래 선생님 말도 안듣고 게다가 난 말도 어버버 거리니 이러면 수업정리하는데만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고민이다. 하지만 수업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수업 또한 둘로 쪼개쓰는 방식.




기존에 쓰고 있는 방법이기도 한데, 일단 바탕화면에 개인 폴더를 만들게 하고 지정석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그 폴더에 개인 과제들을 저장하게 하고 수업이 끝나고 나서 일일이 채점하고 체크하는 방식으로 나가는거다. 일단은 이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것 같은데 그렇다는 건 한 그룹당 수업을 20분 정도밖에 할 수 없다. 필기할 것들과 실습할 것들을 모두 준비해서 한 그룹이 필기하는 동안 나머지는 실습을 하고 한 그룹이 실습하는 동안 나머지 그룹은 필기를 하는 이런 방식이다.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야기





이전에 OJT 기간에 내가 참관했던 수업은 매우 수준이 높았던 선생님들 반이었다. 흑흑. 선생님들께 제가 내년 11월에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여러분들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 내용을 알아야 한다며, 하드웨어에서 워드 수업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스페이스바가 뭔지 엔터키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였고, 파일을 저장하는 방법 이런 것 조차도 모르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한편 잘하시는 분들은 금방 뚝딱 끝내버리고 페이스북을 즐기거나 어떤 선생님들은 진도가 너무 느리다며 조정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내가 느꼈던 가장 큰 문제 점 중 하나는 선생님들이 타자를 칠 줄 모른다는거다. 우리나라의 독수리 권법처럼 정말 타자를 치는데 두 손가락만 이용을 하신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한글 타자 연습기 같은 프로그램이 있는지 수소문을 해봤는데 다행히 다른 지방에서 내가 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일단 가지고 있는 걸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하셔서 모르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각자 다른 수업을 진행해야 할 것만 같다. 특히나 컴퓨터를 잘 모르시는 선생님들은 시종일관 내 손을 잡으시고 "Por favor(제발부탁입니다.)" 를 외치신다. 정말 다행인 건 이 프로그램이 없으면 스스로 허접하게라도 새로 만들어내야 하나 싶었는데 정말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 프로그램을 받아 본 건 아니지만 말이다.





선생님들 수업은 목요일과 금요일로 나뉜다.
목요일 저녁은 교감선생님과 일대일 수업을 해서 특히 어둑어둑해질 때 쯤에서야 집에 들어가고 금요일에는 유치부 선생님들과 초등부 선생님들로 나눠 수업을 하고 있는데, 이 수업 시간을 어떻게 조정해야할지 난이도 문제는 어떻게 해야할지 주말 내내 생각을 했는데도 아직도 해결을 못했다. 그래서 일단은 설문지를 선생님들 머리 수대로 만들었는데 여기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만큼 나도 잘 하고 가고 싶은데, 도저히 내 머리로는 이 모든 상황을 지혜롭게 이끌어나갈 수가 없다.








어제는 교회에 갔는데 마침 다니엘서에 관한 말씀을 하셨다. 지금까지 살면서 다니엘서 말씀이 그렇게 감동적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나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내가 믿고 있는 신앙을 그저 유지라도 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삶을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재수 때 만났던 하나님은 분명 믿음을 가지고 내 영역부터 작게작게 향기를 끼치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는데 말이다.



그래서 어제는 분명 각성하는 시간이 되었고, 요즘엔 종교에 귀의한 친구 한 명과 온라인 상으로 대화를 자주 나누고 있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이상하게도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회복이 되는 거 같다. 아마 혼자 있는 그 시간 동안 하나님과 대화를 시도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고, 집에서 일하시는 룻 아줌마와 학교에서 가장 친한 델리아 이 두 명이 너무나 신실한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분명 이 사람들의 좋은 향기는 내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