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기록

2019년 결산

생즙 2019. 12. 25. 19:42

 

2019년. 적응해야 할 것도 받아들여야 할 것도 많았던 한 해다. 매년 열심히 그리고 잘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올해는 넓고 긴 도로를 계속 헥헥 거리며 달리는 듯했던 해였다.

올해도 .

올해의 커리어

작은 성과로는 꽤 오랫동안 목표로 했던 SQLD 자격증을 땄다. 내 나름의 숙원이고 목표이기도 했고 안주하지 않고 뭔가를 해냈다는데에서 좀 기쁘게 다가왔다. 큰 성과로는 올해의 시작이었던 1월의 Workday 첫 날부터 새로운 직장에서 시작된 회사생활을 잘 보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좋은 환경에서 일 할 수 있어 감사했던 한 해였다. 대신 나 역시 내가 속해있는 조직을 위해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증명해야 하는 해이기도 했다. 더 크게는 그 일이 회사와 세상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숙고도 필요했다.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하는 길 회사 건물을 보며,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로그인을 하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하자 라고 수없이 되내였는데 그 하루가 모여 큰 실수 없이 맡겨진 임무를 잘 마쳤으니 참 감사하다.



올해의 나들이

해외 여행으로는 봄에 푸켓과 후쿠오카에 다녀왔고, 국내 나들이로는 꽤 많은 곳을 다녔다. 주말에 정말 짬내서 다녀왔던 후쿠오카는 정말 좋았다. 일상이 치여 꽤나 지쳤던 남편과 내게 지금도 두고두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올해는 어쩌다보니 콧바람을 쐬러 1월부터 꽤 많은 곳을 다녀왔다. 강릉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부산에서 먹방 투어를 하기도 했다. 한 겨울에 그와 둘이서 강원도 산 속에서 글램핑을 하기도 했고, 여름휴가로 다녀온 제주도에서는 휴양을 목표로 좋은 풍경들만 보고 좋은 음식들을 실컷 먹고 돌아왔다.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핑계삼아 강원도도 다녀왔다. 양떼목장에도 가보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길 따라 걷기도 하고, 따뜻한 커피를 나눠마시기도 하고. 푸켓을 제외하고는 모든 여행에는 사랑하는 남편이 함께 있어줬다.

 

 

올해의 문화

결혼이라는 제도를 잘 활용하여 주말 야간마다 그와 개봉 영화를 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겨울왕국2, 극한직업, 알라딘, 엔드게임 이 정도다. 영화는 꾸준하게 봤는데 돌아보니 그 이외의 것은 특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연극은 대학로에서 본 행오버 한 편이고, 전시회는 고흐전 정도였다. 문화와 관련된 티켓을 계속 물색해보았으나 결국 끌리는 게 없기도 했고 나의 피로도가 유난히 쌓여서 주말마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도 아무것도 하도 싶지도 않았던 이유가 가장 컸다.

 

대신 카페에서 커피를 꽤 많이 마셨다. 올해 프리퀀시 완성을 두 번이나 하였고, 집 근처 이디야와 작은 카페들에서도 쿠폰 서비스를 열 번 가까이 받은 것 같다. 주말 아침마다 스벅 등에서 브런치를 먹고 퇴근 후 저녁에는 카페에서 느지막히 커피를 마시고. 문화 생활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스벅 다이어리를 받았다.



아, 볼링장도 꾸준히 다녀서 볼링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도 올해의 성과.

 

올해의 만남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옛 직장 동료들과 모이는 날들도 꽤 많았고, 올해는 특히 지역 사람들과도 많이 친해져서 모임도 부부동반 외부 나들이도 많았다. 친구들하고도 만날 일이 많았고, 퇴근 후 동료들과도 소소한 모임도 꽤 있었다. 나를 기억해주고 만남에 초대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올해의 로맨스

매일을 이벤트 같이 해주겠다는 그의 약속은 올해도 잘 지켜졌다. 꽃을 들고 나타나기도 하고 먼저 퇴근 하는 날은 하루도 빠지지 않는 그의 마중, 앞서 걸으며 늘 내게 뻗는 그의 오른손, 날 위해 작게 잘라주는 고기, 씻고 나오면 늘 말려주는 머리,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며 매일 주물러주는 손목, 함께 하는 요리, 카페나 스몰비어 집에서 쉼 없이 떠들던 수다 그 모든 것이 다 소중하고 좋았던 해였다.

내 안의 가정이 평안하니 언제나 바깥 일에도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

 

 

올해의 물건

Sudio 이어폰. 정말 올해 구입한 물건 중에 가장 만족하고 아끼며 쓰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귀에 꽂고 있어도 귀도 편하고 비싼만큼 소리도 풍성해서 좋다.

 

올해의 잘한일

가장 잘 한 일은 요가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수련의 의미라기보다는 배앓이를 피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지만 일상에 꽤 많은 자극이 되었고 계약 기간동안 포기하지 않고 횟수도 잘 채웠다.

올해의 못한일

올해는 어쩐지 못한 것이 많이 생각 난다. 가장 못했다 싶은 일은 잠을 너무 많이 잤다는 것이다. 매주 토요일은 번아웃 상태가 되어 하루종일 자고 밤에도 자는 날이 너무도 많았다. 덕분에 좀 무기력해진 날도 많지 않았나 싶다.

두 번째로는 2세 계획으로 인해 부모님께 크게 상처를 드린 것 같다. 이미 충분히 결론 난 이야기고 합의 된 부분이라 생각했는데 내심 아이를 기대하시는 부모님께 좀 더 부드럽게 말씀드리지 못한 것이 자꾸만 마음에 남는다.

 

내년엔 내가 좀 더 건강했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더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올해의 나 정말 고생 많았고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