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기록

20191115 요즘은

생즙 2019. 11. 15. 18:06



좀 바빴다. 가을을 느낄새도 없이 바쁜 나날을 지내다보니 이제 겨울이다.




꽤 굵직굵직한 건들이 들어오면서 직접 프로젝트성 개발을 하게 되었는데 그와 더불어 업무에 큰 이슈가 생기면서 근 몇 달간 비상사태였다. 관련 인프라 엔지니어들을 소집하였고 몇 번의 비상회의를 거쳤으나 안타깝게도 완전한 해결은 되지 못한 상태다. 이슈에 대해 모두 한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곧 연말이라 올해 실적 보고와 내년 계획에 대한 보고, 기 혹은 신사업과 관련된 지원과 보고, 예산신청 등 팀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매일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고있다.



대신 잘 쉬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쉬는 시간 만큼은 푹 그리고 잘 쉬자며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있다. 저번주에는 부부 동반으로 가게를 빌려 바베큐를 했다. 고기를 먹으며 어떻게 가을을 무르익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 밤이 주제로 나왔다. 하필 바베큐 오기 바로 전 남편이 날 위해 맛탕을 해주겠다며 생밤 한 봉지를 다 깐지라 이를 공유한 덕택에 함께한 남편들이 눈물을 머금고 밤을 주문한 소소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특히 데이트도 열심히 하고 있다. 평일 자기 전에는 같이 게임을 하고, 주말에는 사랑하는 그와 콧바람을 쐬러 자주 나다녔다. 근처 호수공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차를 타고 멀리 나가기도 하고. 멀리 움직이기 싫은 날은 근처 만화카페에 가곤 한다. 각자 차 한 잔씩 시켜놓고 뒹굴거리며 각자 독서 타임을 가지다 잠이 오면 살짝 낮잠을 자기도 하고 홈런볼을 집어먹는게 그리 좋을 수가 없다.



아주 진득하게 하루종일 나가서 놀았던 날도 있다. 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져 대학로에 가서 외식을 하고 처음으로 골목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그와 사귀기 전에 함께 데이트했던 골목은 그대로였지만 가게들이나 분위기들이 많이 달라져있어 세월을 살짝 실감했다. 새로운 장소에서 같이 식사를 해서인지 혹은 오랜만에 먹은 와플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돌아다녀서인지 날씨가 좋아서인지 꼭 20대로 돌아간 것 같은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소극장 연극을 봤는데 정말 재밌었다. 이벤트 덕택에 처음으로 선물도 받아서 또 재미있는 추억이 하나 더 추가 되었다. 연극이 끝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공원을 산책하다 밤도깨비 야시장에 갔다. 줄을 서서 푸드트럭에서 새우튀김과 스테이크를 사먹었고 함께 맥주 한 캔씩 손에 들고 공연도 보고 청계천을 산책했다. 몇 년간 마음이 아파서 걷지 못했던 그 길을 따라 걸으며 그때 일을 두고 그는 내가 괜찮은지 살펴줬고 시간이 해결해준것 같다는 그런 말로 덤덤하게 위안의 말을 건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틀림이 없다. 나도 괜찮았다.

그와의 에피소드 외에도 소소하게 즐겁고 감사한 일이 많다. 큰맘먹고 나름 거금들여 샀던 Sudio 이어폰이 망가져서 a/s를 요청하고 이어폰을 스웨덴까지 보냈는데 감사하게도 새제품으로 보내줬다. 한동안 출근길이 꽤 적막했는데 다시 귀가 즐거워질 생각을 하니 좋다. 한동안 멈췄던 요리도 다시 하고 퇴근 후엔 맥주나 와인을 마시거나 영화를 보고.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