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기록

20170326

생즙 2017. 3. 26. 13:47

1.

 

 

 

 내게 어떤 기회가 왔을 때 바로 꽉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사실 땅끝으로 꺼질것만 같은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이 우울하니 무력해졌고, 무력해지니 잠이 왔고, 글로도 혹은 사진으로도 아무것도 기록하고 싶지 않았다. 자연과 사회 제도 앞에서 사람이라는 존재는 우리 사람은 너무 약하다는 생각에 또 무력해졌다. 주말마다 푹 쉬면 이렇게 가만히 흘려보내면 이런 무력감도 흘러가겠거니 했는데 오히려 14시간 혹은 16시간씩 폭력적인 수면이 반복될 뿐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우울하고 몸이 피곤하더라도 내 삶은 지속되어야하니 퀘퀘한 묵은 마음들은 덮어두고 매일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하루하루 버티듯이 지내왔는데..

 

 

 뜬금없지만 요즘 즐겨보는 고등래퍼를 보면서 무기력증이 나아졌다. 고등래퍼의 참가자 김선재 군의 인터뷰에서 "준비는 늘 되어있죠." 라는 말을 했다. 얼마나 잘하나보자 라며 봤는데 정말 잘하더라. 여러 경연들과 패자 부활전에서 좋은 공연들을 보여준걸 보면 꾸준하게 늘 준비하고 있었던 사람이었구나, 내게도 저런 기회가 왔을 때 바로 능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정신 다시 똑바로 차리고 신발끈을 조이고 다시 열심히 달려야겠다. 

 

 

 수갱이가 보내준 향초 피우면서 쓰는 글인데 오랜만에 내 안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돌고 있는 듯하여 마음이 놓인다.

 

 

 

2.

 

 

 

 

 어렸을 때, 제과점에 가면 막대에 달린 젤리나 거대한 막대사탕이 늘 먹고 싶었었다. 어른들을 졸랐지만 이가 썩는다 혹은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살 수 없었고 저 막대사탕을 물고 다니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그때가 지금까지도 생각이 많이 난다. 그래서 매년 화이트데이때마다 애인 까치에게 다른건 다 필요 없으니 제과점 막대 젤리나 막대 사탕을 사달라 졸랐는데, 올해 화이트데이때는 저렇게 네개나 선물로 줬다. 까치가 날 위해 저렇게 막대 초콜릿들을 사는데 직원이 오늘 아이 선물이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하고 준비한 선물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하. 까치랑 젤리와 초콜릿을 나눠먹는데 굉장히 행복했다.

 

 

 

 

 

 

 막대 초콜릿과는 별개로 까치는 집으로 초콜렛도 보내줬다. 택배로 집에 선물이 도착한것도 뭔가 기분이 좋았는데 초콜렛이 맛있어서 더 좋았다. 엄마아빠와 초콜릿을 나눠먹는데 뭔가 사랑 받고 아낌 받는 느낌이라 더 행복하고 즐거운 화이트데이였던 것 같다. 

 

 

 

3.

 

 

 

 회사 입사 후 2년간 내 짝궁이었던 대리님의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았다. 부케를 받아달라고 하시는데 무척 고맙고 영광스러운 마음이었는데 막상 결혼식이 닥쳐오니 걱정이 많이 되었다. 혹시나 옷 매무새가 결레가 되지는 않을까 괜히 구두 굽이 높은걸 신어서 신랑보다 키가 커지면 어떡하나, 부케를 잘 못 받아서 부케가 너덜너덜해지면 어떡하나 등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부케를 한 번에 잘 받았다. 대리님의 좋은 에너지를 나눠 받은거 같아서 무척 고맙고 좋았다. 결혼은 실전이라지만 앞으로의 인생에 늘 행복한 일들만 가득가득하시길..

 

 

 결혼식이 끝나고 여자 동기 공양과 후배 세영씨와 같이 차 한잔을 하고, 까치 군을 만나 같이 또 카페에 가서 신나게 대화를 했다. 평일엔 늘 일때문에 거의 연락도 못하고 퇴근 후엔 씻고 서로 잠시 이야기하다 잠들기 일수라 오랜만에 만나니 할 이야기가 참 많았다. 나는 결혼식 이야기를 했고, 까치는 전날 있었던 회식 이야기, 회사 학회 이야기, 친구 커플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했다. 같이 달달한 크림이 얹어진 허니브레드를 먹었고, 커피를 마시고 한참 이야기를 하다보니 또 하루가 저물었다.

 

 

 

 

 

 

이렇게 지내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생각하고 틈틈이 쉬기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결혼 준비를 하며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