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181217

생즙 2018. 12. 17. 21:49



이직이 확정되었다.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다음주까지 하고 퇴사하겠다고 본사에 전달한 상태다.


올해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해였다. 지금 내 인생이 C지점 어딘가에 있다면 D지점은 어디고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에 대한 것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걸 잘하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고 싶었다. 그래서 스터디도 하고 자격증도 따고 업무 시간에도 되도록 많이 경험하려고 노력했고 같은 개발자인 여자 차장님들께도 조언을 많이 구했었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에서 경험했던 사사롭지 않았던 사건들로 다음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이직준비. 현 회사는 대게 을이거나 병 혹은 정의 입장에 있어 나는 실제 개발을 하는 사람임이도 갑이 요청하는 것들에 자유롭게 반박할 수도 없고 혹여 문제라도 생기면 욕 먹고 책임을 떠안는 일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이직을 위해 가장 고려했던 점 중 하나는 다음 회사 만큼은 갑의 위치에 있거나 고객에게 끌려 다니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자체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어야 하며 안정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고민 끝에 연구하고 신기술을 빠르게 접하고 적용하는 것보다는 업무 시스템을 지원하는 일이 더 적성에 맞는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방향을 정해 이력서를 넣었고, 감사하게도 생각했던 방향이 일치하는 새로운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경력직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했으나 서류 통과 후에는 필기시험과 코딩시험을 치뤄야했고 면접 중 PT도 해야했다. 실무 면접만 한 시간 이상이 걸려 진땀을 뺐다. 마지막 관문인 임원면접이 끝나고 처우협상을 마칠때까지 모든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최종 입사가 확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던 남편이 가장 기뻐해줬다. 이제 현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고자 하며 그동안의 경험치들과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새출발을 준비 중이다.




차를 계약했다. 결혼하면서 약속하고 계획했던 것들을 하나씩 이루는 중이다. 차종을 정하고 주말마다 그와 대리점을 돌면서 신차를 구경하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색상을 정했다. 이번주에는 출고될 예정이니 다음주에는 받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엄청 기대하고 있다.




그와 놀숲에 다녀왔는데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따뜻한 커피와 담요까지 챙겨와 인생우화라는 책을 읽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가게에서 나오는데 우리 둘 모두 아~ 잘 쉬었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다음엔 엄마하고 같이 가서 놀다와야겠다.





부쩍 날이 추워지면서 평일 저녁마다 하던 산책 대신 카페에서 데이트 하는 날이 많았다. 하루는 너무 출출해서 허니브래드 세트를 구매해서 먹는데 옆에 있던 외국인들이 느닷없이 캬라멜 냄새가 너무나도 amazing 하다며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얼마나 감탄을 하시던지 생크림을 듬뿍 얹어서 냠 하고 먹다 우리 둘 다 눈이 마주쳐서 결국 웃음이 터졌다.



찜질방에도 다녀왔다. 뜨신 물에 몸을 담그고 소금방에서 뜨끈뜨끈하게 몸을 지졌는데 관절 구석구석에 따뜻한 열과 기운이 충전되는 것 같았다. 몸 속의 노폐물이 진짜 쑥쑥 빠져나갔는지 오늘은 몸이 엄청 가뿐하다ㅋ 컨디션 회복과는 별개로 찜질방 데이트 덕분에 바빴던 마음도 꽤나 힐링이 되었는데, 좋은 자리 잡아서 식혜와 맥반석 계란 그리고 컵라면을 엄청 먹었다. 그러다 배불러지면 찜질방에 지졌다가 땀이 나면 얼음방에 가서 식히고 그러다 피곤해지면 안마의자에서 안마를 받거나 쇼파방에 누워서 티비도 보고 잠도 자고 후후 간만의 찜질방 데이트는 성공적이었다.



그 다음 날엔 폭잠을 잤다. 세상 모르고 자는 동안 그는 마트에 가서 장을 봤고, 근사한 점심 식사를 만든다음 나를 깨웠다. 고소한 냄새가 난다 했더니 내가 좋아하는 남편표 오일 파스타가 준비되있었고, 오븐에는 그가 올려놓은 재료들로 꾸며진 피자식빵이 구워지고 있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음식이 줄어드는게 아쉬웠다. 사실 우리는 집에서 식사를 할 때는 함께 요리하고 정리를 하기 때문에 모처럼 그가 만들고 플레이팅 한 음식을 먹으니 음식만큼 마음도 몽글몽글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퇴근 후 평일 밤에는 로봇 청소기를 돌려놓고 집 근처 단골 카페에 가곤 했다. 요 며칠간은 스타벅스, 투썸 혹읕 아띠제를 순회하며 카페 데이트를 하다 오랜만에 단골 카페에 들렀더니 직원이 왜이리 오랜만에 왔냐며 반갑게 인사해줬다. 이렇게 종종 우리를 알아보는 카페 직원분들은 알바생들에게 우리 카페 단골 커플이라고 알려주는 한편 서비스도 챙겨주곤 하는데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쑥쓰러운 한편으론 우리 정말 꾸준하게 사랑하고 아끼며 살고 있구나 싶어 가슴이 좀 벅차는 듯 하다.



마이그레이션 모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략 200만건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마이그레이션 모듈은 나름 창의적이기도 하고 완전 내가 지정한데로 형태가 만들어지는게 재미있고 신기하다. 물론 서버와 디비의 charset 문제와 암호화 된 파일들로 인해 여러 난항을 겪고 있긴 하지만 12월 중엔 일반문서들에 대해선 마이그레이션이 완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결재 연동의 경우 T사로부터 달달 볶이긴 하지만 내 쪽은 거의 개발이 완료되었다. 다만 8월에 미리 개발해둬서 편하게 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수정 요청이 많아 일이 계속 되고 있는데 일반 개발도 재밌지만 옛날 데이터를 끌고 오는 것도 꽤 재미있다.

다음주 월요일까지만 일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회사에서 내 퇴사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내일도 대체PM으로써 주간보고에 참석한다. 이번주 목표는 PMO보다 앞당겨서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사와 2차 리뷰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전자결재와 관련된 이슈들을 모두 잡아내고, 모바일 메뉴별 sso까지 연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말에 푹 쉬었으니 이번주도 잘 달리고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