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해지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차장님이 퇴사를 하셨다. 그리고 프로젝트 PM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 게다가 오픈이 두 달이 미뤄지면서 개발자 한 명이 빠졌었는데, 또다시 1차 오픈이 구정 연휴 다음 날로 앞당겨졌고, 새로운 PM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오신다고 했다. 회사의 임원 분들과 팀장님, 그리고 차장님까지 모두 내게 미안하고 걱정이 많이 되신다며 조금만 버텨달라는 전화와 메시지를 간간히 주실 정도였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염려가 있었지만 뿌듯하게도 나는 이 상황을 잘 지내왔다. 협력사와 본격적으로 운영 환경의 기간계 연동 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슈로 인해 업체 엔지니어와의 미팅을 가지는 날이 많았는데 덕분에 타업체 메인 개발자 분과 부쩍 친해졌고, 문제가 되던 이슈들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 이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이번 프로젝트의 난이도가 무난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같이 일하는 H씨가 잘 따라주고 많이 도와주기 때문에 중심을 잘 잡고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결혼 후 두번째로 맞이하는 가을은 여전히 낭만적이고 따뜻하다. 생일선물로 받은 오븐을 잘 이용하고 있는데 주말마다 남편과 같이 식빵을 굽고 있다. 그가 정량을 재고 초기 반죽을 하면 같이 중간 반죽을 하는데 반죽을 하면서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고, 발효가 되는 동안은 시간에 맞춰 티비를 보거나 차를 마신다. 마지막 발효가 끝나면 오븐에 넣고 굽는데 집 안 가득가득 채워지는 빵냄새가 진짜 좋다. 게다가 갓 구운 빵의 맛이란. 자몽청을 담궈볼까 하다가 시큼한 과일을 잘 못 먹는 그를 위해서 슈가자몽을 만들어봤다. 자몽 위에 설탕을 솔솔 뿌려서 오븐에 구웠다가 냉장고에 시원하게 두었다가 출출할 때 먹으면 진짜 달콤하다. 소소한 이런 부엌에서의 일상 역시 그와 함께 하니 가을이 더 달달하게 무르익는 기분이다.
헨리의 팬미팅에 다녀왔다. 남편과 간거라 어린 여학생들만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연령층이 의외로 다양했다. 그리고 실제로 본 헨리는 반짝반짝 빛났다. 팬미팅은 신봉선 씨가 진행했는데 깔끔하고 말을 천천히 또박또박 해줘서 더 좋게 느껴졌고 중간에 하림와 윤도현씨도 와서 같이 노래를 들려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나니 헨리에게 좋고 밝은 기운과 에너지를 잔뜩 받은 기분이었다. 오랫동안 타지에서 노력하고 고생한만큼 앞으로도 헨리가 꽃길만 걷기를 바라며 나도 좋은 기운 듬뿍 받은만큼 이번주도 파이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