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이 앞당겨지면서 과감하게 화장을 생략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소중한 아침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출근 길을 천천히 걸으머 요즘엔 하루를 계획하고 풍경 사진을 찍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나와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 열심히 살고 있을 남편과 나의 하루를 위해서 아주 짧게 기도를 한다. 이 모든게 짧은 찰나에 이뤄지는 행위이나 출근 전 마음을 다잡고 나를 단단하게 하는 의식처럼 느껴져 꼭 하는 행동.
요구사항 협의 단계라서 회의가 많았다. 주된 이슈는 연동과 마이그레이션인데 주로 차장님이 직접 협의 하시기 때문에 회의 시간동안 따로 내가 말을 하거나 하지는 않아도 된다. 대신 회의 전후로 차장님과 개발 방향성에 대해 검토하고 회의 중에 이해가 가지 않거나 의심이 되는 부분은 따로 말씀을 드리고 피드백을 받는다. 그동안 주어진 개발 업무는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었고, 저번 주까지 시끌시끌하던 C사와 K사도 꽤 안정이 된 것 같다. K사의 경우엔 새기능 오픈을 지원 하게 됐는데 다행히도 큰 이슈 없이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목표로 하는 것이 있다면 최대한 화면단을 많이 접해보고 서버 단에선 안정적인 기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팀 변경이 되면서 이전 팀장님께서 팀이 바뀌면 차장님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꾸려나가는지 특히 잘 보고 배워야한다고 하셔서 배움 역시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막상 개발하는 것이 마음처럼 빠르게 뚝딱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리고 개발한 기능을 테스트 했을 때 자꾸 오류가 나와 살짝 좌절하는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땐 잠깐 멈추고 밖에서 바람을 좀 쐬고 돌아와 다시 진행하면서 기능을 보완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긴장 상태로 힘이 들어가있는 것 같다. 날씨마저 환절기라 갑자기 서늘해졌으니 계속 이런 마음으로 있으면 탈이 날꺼다. 그러니 즐긴다는 생각으로 힘을 좀 빼야한다.
출퇴근이 빡쎄지면서 평일에 친구들을 만나는게 거의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아침 출근 시간이 당겨지면서 남편 역시 하루에 한 번, 퇴근 후에만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리 피곤해도 맥주 한 캔이나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남편과 애틋함이 동반된 산책을 하는데 덕분에 결혼 후 권태기 없이 늘 연애하는 기분으로 산다. 다만 이것은 내 평일의 소확행 이지만 이마저도 너무 피곤해 집에 와서 씻고 나오면서 그대로 잠이 들어버리는 경우가 10번 중 9번이라 슬퍼하는 날 위해 이번 주말은 늦잠 푹 자고 그와 함께 콧바람 쐬러 나가기로 했다.
범사에 감사하고 늘 예배하는 마음으로 살자고 맘 먹지만 체력이 떨어지고 몸이 약해지면 마음 역시 지치는 것 같다. 하지만 쉼이 지나치면 폭력적인 수면 현상이 나를 덮치고 이게 반복이 되면 몸도 마음도 녹슨다는 것을 수도 없는 경험을 통해서 배워왔다. 이럴 땐 하루 날 잡고 알람도 다 끄고 정말 찐하게 푹 쉬며 부족한 솜씨지만 좋은 재료로 나를 위해 직접 요리해서 영양가 좋은 밥을 해먹고 뒹굴거리며 대여한 책을 읽은 다음 햇빛이 서서히 지는 때에 사랑하는 사람과 야경을 보거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달달한 케이크를 먹으면 몸도 마음도 HP가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단단히 에너지를 채워서 다시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달리는 것이다. 앞으로도 고이지 않는 깨끗하고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